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만 남은 네이버 워킹맘 CEO ‘최수연의 다짐’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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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만 남은 네이버 워킹맘 CEO ‘최수연의 다짐’ [마포나루]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3.04.24 12: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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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은 죄인…” 30대 개발자 ‘직장내 갑질’ 의심 극단 선택
최수연 대표 “네이버는 열린 조직 문화” 과시 5개월 만에 비극
철저한 조사로 진실 밝히고 네이버 기업문화 혁신 고삐 당겨야
지난해 네이버 주주총회에 참석한 최수연 대표(왼쪽)와 한성숙 전 대표가 나란히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스웰 DB
지난해 네이버 주주총회에 참석한 최수연 대표(왼쪽)와 한성숙 전 대표가 나란히 퇴장하고 있다. /사진=뉴스웰 DB

“젊은 워킹맘이 대표직을 맡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다양성에 대한 열린 철학을 보여주는 사례.”

“네이버 구성원 37%가 여성이며, 전체 리더 직급중 여성 비율은 매해 상승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4월 21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워킹맘인 자신이 CEO 중책을 맡게 된 것은 네이버의 ‘열린 조직문화’ 덕분이라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2021년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가장의 비극적 사건이 있은 지 한 해가 되기 며칠 전 시점이었다. 세간의 부정적 이미지와 질타를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였음이 짐작되는 부분이다. 1년 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머리를 숙이며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겠다”라고 한 이후의 긍정적 측면을 보여주기 위한 성격도 짙었다.

그로부터 채 반년도 안 돼 네이버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던 30대 워킹맘이 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고용노동부가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따르면 30대 워킹맘 A씨는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했는데, A씨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며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에 고소장을 냈다.

유족의 고소장에는 “A씨가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육아휴직 복직 뒤 원하지 않는 부서에 배정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을 호소했다”라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네이버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이 생전에 유족에게 고충을 호소한 메신저 내용. /사진=JTBC 화면 캡처
고인이 생전에 유족에게 고충을 호소한 메신저 내용. /사진=JTBC 화면 캡처

2009년 네이버에 입사한 A씨는 2016년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후 이전과 같은 팀에서 일하게 됐지만, 상급자 B씨로부터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부당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변에 고충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내 제도를 통해 팀을 옮기려고도 했지만 여러 차례 탈락했고, 이 과정에서도 B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A씨는 결국 원하지 않는 팀으로 배정되면서 정신적 고통이 더 심각해졌고, 지난해 1월 다시 육아휴직에 들어간 뒤 가족들에게 “회사로 돌아갈 자신이 없다”라고 토로했다고 한다. 복직을 앞두고 다른 팀으로 옮겨 보려고 했지만 이마저 쉽지 않자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고인이 부서를 이동한 적은 있었지만, 본인 희망에 의해 부서를 이동한 것이지 강제로 이동시킨 적은 없다"라며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수사 시작 시 성실히 임하겠다"라고 해명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번 비극적 사고의 원인은 아무래도 ‘직장 내 괴롭힘’이 의심된다.

“회사에서 나가라는 거 같아. 난 아이 열심히 키운 것밖에 없는데."

"이래서 워킹맘은 죄인인가.”

“어린이집 졸업식에 간 후로 눈 밖에 난 것 같다.”

유족들이 공개한 고인의 생전 메신저 대화에는 워킹맘의 고충이 고스란히 담겨 씁쓸함을 더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인터넷 댓글창에는 자신들도 이런 일을 겪었고 공감한다며 “이런 나라에서 애를 낳아 키우라는 거냐”라는 불만과 질타가 줄을 잇고 있다.

‘워킹맘 CEO’ 최수연 대표는 지난해 컨퍼런스 콜에서 “2021년 8월 시행한 조직문화 진단을 정례화해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조치 절차도 설계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사회 산하에 전문 인력으로 조사 전담조직도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전담조직에 장기적으로 인권, 경영 역할까지 확대 부여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과연 그의 약속이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네이버 사옥. /사진=뉴스웰 DB
네이버 사옥. /사진=뉴스웰 DB

‘40대 워킹맘 CEO’ 최수연 대표가 성별,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받고 성취감을 느끼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지 불과 5개월만에 30대 워킹맘이 직장 내 갑질로 의심되는 이유로 인해 고인이 됐으니 참으로 서글프고 뼈 아프다. 무엇보다 소중한 목숨을 끊을 정도의 억울함을 호소하는데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더 이상한 일이다. 나라 망한다며 아이 낳으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임신한 여성이 죄인(?)으로 집단 따돌림과 눈치를 받지 않는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모쪼록 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진실을 가감없이 밝히고 네이버도 조직 문화 쇄신에 고삐를 바짝 당겨 다시는 말로만 그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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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미친년 2023-04-24 21:57:30
최수연 미친년 사퇴해라 씨발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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