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남성전용보험’은 GA의 거짓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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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남성전용보험’은 GA의 거짓 마케팅?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4.02.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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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건강보험 상품이 '남성전용'으로 둔갑 등 부풀린 광고 유의해야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보험사들의 선을 넘는 마케팅과 과열 경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초부터 판매 종료가 임박한 상품이라며 빨리 가입해야 한다는 절판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종합건강보험의 일정 부분만 강조해 국내 첫 ‘남성전용보험’이라고 판매하는 거짓 마케팅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 법인보험대리점(GA)을 통한 과도한 인센티브 경쟁으로 보험업계가 위기를 자초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시장에서 회사와 상관 없이 생명보험부터 손해보험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GA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CEO(최고경영자)들의 무책임한 경영도 한몫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CEO의 임기는 기껏해야 3~4년인데 대부분 보험상품은 장기 계약이어서 손실로 드러나는 것은 먼 훗날이기 때문이다.

종합건강보험이 ‘남성전용보험’ 둔갑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판매된 ‘라이프플러스 더건강한 한아름 종합보험 무배당’ 상품이 화제다. 보험업계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남성 전용 상품이라는 희귀성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상품은 실제론 남녀노소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종합건강보험이다. 3대 질환과 전이암 진단비를 확대해 보장하고, 암에 걸리지 않은 고객에게 매년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게 특징인 상품으로 ‘남성 전용’과는 무관하다. 그나마 여성 유방암과 함께 남성 생식기암을 보장하는 게 남성전용으로 바뀐 단서다. 

그렇다면 이 상품은 어떻게 남성 전용 상품으로 둔갑 했을까. 그 이유는 보험사측이 GA 등에 보낸 안내장에서 찾을 수 있었다. 회사측은 해당 상품에 대해 ‘오빠, 오래 기다렸지’ ‘내 남자를 위한’ 등 문구를 넣었다. 여성보험 가입 고객이 “남편·아들도 빨리 가입시켜 주고 싶다”라는 문의를 받았다며 상품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안내장에는 남성 암 발병률 통계자료로 포함됐다. 사실상 영업 조직에 남성들을 위한 상품으로 홍보하도록 유도한 셈이다. 이에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 최초’ ‘남성을 위한’ ‘가성비’ 등 홍보문구를 사용해 상품 출시 전부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거짓 영업으로 인해 보험업계의 신뢰가 떨어지면 모두가 손해인 만큼 자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보험사들 과열 경쟁 ‘점입가경’

GA 채널에서 제살깎기식의 영업 경쟁도 우려된다. 과열 양상이 계속되면 보험사와 고객 모두 비용 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손해보험사는 연속판매, 13회차 유지율 등 모든 조건을 수행했을 때 계약이 이뤄진 월납보험료에 최대 2100%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제지에 나서자 현금 시책을 줄이되 물품으로 대체하는 등 '눈 가리고 아옹'식의 운영을 하고 있다.

최근 생명보험사들이 잇따라 내놓는 건강보험에 대한 인센티브도 1000%에 달한다. 불완전판매 우려로 문제가 됐던 단기납종신보험도 300% 내외의 시책을 통해 높은 판매액을 기록했다.

인센티브 상한선은 1200%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계약 후 1년이 지난 13회차에 추가 지급하는 방식 등 우회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는 최근 GA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어쩔 수 없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는 환경에서 상품 자체의 매력도도 중요하지만 설계사의 이목을 끄는 강력한 인센티브 통해 경쟁력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GA에서는 생명보험부터 손해보험까지 회사별로 다양한 상품이 판매돼 고객들의 접근이 쉽다. 이에 따라 대형 GA들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보험사들도 제조채널과 판매채널을 분리하면서 자회사형 GA를 내놓거나 대형 GA를 인수하고 있는 움직임이다.

업계 관계자는 “GA의 판매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해 자체 판매망보다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들이 많아졌다”라며 “현금 등 시책이 많이 걸리는 상품 위주로 설계사들이 판매에 집중해 불완전판매나 자기계약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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