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달 만에 이름 새긴 미래에셋 최현만의 ‘항룡유회’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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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달 만에 이름 새긴 미래에셋 최현만의 ‘항룡유회’ [마포나루]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3.21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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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총보수로 105억5900만원 받아 ‘증권가 연봉킹’ 등극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 /사진=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 /사진=미래에셋증권

지난해 10월 퇴임한 최현만 전 미래에셋증권 회장(현 고문)이 지난해 보수로 100억원 넘게 받으며 증권가 ‘연봉킹’에 올랐다는 소식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지난 18일 공시된 미래에셋증권 사업보고서를 보면, 최 전 회장은 지난해 총보수로 105억5900만원을 받았습니다. 퇴직금이 61억5600만원으로 절반이 넘지만, 급여가 16억6700만원, 그리고 상여도 27억3500만원에 달합니다.

회사 측은 공시에서 “2022년 미래에셋증권은 세전순이익 8263억원, 당기순이익 6597억원의 성과를 기록하며 차별화된 재무적 성과를 보여주고 한국거래소 우수 IB 선정, 국내외 주요 ESG 평가기관에서 국내 증권사 최고 등급 획득 등 중장기 성장기반을 강화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최현만 전 회장은 급변하는 여건 속에서도 수익성 다변화 전략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사업부 간의 균형 있는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어려운 시장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하는데 기여했다”라고 성과급 지급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 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 장기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증권업계의 부진이 지속되고, 이에 증권사들이 임직원 수 줄이기와 연봉을 감축한 상황에서 퇴직한 최고경영자에게 거액의 보너스까지 얹어준 것은 다소 과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임직원 수는 1년 사이 143명(3.9%)이 줄었습니다. 희망퇴직과 부서 축소·조직개편 등을 단행하면서 가장 인원이 많이 감소한 증권사가 됐습니다. 평균 연봉 역시 2022년 1억4100만원에서 지난해 1억3400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최현만 전 회장이 올해 3월 말 임기를 불과 5개월 앞두고 퇴임한 배경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지난해 10월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최 전 회장의 퇴진까지 포함한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과감한 세대교체라는 이유를 달았습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미래에셋증권의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른 일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미래에셋증권은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검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궁지에 몰렸고, 라임 펀드의 특혜성 환매는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연이은 악재에 미래에셋증권 주가도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당시 3개월간 주가가 약 15%나 빠지며 주요 증권사 중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습니다. 각종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셈이죠.

<주역>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나옵니다. ‘너무 높이 올라간 용은 뉘우칠 일이 있게 된다’라는 뜻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면 자신을 경계하고, 일을 할 때는 적당한 선에서 만족할 줄 알아야지 무작정 밀고 나가다가는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의미도 담겼습니다.

최 전 회장은 박현주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그룹을 이끈 창업 동지입니다.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1999년 미래에셋벤처캐피탈 대표이사를 거쳐 같은 해 12월에 출범한 미래에셋증권의 초대 CEO를 역임했습니다. 2021년 12월에는 전문경영인으로는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창업자 박현주 회장과 동등한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고 평가받습니다.

27억3500만원. 그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성과를 올리고 받은 이연 성과급의 합계라고 합니다. 때문에 회장까지 올랐다고는 하지만, 샐러리맨으로서 이를 왜 받느냐고 질타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유력 정치인 등 가입자에게 환매를 적극 권유해 투자금을 돌려준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은 2019년의 일이며, 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실패 등도 같은 해 벌어진 일인 점을 감안하면 그해 받은 성과금(9억3500만원)은 되돌려줘야하지 않을까요. 회사를 떠난 분에게 다소 야박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업계의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퇴직을 선택하고 있는 후배들도 좀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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