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에도 ‘돌아온 외국인’, 어떻게 설명할 거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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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에도 ‘돌아온 외국인’, 어떻게 설명할 거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12.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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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한시적 금지 첫 달, 3조3000억원어치 ‘Buy Korea’… “이탈 외국인 일부에 국한될 것”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불법이 관행이 되어 합법이 되어버린 아프리카 주식시장만도 못한 완전 후진국 한국 주식시장. 공매도 전산화하고, 연장 없는 공매도 3개월 하고, 어차피 개인들 공매도 못 치니 담보비율 140퍼(센트) 하고. 불법 자행자 또는 순기능을 악용하여 시장을 교란시키는 악질 세력들을 엄벌, 완전 퇴치하여 주식시장을 공정 공평하게 해달라는 것이 개인투자자들의 순수한 바람인데…. 뭣이 그리 힘들까?”(yada****)

12월 첫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외신기자 간담회 내용이 전해지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일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자본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장전문가, 유관기관 등과 함께 전향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당국의 의지가 이처럼 강력한 가운데, 유의미한 통계 결과가 나왔습니다. ‘공매도를 막으면 외국인 투자자가 떠난다’라는 시장전문가들의 주장이 일단 틀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매도 금지를 시행한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주식을 3조원어치 넘게 사들였습니다. 넉 달 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것입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7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11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장주식은 모두 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올해 1월(6조1000억원) 이후 최대치입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510억, 코스닥시장에서 94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국가별로는 ▲영국(3조4850억원) ▲미국(7630억원) ▲홍콩(2960억원) 등의 외국인은 순매수했지만, ▲버뮤다(-3940억원) ▲룩셈부르크(-2920억원) ▲케이맨제도(-2390억원)는 순매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 잔액은 692조242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6.9%였습니다. 외국인의 보유 잔액이 한 달 새 67조5000억원어치 불어난 것입니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지난달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도 2조2310억원어치를 순투자했습니다. 역시 넉 달 만에 순투자로 전환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5조3710억원어치를 사들이고, 만기가 돌아온 3조1400억원어치는 받아 갔습니다. 종류별로는 국채(2조2870억원)는 순투자, 회사채(-650억원)와 통안채(-50억원)는 순회수했습니다. 지역별로 ▲유럽(1조1580억원) ▲아시아(4830억원) ▲중동(980억원) 순으로 순투자했습니다.

외국인은 지난달 말 현재 국채 221조8000억원(90.9%), 특수채 22조원(9.0%)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 잔액(244조1220억원)도 한 달 새 2조5000억원 불었습니다. 전체 상장 잔액의 9.8% 수준입니다. 보유규모는 아시아가 113조9000억원어치(46.7%)로 가장 많고, 다음은 유럽(72조4000억원, 29.7%)이었습니다.

2021년 4월 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 점검 모습. 모니터 왼쪽 상단의 코스피지수 3215.42가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사진=금융위원회
2021년 4월 27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공매도 재개 모의시장 운영상황 점검 모습. 모니터 왼쪽 상단의 코스피지수 3215.42가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사진=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시장조성자들과 검은 머리 외국인, 언론 등을 싸잡아 화살을 퍼붓고 있습니다. ‘공매도 놀이터’를 두고 외국인들은 절대 가지 않을 거라는 댓글이 씁쓸합니다.

“이래도 공매도 금지하면 외인들 다 떠난다고 헛소리할 거냐??? 가장 문제는 국내 거X 시장조성자들임. 얘네들 좀 어떻게 해라. 제발... 일들 좀 해라. 국회들아!!!”(joon****) “공매견 X관과 검은 머리 외국인과 X언론사의 합작품이지요. 그간 얼마나 개인투자자들 피 빨아 처먹었을까. 정부는 진짜 정신 차려야 한다”(yeda****) “맘대로 하기에 이 좋은데 다른 곳 어디로 간다고?”(zaic****) “공매도 제도 개선 막는 공매도 카르텔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언제까지 대한민국이 불법 공매도의 놀이터라는 말을 들어야 하나요!”(anew****).

한편 한국거래소 등이 지난 4일 주최한 <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관련 토론회>에서,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는 한국 주식을 4조원 넘게 매수했다”라며 “미국 금리 인하로 위험자산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유입됐기 때문으로 보여 공매도 금지로 이탈하는 외국인은 일부에 국한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 공매도 제도 개선과 관련,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수요·공급·플랫폼 측면에서 독점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불공정경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또 다른 시장 리스크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실장도 “공매도 제도가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투자자 신뢰부터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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