계약갱신 청구권 vs 전세대출 거부권, 그리고 ‘하와이 이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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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 청구권 vs 전세대출 거부권, 그리고 ‘하와이 이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7.31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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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알래스카의 오로라. /사진=픽사베이
알래스카의 오로라. /사진=픽사베이

“앤드루 존슨의 최대 업적은 이것이지.”

1875년 오늘(7월 31일) 세상을 떠난 미국의 대통령은 죽어서 재평가를 받습니다. 그가 가장 잘한 일은 ‘알래스카’를 사들인 것. 1867년 러시아로부터 ㎢당 5달러에 살 때만 해도 미국인들은 비아냥거렸습니다. “수어드의 냉장고를 샀다”. 당시 매입을 주도한 장관을 비꼰 것입니다. 집을 찾아보기 힘든 얼음땅이 인구 74만명이 된, 미국의 49번째 주 탄생기입니다.

사진으로 먼저 선을 본 뒤 하와이로 이주한 '사진신부들'. /사진=이민사박물관
사진으로 먼저 선을 본 뒤 하와이로 이주한 '사진신부들'. /사진=이민사박물관

“하와이로 시집간 사진신부를 아시나요.”

1902년 12월 22일, 태평양 한복판에 내린 121명은 선금 50달러에 2년 무임금으로 사탕수수를 베기 시작합니다. 최초의 하와이 공식 이민이자 미국 이민입니다. 농장주들은 독신 이민자가 늘자 사진으로 조선 여성들과 선을 보게 합니다. 그리고 ‘사진신부’들은 내집 한칸 없는 타국에서 2세대를 낳습니다. 오늘은 미국 50번째 주의 상징 깃발, ‘하와이 주기의 날’입니다.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됐다.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됐다.

‘전세대출’.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한 대출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세입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으로부터 전세 계약에 대한 보증서를 발급받아 은행에서 돈을 빌립니다. 전세계약이 끝나면 은행은 집주인으로부터 대출금을 돌려받으면 됩니다. 오늘부터 임대차3법 중에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된 가운데 ‘전세대출 거부’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전세계약 갱신 때 기존 전세대출 질권 설정에 동의를 안 해줄 거다”. 임대차3법 시행으로 세입자가 원하지 않으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불가능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전세대출 만기연장시 동의를 하지 않는 식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무력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일부 집주인들이 정책저항 카드로 만지작거리는 ‘전세대출 거부권’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 없거나 정부가 보완조치를 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은행은 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끼고 전세대출을 해주는데 주금공 보증은 집주인의 동의가 아예 필요 없습니다. 대출을 늘릴 때도 동의가 없어도 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서울보증을 통해 전세대출을 받을 때도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두 기관은 채권 양도 또는 질권 설정 이후 보증을 하는데, 처음 전세 들어갈 때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받기 위해 질권 설정에 동의 안 해줄 이유가 없습니다. 대출을 연장할 때도 이미 전세보증금에 대한 질권 설정 절차가 끝나있기 때문에 집주인이 거부할 여지 자체가 없습니다.

임대인이 전월세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 /자료=국토교통부
임대인이 전월세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경우. /자료=국토교통부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집값 상승의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서울 인구 10%만 줄여봐라 집값 자연히 내려가지.... 공부하러 서울 가고 취직하러 서울 가고 노래하러 서울 가고 하다 못해 노가다하러 서울 가는데 집값이 잡히냐?” “공급이 나오고 최초 구입자들이 초저금리 실거주 목적으로 대출이 나와야 집값이 잡히는데 안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결국 해답은 양도세 완화와 디딤돌 한도 증액 및 금리 인하인데 안 해주잖아” “좋은 취지로 법을 시행하는데 서로 따뚯하게 도와야지...세입자들을 그럴게 못살게 괴롭히고 싶나???”.

오늘(7월 31일)은 '눈길'의 작가 이청준(왼쪽)이 세상을 떠난 지 12주기이다. /사진=장흥별곡문학동인회, 픽사베이
오늘(7월 31일)은 '눈길'의 작가 이청준(왼쪽)이 세상을 떠난 지 12주기이다. /사진=장흥별곡문학동인회, 픽사베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기획하고 리서치뷰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60.7%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민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여론조사는 지난 21~22일 전화 자동응답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아파트 거주자(63.7%)가 단독·원룸 거주자(52.2%)보다, 자가 보유자(62.2%)가 월세 거주자(51.2%)보다 많았습니다. 집값 안정의 최우선 과제로는 ‘저렴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26.9%)를 첫손에 꼽았습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21%)와 ‘과세기준을 실제 지가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11%)는 그 뒤를 이었습니다.

“강인한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그렸다”. 2007년 6월 12일 ‘서민’이라는 수식어를 단 문학상이 발표됩니다. 눈 쌓인 산길을 걸어 아들을 배웅하고 돌아선 수상 작가의 어머니는,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갓난쟁이를 둘러업고 낫질을 하던 ‘사진신부’와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은 <눈길>을 쓴 이청준이 세상을 떠난 지 12주기입니다.

“오목오목 딛어 논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왔제,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서 복 받고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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