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팔 하나를 내어주고 적의 목을 베다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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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팔 하나를 내어주고 적의 목을 베다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6.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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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한 장면.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전편과 달리 의식의 흐름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이 오직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즉시 마주 보아야 하는 생존기이다. 미국 드라마 <퀸스 갬빗>의 안야 테일러 조이가 타이틀롤을 맡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조지 밀러에게 탄복하게 된다.

<퀸스 갬빗>은 말 하나를 내어주고 중원을 차지하겠다는 포석이다. 그야말로 악전고투 속에 그녀는 팔 하나를 걸어놓고 한 손으로 바이크를 몰아 반격의 기회를 얻는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

이른바 영끌족이 코인이나 부동산에 매달리기 전에 간교한 기성세대는 그들에게 ‘3포’니 ‘5포’니 하며 “너희들은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니 이번 생은 포기하라”는 메시지 세례를 쏟아부었다.

결국 그들은 <퀸스 갬빗>이나 ‘고육지책’처럼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는 대신 쓸데없이 함부로 인생 전부를 거는 도박꾼이 되었다. 버블 시대 일본 만화에서 늘 과장되고 허황하게 속삭이던 “이번 생, 잘 놀다 간다”라는 말은 돼지우리에 던져주기에도 미안한 말이다. 그렇게 노동의 가치는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이제 우리는 다가오는 미증유의 전쟁과 경제난 앞에 서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미국과 독일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겠다는 젤렌스키의 요구를 받아들였고,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을 공언하고 있다. 이 상황이 단지 미국 대선을 앞에 두고 벌어지는 제스처이길 바라지만, 역사는 우발성을 필연성으로 끌어들이는 회전 쇠구슬 같은 것이다.

또한 미 국무부는 북한의 도발을 경고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군사적 충돌의 가능성은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한반도까지 유라시아대륙 전체에 걸쳐 있다. 과연 미 대선이 끝나면 이 긴장감은 잦아들어 있을까? 하고 되묻고 싶다.

무역과 환율을 놓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 일본,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 동의할 수 없는 마찰은 단순하게 옐런의 바이든에 대한 충성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문명충돌은 상당 기간 ‘전회’(turn over)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축(pivot)의 이동’이 일어날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 아시아의 외환위기, 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10년 유럽의 PIGS 사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전 지구적 금융위기는 점점 더 임계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류는 2차 대전 이후 80년 가까이 ‘World War’를 지혜롭게 혹은 용케도 피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축적된 응력은 100년 전처럼 대공황과 World War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한국전쟁 직전 수많은 선지식의 바람처럼, 민족의 총의를 모아 우리 영토가 전쟁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군사·경제·외교 분야에서 정부와 의회, 전문가 그룹, 나아가 민의가 교감하는 컨센서스를 구해야 한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의 디멘투스가 촉발하는 시타델, 가스 타운, 무기 농장의 각축전은 그야말로 삼국지를 보는 것 같은데, 우리는 이 영화의 국제전적인 요소에서 무언가 함의를 얻어야 한다.

임모탄과 디멘투스가 전쟁을 결심하는 순간, 디멘투스는 즉각 무기 농장을 급습해서 무기를 확보한다. 임모탄은 가스 타운이 불길에 휩싸이지만, 속아 넘어가지 않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소수의 군사만 내보내 디멘투스의 배후를 노리게 한다. 물을 뿌리며 시타델에 은밀하게 접근하던 디멘투스는 마음 놓고 시타델에 쳐들어갔다가 패퇴하고 결국 퓨리오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국제전의 핵심은 일단 군사력 확보, 적의 유인작전을 분쇄하고 반격할 수 있게 하는 정보력과 저력, 즉 경제력이다. 시타델이 고공의 요새에서 물과 식량을 확보한 상태에서 장기전을 치르는데, 더구나 병력을 분산시키지 않은 상태라면 질 수 없는 게임인 것이다.

결국 21세기 첫 번째 World War에서도 미국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디멘투스처럼 진주만 기습으로도 항공모함을 놓쳐 승기를 잡지 못한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교훈 삼아, 전면전이 아닌 정보전 능력을 키우는데, 즉 ‘반간계’(反間計)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퓨리오사는 두려움과 분노 등에 압도당해 얼어붙은 적도 없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머뭇거린 적도 없지만, “인생은 한번뿐”이라는 유아(幼兒)적 모토에 계몽(enlightenment)되거나 가스라이팅당해 복수라는 과업을 잊은 적도 없다. 정확하게 옴므(homme)의 배꼽에 사과나무를 심어 어머니와 잭의 참혹한 죽음에 대한 대가를 받아낸다.

시타델 아래 토굴에 살고 있는, 사람 몸에서 구더기를 키워 먹는 식인종처럼 소득과 괴리된 과도한 부채는 결국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구더기 같은 것이다. 정부부채·가계부채·기업부채라는 은행 등의 자산계정은 과실이 될 수도, 구더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과실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생육이 필요하고 그 생육은 오직 지극한 정성에 있는 것이다(其次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爲能化, -중용 제23장). 다른 말로 하면, 땀 흘린 노동이 받쳐 주는 자산 증식이야말로 주체와 타자 사이에 브리지가 되어 몽상을 횡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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