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1명 중 417명… 지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성희롱과 전쟁 중’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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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명 중 417명… 지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성희롱과 전쟁 중’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4.01.25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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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설문 결과 55%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당하거나 당한 사실을 알고 있다’
야근 직원에게 “새벽별 보러 가자”, 정규직 전환 앞둔 인턴에겐 “합격여부 내 손에”
간부급들 상습 폭언·성희롱 사례 심각… 윤리경영 성패는 조직 상층부 역할 더 중요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로 감독 결과, 회사 간부들이 직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근로 감독 결과, 회사 간부들이 직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연초부터 국내 굴지의 대기업 간부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폭언과 성희롱·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 윤리경영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며 ‘열린 경영·인권 경영·투명 경영’ 등을 강조하고 있는데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서 벌어진 천박하고 반인권적인 행위가 그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기업가치와 이미지를 한순간에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20대 직원이 숨진 사건과 관련, 직장 내 괴롭힘 의혹 등이 제기된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에 대한 근로 감독 결과에 따르면 이 회사 간부들이 직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폭언과 성희롱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감독 결과로 드러난 중간관리자의 폭언엔 여느 폭력서클에서나 있을 법한 욕설이 섞여있다. “아 ××, 못 해 먹겠네” “아 ×××들, 지들 일 아니라고 저따위로 하네” 등 업무 중 저속한 욕설이 상습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확인한 것이다.

또 야근을 마치고 나오는 직원에게 ‘새벽별 보러 가자’라고 성희롱한 간부도 있었고,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는 인턴에겐 ‘합격여부가 내 손에 달려있다’는 식의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설문 조사에선 응답자 751명 중 417명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가 당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대답했던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행태가 삼바의 직장문화에 만연했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감독 결과 당시 숨진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상습적인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삼바 측에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고 이행상황을 재점검할 방침이다.

지금 국내 기업들은 윤리헌장을 발표하는 등 그동안 지탄받던 관행들을 선제적으로 개선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야말로 ‘윤리전쟁’이 한창이다. 기업 청렴도, 사회 문제 해결, 투명성 제고 등은 물론 조직원들의 윤리 훈련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직원 일부의 일탈이 기업의 평판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리경영의 성패는 조직 상층부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다른 사안들과 달리 윤리경영은 먼저 위로부터의 실천이 없이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는 덕목이다. 윗물이 맑지 않고선 아랫물이 맑아질리 없다는 얘기다. 기업 리더와 참모, 중간간부 등 위에서 먼저 끌고 아래가 동참할 때에만 효과를 낼 수 있다.

연이어 불거진 이번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그러진 대기업 조직문화의 단면을 노출하는 것 같아 연초부터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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