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살해 참극’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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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살해 참극’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3.04.0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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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사각지대 가상화폐시장 편법 난무 의심
뒷돈 상장·시세조종 의혹 불거져도 속수무책
투자자 피해 보호장치 마련 등 제도 서둘러야

서울 강남구에서 벌어진 40대 여성 납치 살해 사건의 원인이 가상화폐 피해자들간의 갈등에서 비롯됐고 범행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가 피해자와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해 각종 민형사 소송으로 얽힌 관계였다는 새로운 사실까지 밝혀지며 충격을 더하고 있다. 가상화폐 광풍의 폐해가 잊을만하면 터져 나와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더니 살인 사건으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가상화폐는 ‘퓨리에버(PURE)’ 코인으로 2020년 11월 13일 코인원에 상장됐다. 상장 당시 백서에 서울시의회, 포스코, KT 등을 협업기관으로 홍보했다가 서울시의회로부터 협업한 사실이 없다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최근엔 상장 당시 대가로 코인원 전직 임원이 뒷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 구속기소 됐다. 가상화폐 업계에 불법 상장피 관행이 만연해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는데 결국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P코인은 상장 당시 2027원이던 것이 한달만에 가격이 5배나 치솟더니 몇 개월만에 500원으로 폭락했고 다시 2배 이상 폭등하자 코인업체가 ‘테스트가 필요하다’며 코인 입출금을 차단하기도 했다. 이로인해 업계에선 시세조종 의혹이 터져 나왔다. 거래를 정지시켜 유통 물량을 줄인뒤 세력이 붙은 것처럼 꾸며 추가 매수를 유도하고 물량을 떠넘기는 ‘가두리 펌핑’ 기법을 의심한 것이다.

자전거래를 통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떨어뜨린 뒤 매수해 가격을 펌핑하고 비싼 가격으로 몽땅 팔아 치워 차익을 챙기는 수법이다. 특정 코인이 과열됐을때 일시에 현금화 하는게 두려워 거래소가 지갑 송금 기능을 계속 막은 듯하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거래소가 봇을 돌려 김치프리미엄을 조장한다는 미확인 소문이 꼬리를 물기도 했다. 관리 감독이 뒤따르지 않는 허술한 코인 거래시장의 시스템을 못믿겠다면서도 투자자들은 한탕을 기대하며 장을 떠나지 않았다.

2022년 국내 가상 거래 현황. /자료=금융위 카드뉴스
2022년 국내 가상 거래 현황. /자료=금융위 카드뉴스

코인 상장 심사 또한 거래소마다 자체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불투명하고 신뢰도가 부족하다. 업계에선 불법 상장피 논란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상장을 위한 기술지원비 등 명목으로 프로젝트로부터 일부 비용을 받는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상장 탈락한 업체들이 악의적인 소문을 지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코인 상장 심사 과정이나 수수료 등 내역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의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21년 6월엔 일부 거래소가 한꺼번에 코인 28종에 대해 기습적인 상장폐지, 유의종목 지정을 함으로써 투자자들을 망연자실하게 하기도 했다. 개발활동과 유동성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지만 역으로 따져보면 상장 당시에 거래소 통과 기준 미달인 코인을 상장시켜 줬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래량이 많을땐 비싼 수수료로 이득 챙기고 거래량이 줄자 ‘단물 빼먹고 버리기’ 했다는 비난이 거셌다. 게다가 투자자들이 준비할 유예기간도 주지않아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

/자료=금융위 카드뉴스
/자료=금융위 카드뉴스

 

대박을 노리고 접근했다가 막대한 피해를 본 일반 투자자들의 하소연과 집단 소송이 줄을 잇는데도 정부는 투자자 보호와 가상화폐 시장 관리감독에 뒷짐인 상태이다. 2년전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 법안이 처음 발의된 이후 국회에서 관련 법안 18개가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통과된 법안은 한 건도 없다. 의무공시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불공정, 편법이 판쳐도 이를 확인하기 어렵고 시세조종을 해도 소문만 무성할뿐 제재가 뒤따르지 않는 가상화폐 시장이 투기판화 되고 있다. 이번 강남 살인 사건과 같은 참극이 또 일어나지 않을 거라 장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신뢰도가 떨어진 코인거래소의 자율규제기구 운영에만 더 이상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자료=금융위 카드뉴스
/자료=금융위 카드뉴스

 

금융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가상화폐시장은 테나-루나 사태 등 부정적 사건으로 신뢰가 하락하며 2021년 55조원 규모에서 19조원으로 축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하루 627만여명이 하루 3조원을 거래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장치 강화, 관리 감독 법안 마련을 통해 안전하고 투명한 시장으로 유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 규제를 받지 않는 코인 시장은 무법천지나 만찬가지라며 피해를 당해도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하루빨리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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