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 최대주주 손바뀜 잔혹사? ‘투자자 3인’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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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 최대주주 손바뀜 잔혹사? ‘투자자 3인’ 정체는…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11.15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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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3명 잠재 지분 60% 육박… 인수 주체 숨겼을 가능성
경영권 인수 차원 아니더라도 수백억원씩 평가 차익 챙길 수 있어
이집트 공장 지분 처분에 창업주 일가 ‘직접 경영 의지’ 좌절될 듯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폴리에스터 생산업체 성안합섬 전경.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폴리에스터 생산업체 성안합섬 전경.

200억원대 경리 부정 사건 이후 거래정지 등 곡절을 겪다 지난해 대호테크놀러지를 새 주인으로 맞은 성안이 최근 신사업 추진을 내세우며 수차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등 대규모 메자닌 발행을 결정했다. 특히 최대주주가 CB, BW(신주인수권부사채권) 등 메자닌 발행계약을 맺은 주체들이 모두 개인인데다 물량도 이미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를 추월해 ‘바지’를 내세운 M&A 선수들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성안은 지난해 9월 대호테크놀러지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100억원을 유상증자하고 CB도 5차례, 285억원을 발행했다. 신사업인 ‘베트남 희토류 제련 및 관련 설비’ 투자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 외에도 연내 유증 및 CB, BW 발행을 추가로 진행한다. 오는 24일 타임파트1호조합이 100억원의 제3자 배정 유증에 참여할 예정이며, 다음 달 15일엔 채덕희씨가 250억원 규모의 2회차 CB 인수자금을 납입할 예정이다.

당초 이달 중 납입 예정이었던 300억원 규모의 BW 발행도 내년 9월 20일로 연기돼 대기 중이다. 최미선씨가 인수할 예정인 BW의 행사 가능 신주물량은 4172만4617주로, 기발행주식 총수 6735만1047주의 61.95%에 달한다. 권리행사가 시작되는 2025년 이후엔 성안의 최대주주가 최씨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연내 발행하는 CB의 전환 가능 주식 수도 6797만3281주로 이미 기발행주식 수를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 올해 유상증자로 발행한 신주 물량도 2092만주에 달하고 있다.

성안이 14일 공시한 3분기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최대주주 대호테크놀러지의 주식 수는 1136만1324주로 18.60%의 지분을 갖고 있다. 2분기까지만 해도 성안 창업자의 아들 박성태 전 회장의 지분율이 7.99%로 표시됐지만, 3분기 공시엔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된 상태이다.

그런데 성안의 메자닌 발행에 참여한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궁금증은 지난해 인수 단계 때부터 관심을 끈 바 있다. 당초 CB 발행 예정 450억원 가운데 이상희씨와 채덕희씨가 각각 200억원과 25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300억원의 BW를 최미선씨가 인수하기로 예정되면서 부터다.

성안이 올해 발행한 CB의 잠재물량이 6797만3281주로 기발행주식 총수의 100%를 넘어섰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성안이 올해 발행한 CB의 잠재물량이 6797만3281주로 기발행주식 총수의 100%를 넘어섰다.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당시 업계에선 이들이 M&A 중개와 경영컨설팅 업체인 비엠비즈니스에서 1년 이상 사내이사로 활동한 경력을 거론하며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개인투자자인 이들이 주식전환 권리를 행사할 경우 3명의 지분을 합치면 60%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대호테크놀러지와 이들 3명이 성안을 공동 인수키로 사전 협의했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M&A 파트너로 경영권 인수, 유상증자, 메자닌 발행 등의 과정을 함께 구상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일각에선 200억원 규모의 CB 발행에 참여한 이상희씨의 전력을 들어 이들 3명이 성안의 인수 주체임을 숨기고 메자닌 투자로 방향을 틀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씨는 2012년 코스닥 상장사였던 트라이써클 대표로 재임할 당시 240억원 규모의 배임 혐의로 피소된 바 있고, 이로 인해 트라이써클이 이듬해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이들은 경영권 인수 의도가 없더라도 막대한 평가차익을 누릴 수 있다. CB와 BW의 경우 할인율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이 참여한 CB의 전환가액은 모두 719원이다. 15일 장중 1710원인 성안의 주가가 내년까지 유지될 경우 수백억원씩의 차액을 챙길 수 있다.

성안은 또 지난달 이집트 법인의 지분 16.2%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박상태 전 회장이 애착을 갖고 키워온 공장으로 지난해 성안 매각 당시에도 직접 경영 의지를 보였던 곳이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당시 박상태 회장은 성안의 섬유사업과 이집트 공장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계약서에 장부가격 기준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분명히 명시했다.

성안은 1955년 창업주인 고 박용관 회장이 설립한 성안직물이 모태이며, 한국의 화섬직물 간판기업으로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0년 화섬메이커인 성안합섬을 설립, 하루 20톤 규모의 폴리에스테르사 생산을 통해 2020년 1280억원의 매출을 올린 굳건한 화섬메이커로 자리잡았으나 코로나19 팬데믹 후유증으로 매년 적자를 이어가며 생존을 위협받게 됐다.

그러다 성안이 회사를 매각하게 된 배경엔 3년 전에 터진 계열사 성안합섬의 200억원대 경리 부정 영향도 크다. 성안합섬의 전 경리부장이 200억원대를 횡령한 사건이었는데, 이로 인해 경영악화는 물론 거래 정지를 당했다. 성안은 이후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통해 거래가 재개된 지 5개월만에 회사 지분을 전격 매각하게 된 것이다.

성안은 대구 검단동 본사와 공장부지가 1만평을 넘고 성안오피스텔 자산가치도 수백억원에 달해 이를 통째로 팔아 부채를 갚고 사업을 재편하려던 차에 대호테크놀러지가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나서자, 계약서에 섬유사업과 이집트 공장 경영권 우선매수청구권을 조건으로 명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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