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승계’ LG家 상속분쟁, 경영권 다툼으로 번질까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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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승계’ LG家 상속분쟁, 경영권 다툼으로 번질까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8.04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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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회복청구소송 스타트, 유언장 유무·인지 시점이 쟁점될 듯
세 모녀 승소땐 지분 변동…구광모 회장과 표 대결 가능성
장자 승계 원칙에 반기…LG家 ‘장자승계’ 구습 지탄받을 수도
2012년 4월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미수연에서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구본무 회장 내외, 구자경 회장, 구연경씨 내외, 구연제(구본준 LX 회장의 딸), 뒷줄 왼쪽부터 구본준 회장 내외,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내외, 구본식 LT그룹 회장 내외. /사진=LG
2012년 4월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미수연에서 축하 떡을 자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구본무 회장 내외, 구자경 회장, 구연경씨 내외, 구연제(구본준 LX 회장의 딸), 뒷줄 왼쪽부터 구본준 회장 내외,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내외, 구본식 LT그룹 회장 내외. /사진=LG

70여년간 장자 승계라는 전통을 이어가며 ‘인화의 LG家’로 알려진 LG그룹이 故 구본무 회장의 지분 상속을 놓고 벌이는 법정싸움이 시작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시장의 관심이 무척이나 뜨겁습니다. 구 회장의 모친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동갑이지만 생일 차이)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 3명이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과 관련해 서울 서부지방법원 민사11부는 지난달 18일 양측 법률 대리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시장 일각에선 만약 상속 분쟁이 세 모녀의 승리로 귀결될 경우 구 회장의 지분이 낮아지고 세 모녀의 지분이 늘어나면서 결국 경영권 다툼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5년전 타계한 故 구본무 전 회장의 유언장이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세 모녀는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속아서 협의서를 썼기 때문에 상속 지분을 다시 나눠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구 회장 측은 상속지분 분할이 4년 전에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이날 법정에서도 세 모녀 측은 “구 회장이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속아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구 회장측은 “구체적인 분할 내용에 대해 완전한 협의를 통해 협의서를 작성했고 4년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반박했습니다.

제척기간은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법정 기한으로 민법은 상속회복청구권이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하게 됩니다. 세 모녀가 유류분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이미 지났기 때문에 대안으로 상속회복청구권을 주장한 것으로 보입니다. 세 모녀는 그동안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지난해 7월에야 유언장이 없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유언장 확인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故 구본무 회장의 타계 이후 LG 지분 11.28%를 포함한 2조원대의 재산은 합의에 따라 구광모 회장이 지분 8.76%를 상속 받았고 여동생 구연경, 구연수씨는 각각 2.01%, 0.51%를 받았습니다. 배우자인 김영식씨에게 상속된 지분은 없었습니다.

유언장이 없었다면 현행법에 따라 지분을 배우자와 3남매가 1.5대 1대 1대 1 비율로 상속했어야 합니다. 법정 상속비율을 적용할 경우 구 회장이 현재 갖고있는 LG 지분은 15.95%에서 9.70%로 낮아지고 김영식여사 지분은 4.2%에서 7.95%로, 구연경, 구연수씨 지분도 각각 3.42%, 2.72%로 늘어나게 됩니다. 세 모녀의 지분을 합치면 14.09%로 구 회장의 지분 비율을 크게 넘어서게 됩니다. 이번 소송에서 세 모녀가 이긴다면 LG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LG 트윈타워 전경.
LG 트윈타워 전경.

구 회장은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LG 지분 3.05%를 합쳐도 12.75%로 세 모녀의 지분을 합한 것보다 낮습니다. LG 지분을 갖고있는 LG연암학원(2.13%)과 LG연암문화재단(1.12%), LG상록재단(0.48%)이 구 회장을 지지할 것으로 가정하면 우호지분이 16.48%로 상승하겠지만 치열하게 경쟁할 가능성은 열려있습니다.

세 모녀 측에서도 우군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경영권을 넘볼 수 있습니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구 회장의 숙부 구본준 LX그룹 회장과 구본식 LT그룹 회장의 지분은 각각 2.04%, 4.48%에 달해 이들의 선택에 따라 LG그룹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부친 부친 故 구자경 회장과 큰형 故 구본무 회장의 유지를 뒤집고 세 모녀를 지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LG 지분 5.02%를 취득한 영국계 투자회사인 실체스터의 행보와 속내를 의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지분매입이 아니겠다는 것입니다. 구 회장과 세 모녀가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할 경우 누구든 실체스터를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세 모녀가 애초에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뜨겁습니다. 장자 상속이라는 가부장적, 보수적인 LG家 가풍 때문에 세 모녀가 경영과 상속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으로 반기를 든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유언장이 없었다면, 굳이 양자를 들여서까지 후계자를 삼는 전근대적인 구습에 얽매여 세 모녀가 현행법으로 정해진 당연한 지분상속 권리를 침해당했는 주장이 좀더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번 소송에 쏠리는 관심이 뜨겁습니다. 법정 싸움의 승패를 떠나 재판 과정에서 그동안 경영에서 여성을 배제해온 LG가문의 구태의연한 가풍에도 곱지않은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번 소송은 양측의 입장이 팽팽해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 기일은 10월 5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세 모녀 측은 이번 송과 관련된 녹취록을 증거로 내며 구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회장 등 7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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