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ESG경영 먹칠’ 거꾸로 가는 SK에너지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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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 ESG경영 먹칠’ 거꾸로 가는 SK에너지 [마포나루]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6.1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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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그린워싱·전속거래 강요 혐의 당국 조사
결과 관계없이 잇단 혐의 조사에 그룹 이미지 타격
“ESG경영 전도사 최 회장 경영철학에 먹칠” 지적
그룹 친환경 경영 투자 스케줄도 미흡 “갈 길 멀다”
SK에너지 울산 VRDS 공장. /사진=SK에너지
SK에너지 울산 VRDS 공장. /사진=SK에너지

SK에너지가 지난해 환경부로부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의혹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조만간 공정위로부터 ‘전속거래 강요’ 혐의 조사 결과를 통보받을 것으로 알려져 ‘ESG경영 전도사’를 자부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행보에 역행, 그룹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 회장은 지난해 8월 데이터앤리서치가 30대 그룹 수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경영’ 관심도 조사에서 최다 정보량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최 회장은 또 ‘ESG경영 전도사’라는 별칭과 함께 해외 사업장으로 보폭을 넓히며 ESG 지형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SK에너지에 대한 정부기관의 두 차례 조사는 ESG경영의 핵심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어서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사진=SK에너지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사진=SK에너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5월 SK에너지가 일선 주유소를 상대로 전속거래를 강요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했습니다. 공정위는 대리점주의 신고에 따라 SK에너지가 일부 대리점을 상대로 다른 정유사와는 거래하지 말 것을 강요해 불이익을 줬다는 불공정 거래 혐의 확인에 나선 것입니다. 즉 SK에너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선 주유소에 전속거래를 강요하는 등 대리점법에서 금지하는 불이익 제공행위를 했다는 혐의입니다.

전속거래는 국내 4개 정유사 가운데 한 곳에서 석유제품을 100% 받는 거래를 말합니다. 이를 통해 정유사는 석유제품 공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주유소는 대기업 정유사 브랜드를 달아 소비자 신뢰를 높여 제휴카드, 자금·시설 지원 등 정유사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전속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과점체제 정유사와 달리 일선 주유소가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이를 강요하지 못하게 돼있습니다. 공정위는 주유소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만든 주유소 표준 대리점 계약서에 ‘전속거래 강요 금지’를 명시해뒀습니다. 2008년 국내 정유사의 전속거래 강요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지기도 했습니다.

공정위는 신고인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미 세종·대전 인근 주유소 50여곳에 자료를 요구해 살펴봤습니다. 신고인과 SK에너지가 제출한 자료를 살펴본 뒤 지난달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검토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SK에너지는 공정위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사안이라며 계약강요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한 적이 없고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 소명해 공정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공정위가 올해 초 진행한 주유소 대리점법 실태 조사에서도 ‘이상 없음’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엔 SK에너지와 SK루브리컨츠가 환경부 ‘친환경 허위광고’ 조사에서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그린워싱’ 의혹을 받았습니다. 그린워싱은 ‘green(녹색)’과 ‘white washing(세탁)’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실질적인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뜻합니다.

환경부는 SK그룹 두 계열사와 포스코가 친환경을 표방하는 제품을 내놨지만, 탄소중립이라고 표현할 충분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이를 들여다 본 것입니다. 환경부는 이들 기업에서 실증자료를 제출받았고 SK에너지와 SK루브리컨츠는 추가로 한 차례 더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SK에너지는 ‘탄소중립 석유제품’을 판매하면서 “제품의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대해 탄소배출권을 소각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상한다”고 홍보했으나, 탄소배출권을 소각하지 않아 탄소중립 제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었습니다. 환경부는 또한 해외에서 탄소 배출을 감축한 실적으로 국내 석유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상쇄한다는 SK루브리컨츠의 ‘탄소중립 윤활유 제품’도 국외 감축 실적 인정 여부가 조사 쟁점에 올랐고, SK루브리컨츠가 구매했다고 발표한 탄소배출권이 실제로 배출한 탄소량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의혹도 받았습니다. 당시 환경부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은 노련한 방식으로 제품의 친환경성을 광고해 조사가 복잡하다”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해 문제가 드러나면 시정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업계에선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SK그룹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SK그룹이 최 회장의 주도 아래 ESG경영의 대표주자로 인정받기 위해 계열사별로 TF를 구축하고 사업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는데, 계열사들이 잇단 혐의로 조사기관에 불려다니는 사실만으로도 그룹 경영철학에 먹칠을 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SK(주)는 최 회장의 지분율 17.5%를 넘는 24%에 달하는 자사주 지분율로 SK의 지배구조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자사주 소각 주문을 자주 받고 있고, 2025년까지 친환경 사업에 14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실행 스케줄이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온 터입니다. 최 회장의 ‘ESG경영 대표주자’ 외침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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