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함영주’ 포석? 하나금융의 ‘사내이사 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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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함영주’ 포석? 하나금융의 ‘사내이사 파격’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3.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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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 깨고 사내이사 3명으로 확대… 함 회장 외에 이승열 행장, 강성묵 부회장 내정
“책임경영·내부통제 강화 목적”이라지만 2인 검증 이후 ‘후계 구도’ 완성 의도인 듯
(오른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겸 지주 부회장. /사진=하나금융
(오른쪽부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겸 지주 부회장. /사진=하나금융

하나금융지주가 오는 22일로 예정된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의 커다란 변화를 예고해 금융권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외이사의 대폭 교체와 함께 주총 안건으로 오른 3명의 사내이사 선임이 기존 금융권의 관례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통상 금융지주 이사회에는 CEO를 맡고 있는 금융지주 회장이 사내이사로 참석하고, 은행 CEO가 비상임 이사로 같이 이름을 올린다. 나머지는 모두 사외이사들로 구성한다. 이는 외부인사 위주의 이사회가 최고경영자를 견제해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개편 예정인 하나금융 이사회에는 함영주 회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가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려 3인 체제로 확대된다. 이를 위해 이승열 은행장은 최근 하나금융지주 비상임 이사 자리에서 사임했다.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책임경영 및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게 하나금융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가 종료돼 올해 사실상 마지막 임기를 보내는 함 회장이 하나금융에 본인의 색채를 덧입히고, 측근 인사들의 최고 결정기구 내 발언권을 높여 자연스럽게 후계 구도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이승열 은행장과 강성묵 부회장은 차기 회장에 근접한 인사로 꼽힌다. 게다가 함 회장과 이들 두 사람의 과거부터 이어진 끈끈한 관계도 흥미를 끈다.

강성묵 부회장은 함 회장과 영업 현장에서 손발을 맞춘 사이다. 강 부회장은 대전영업본부장으로 당시 충청영업그룹장이었던 함 회장을 보필했다. 함 회장의 하나은행장 취임 후에는 영업지원그룹장으로 본점과 지점을 잇는 매개 역할을 했다.

이승열 은행장은 함 회장이 행장 임기 동안 영업에 주력할 수 있도록 집안 살림을 도맡았다. 함 회장이 고졸 행원 출신으로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야전 사령관이라면 이 대표는 서울대 출신 브레인이다.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으로 재무와 전략 파트를 맡아 함 회장의 책사 역할을 했다.

이런 하나금융의 사내이사 비중을 늘리는 이례적 조치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 시각이 엇갈린다. 이사회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데다 그룹 회장의 전횡이 우려된다는 지적과, 금융당국이 발표했던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CEO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증을 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 내 유력한 차기 CEO 후보자를 이사회에 포함시켜 장시간 검증을 거치는 것은 금융당국에서 주문하는 바이다”라며 “다만 회장이 자신의 권한을 너무 키우고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는 임기가 끝나는 김홍진, 양동훈, 허윤 사외이사를 교체한다. 이들 자리에는 주영섭, 이재술, 이재민 후보가 들어간다. 연임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 이정원, 박동문, 이강원 이사는 재임을 추천한다. 또 IT 전문가인 윤심 전 삼성SDS 부사장을 사외이사로 추가 선임키로 했다. 이에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진은 올해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현재 8명에서 9명으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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