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등 3000억원 유상증자 전폭 지원에도 2025년 IPO 목표 불투명
‘주행한 만큼만 자동차 보험료를 낸다’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만든 ‘퍼마일자동차보험’의 판매회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5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2025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모회사 격인 한화손해보험이 지난해 12월 12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최근 2년 동안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지만, 이를 부채 축소와 자본 잠식을 해소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지난해 보험영업수익 3839억원을 올렸지만, 비용으로 보험서비스 4349억, 출재보험 179억, 기타사업 72억원이 투입돼 761억원의 당기순손실(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회사가 출범한 2019년 91억원 손손실 이후 5년째 적자다. 앞서 2020년 382억, 2021년 650억, 2022년 79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캐롯손보의 적자는 아이러니하게 주력하고 있는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손해율 때문이다. 2020년 출시한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출시 1년도 안 돼 계약 건수 10만건 달성과 2년 만에 누적 50만건을 돌파하는 등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말 기준 모두 157만건의 계약을 기록했다. 연납으로 보험료를 결제하는 기존 자동차보험과는 달리 고객이 주행한 만큼만 매월 후불로 결제하는 ‘쓴 만큼 낸다’라는 시스템으로 호응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인기가 손해율 증가로 이어져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캐롯손보의 수익 구조상 단기간에 적자 늪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효과로 적자를 면했던 보험사들이 이동량 증가, 보험료 인하 등의 복병을 마주하면서 손해율 관리에 애를 먹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캐롯손보가 내년을 목표로 했던 상장 시기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캐롯손보 실적 반등의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본다. 유상증자를 통해 기업가치가 1조원대로 올라섰고, 적자 타개를 위해 인재 영입 및 마케팅에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흑자 전환을 위한 변곡점을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선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에 앞서 올해부터는 눈에 띌 만한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표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은 지난해 말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라면서 “신규 보험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주목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