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전 분명 경고했는데… 한국토지신탁의 ‘추락’
상태바
9개월 전 분명 경고했는데… 한국토지신탁의 ‘추락’
  • 최석영 기자
  • 승인 2024.02.14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5월 신용등급 전망 ‘A→A-’로 하향 이후 실제로 한단계 ‘뚝’
부동산 경기침체 직격탄, 실적 줄고 연체사업장 늘어 재무 부담 ‘쑥’
고정이하자산 잔액 4398억원 업계 최대… HJ중공업·동부건설도 ‘짐’
/사진=한국토지신탁
/사진=한국토지신탁

한국토지신탁(한토신)의 신용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해 실적이 크게 줄었고, 이자가 연체되는 사업장은 늘면서 자산건전성마저 악화됐기 때문이다.

14일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떨어졌다. 지난해 5월 신용등급전망에서 ‘하향 경고’를 한 지 9개월 만에 실제 등급을 낮췄다.

신용도 하향의 가장 큰 이유는 수주 실적 감소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하락했고, 이익 창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다. 게다가 고정이하 자산 규모가 증가하고 있고,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이 경쟁업체 대비 떨어진다는 게 한신평의 평가다. 또 한토신이 지분을 보유한 HJ중공업과 동부건설의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2018년까지 20%를 상회했던 한토신의 영업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은 2022년 10.8%로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개발신탁수익 기준 시장점유율은 24.4%에서 7.8%로 크게 떨어졌다. 2023년에도 시장지위 약화가 지속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수익 기준 점유율은 10.2%로 2022년 대비 0.6%p 빠졌다.

신탁보수 기준 수주 규모도 2022년 1019억원으로 2014년 995억원 이후 가장 적었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 신규 수주 실적도 257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수익은 2022년 1882억원으로 2016년 이후 처음 200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고, 당기순이익은 414억원으로 2010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차입형개발신탁 수주 감소에 따른 개발신탁보수 및 이자수익 감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 현안 사업장에 대한 대손비용 부담 확대 등이 나타난 결과이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자료=한국신용평가

한신평은 “2022년 이후 부동산 경기 저하로 수주 실적이 급감하고 개발사업장에 대한 대손부담 지속과 높은 조달금리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이익창출력 회복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 회수가 곤란해진 자금을 뜻하는 고정이하자산 규모가 늘고 있는 점도 고민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 잔액은 4398억원이다. 2022년 12월 말 대비 535억원 증가했는데, 이는 부동산신탁사 중 가장 큰 수준이다.

반면 충당금 적립 수준은 경쟁업체 대비 미흡하다. 현안사업장 신탁계정대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반영하기보다는 주로 대손준비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어서다.

이에 유사시 큰 폭의 대손비용 발생과 자본비율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고정이하 자산에 대한 커버리지 비율(대손충당금/고정이하자산)은 27%에 불과하다. 차입형 개발신탁을 주로 수행하는 부동산신탁사 중 커버리지 비율이 가장 낮은 편이다.

HJ중공업과 동부건설의 재무부담 확대 리스크도 부담이다. HJ중공업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분기 835.06%에서 3분기 906.31%로 증가했다. 필리핀 수빅 조선소 보증채무 4억1000만달러(약 4700억원)가 여전히 큰 짐이다. 동부건설도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전년 말 대비 약 1000억원 증가한 5207억원으로, 부채비율도 206.3%로 상승했다.

한신평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사업장 미분양이 길어지면 수분양자들의 계약 취소, 사업성 저하, 담보가치 하락 등의 악순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며 "회사의 신용등급이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