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의 ‘네이버 AI 인력 빼가기’가 ESG 경영이라고?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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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네이버 AI 인력 빼가기’가 ESG 경영이라고?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6.2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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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AI 핵심인력 스카우트 중단” 내용증명 보내
정석근 전 대표 이직 후 리더급 개발자 5명 사직서
네이버 “소송” 으름장에 SKT “소통 통해 오해 풀 것”
“ESG보다 중요한 게 상도덕 지키는 정도경영”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사진=SK텔레콤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사진=SK텔레콤

지난해 말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추진하며 대대적 조직 개편을 단행한 SK텔레콤이 최근 IT 경쟁업체의 AI 핵심인력을 빼가려 한다는 논란에 휩싸여 시끌시끌합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지난 15일 SK텔레콤에 자사의 AI 핵심인력을 스카우트하는 행위를 중단하라는 경고성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겁니다.

이 내용증명에 따르면 정석근 전 네이버 클로바 CIC 대표가 지난 4월 퇴사한 뒤 같은 달 SK텔레콤 미국 법인에 입사, 두 달 만에 SK텔레콤의 ‘글로벌·AI테크 사업부’ 부장을 맡았습니다. 2021년 당시 네이버 클로바 CIC를 이끌던 정석근 전 대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를 개발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인물입니다. 정 전 대표가 퇴사하고 난 뒤에는 네이버 리더급 개발자 5명이 줄줄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그와 합류하기로 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결국 “이같은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라는 내용증명을 SK텔레콤에 보냈고 이런 행위가 업무 위임계약서 상의 경업금지와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법령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전직 금지 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상법에 명시된 경업금지 의무는 특정인의 영업과 동종의 영업을 영위하거나 경쟁해선 안된다는 규정입니다. 영업에 대해 밀접한 관계를 지닌 피고용자가 허락없이 사업자가 행하고 있는 영업행위와 동일한 행위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입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지난 2월 콘퍼런스에서 하이퍼클로바X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지난 2월 콘퍼런스에서 하이퍼클로바X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네이버 측은 AI 핵심인력 유출이 이어질 경우,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출시에 차질을 빚을까 비상입니다. 하이퍼클로바X는 기존 모델을 업그레이드해 챗GPT보다 한국어 데이터를 6500배 더 학습해 국내에 최적화된 모델로 내달 베타 서비스를 거쳐 8월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 AI 생태계에 크나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핵심인력이 대거 이탈하게 되면 경쟁사에 기술 유출은 물론 개발 일정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사진=SK텔레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 측은 이와 관련해 네이버의 주장이 오해라는 입장입니다. 네이버의 AI 인력을 조직적으로 대거 영입하려 한 적이 없다며 양사 간의 오해가 없도록 소통창구를 마련해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IT 업계에선 AI 인력 모시기 경쟁으로 인한 공방이 자주 있는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특정 프로젝트를 맡아 추진하던 임원을 비롯해 중추 인력을 한꺼번에 데려가는 것은 경쟁사의 기술을 탈취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입니다. 답변 기한 10일의 내용증명을 보낸 네이버가 SK텔레콤을 대상으로 법정 싸움을 이어갈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일과 관련해 “경쟁사의 핵심 인력을 통째로 스카우트했는지 여부는 곧 밝혀지겠지만 이런 논란 자체가 대기업의 상도덕 관념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한심하다”고 꼬집습니다. 특히나 ‘ESG경영 전도사’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이 결국 손쉽게 경쟁사의 인력을 넘보는 것이냐는 비아냥도 따라붙습니다.

AI 기술로 대변되는 5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한 기업간 경쟁이 치열합니다. 기술인력을 자체적으로 양성해서 대처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려 자칫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조바심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외부 수혈을 통한 기술 개발도 기업의 정당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경쟁사 조직의 수장과 리더급 인력을 한꺼번에 대거 빼앗아 가는 것은 기술 유출 논란과 분쟁 우려가 높아 서로 자제하는 게 상식입니다. ESG경영도 떳떳한 상도덕을 중시하는 정도경영을 토대로 깔아야 올바로 설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AI 기술 경쟁에서 ‘더티 플레이’가 자주 등장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부디 경쟁은 치열하게 하더라도 정정당당하게, 이전투구로 치닫는 험한 꼴을 연출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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