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리쿠의 뱀파이어 이야기 ‘어리석은 장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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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뱀파이어 이야기 ‘어리석은 장미’ 출간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3.07.0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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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가 14년 만에 완성한 뱀파이어 이야기가 드디어 한국에 첫선을 보인다. 데뷔 이후 30년 동안 판타지, 로맨스,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발표하며 한일 양국에서 사랑받는 그의 역작 ‘어리석은 장미’가 공개된다. 600여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이지만 매혹적 필력이 가득해 단숨에 독파를 예고하고 있다.

디앤씨미디어의 단행본 브랜드 리드비는 오는 10일까지 ‘어리석은 장미’(옮긴이 김예진·624쪽·1만8300원)를 예약판매하고 11일 공식 출간한다.

‘노스탤지어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일본 작가 온다 리쿠는 ‘여섯 번째 사요코’(1992년)로 문단에 데뷔한 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밤의 피크닉’ ‘유지니아’ ‘삼월은 붉은 구렁을’ ‘호텔 정원에서 생긴 일’ ‘꿀벌과 천둥’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어리석은 장미’는 수십 권에 달하는 온다 리쿠의 저서 중 가장 오랫동안 연재된 작품이다. 2006년 SF 전문지 ‘SF Japan’에서 연재가 시작돼 2020년 출판사 도쿠마 쇼텐의 문예지 ‘요미라쿠’에서 무려 14년 만에 완결됐다. 그는 연재한 원고를 수차례 수정한 끝에 마침내 ‘어리석은 장미’를 단행본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

온다 리쿠는 여행 에세이를 쓰기 위해 방문한 일본 혼슈 중서부에 위치한 기후현 구조하치만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구조하치만을 바라보며, 그곳에 UFO가 내려오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에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뱀파이어라는 존재와 지역 축제 속 풍광을 곁들여 작품의 주된 배경인 이와쿠라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냈어요.”

‘어리석은 장미’는 뱀파이어와 SF 세계관이 어우러진 신비롭고 독특한 서사 구조 위에 자리한다. 수많은 영화, 드라마, 소설의 소재가 되어 온 뱀파이어. 어린 시절부터 그 존재에 대해 끝없는 호기심을 느껴 온 온다 리쿠는 ‘뱀파이어는 인류의 진화에 대한 어떠한 기억이 아닐까?’라고 생각했고, 그 나름의 대답을 ‘어리석은 장미’ 안에 녹여 냈다.

산간 마을 이와쿠라에서는 매년 우주로 떠나는 ‘허주’의 승선원을 선발하는 캠프가 열린다. 열네 살 소녀 다카다 나치는 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4년 만에 이와쿠라를 방문한다. 허주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인 ‘변질’. 변질이 시작되면 본능적으로 타인의 피를 탐하게 된다. 나치는 피를 마시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지만, 캠프의 그 누구보다 빠르게 변질이 시작된다. 점점 피를 갈구하는 스스로를 발견한 나치는 그 거부감과 열망 사이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혼란을 느낀다.

온다 리쿠는 특별한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이야기를 집필해 왔다. 서점 대상,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등을 수상하며 일본 최고의 대중 소설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럼에도 온다 리쿠는 여전히 연간 300여 편에 가까운 많은 책을 읽고, 의식적으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는 등 작가로서의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14년 동안의 땀이 들어간 ‘어리석은 장미’는 이러한 온다 리쿠의 이야기에 대한 애정과 장르에 대한 도전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다.

일본의 문학 평론가 오모리 노조미는 ‘어리석은 장미’를 두고 “온다 리쿠의 장르 소설 사랑을 집대성한 대작이다”라고 평가했다. 또 온다 리쿠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이자 ‘어리석은 장미’의 일본 초판 한정 표지를 담당한 ‘순정 만화의 신’ 하기오 모토는 ‘어리석은 장미’를 인류의 미래를 다룬 걸작 SF ‘유년기의 끝’에 비교하며 인상적인 소감을 남겼다. “이 작품은 21세기 ‘유년기의 끝’이다.”

작품 출간을 앞두고 온다 리쿠는 “뱀파이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쓸 수 있었다. 숙제를 마친 기분이다”라며 “많은 분량이지만 이 세계에 빠져서 단숨에 읽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한 바람을 밝혔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마음,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 정신, 매혹적인 필력이 한데 모인 ‘어리석은 장미’는 600여쪽 넘는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순식간에 읽힌다. 책장을 여는 순간, 독자는 14년 동안 공들여 빚은 작가의 서사를 만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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