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성’은 왜 셋이 아닐까 [김범준의 세상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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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성’은 왜 셋이 아닐까 [김범준의 세상물정]
  • 김범준 편집위원(성균관대 교수)
  • 승인 2022.03.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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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2017년 7월 <퀀타매거진>에 실린 프라딥 무탈릭(Pradeep Mutalik)의 재밌는 글 ‘Why Are There Two Sexes?’(왜 두 개의 성이 있는 것일까?)의 내용을 내 생각도 조금 보태 소개하려 한다. 먼저 ‘https://www.quantamagazine.org’를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흥미로운 양질의 과학 기사가 정말 많다. 오늘 얘기는 현실을 단순화한 간단한 수학적 접근법으로 성이 왜 셋이 아니라 둘인지를 생각해보는 내용이다.

먼 미래, 우리 인간이 외계행성을 방문했다. 이 행성에는 독특한 생명체가 있다. 우리 지구의 많은 생명과 달리 성이 둘이 아니라, A, B, C, 이렇게 세 개의 성이 있다. 가만히 관찰해보니 A와 B가 교배하면 C성을 가진 자손 둘을 남기고, B와 C는 A성의 두 자손을, 그리고 C와 A는 B성의 두 자손을 남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체는 상당한 기간 생존하지만, 교배를 해 자손을 남기면 곧 사망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 다시 이 행성을 방문해 보니, 세 성을 가진 독특한 이 생명체는 모두 멸종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외계 행성에서 세가지 성(A, B, C)을 가진 생명체의 교배로 태어나는 자손.
외계 행성에서 세가지 성(A, B, C)을 가진 생명체의 교배로 태어나는 자손.

이 외계행성의 생명체는 서로 다른 두 성이 만나 교배해 성이 윗세대와 다른 두 자식을 낳는다. 자식의 숫자가 평균 둘이어야 하는 것은 그럴 듯하다. 자식의 수가 2보다 작으면 세대를 이어가면서 개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앞으로 한동안 줄어든다), 2보다 크면 세대를 이어갈수록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이 생명체 집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간단한 경우를 먼저 생각해보자. A가 하나, B가 하나만 있는 상황이라면, 다음 세대에서는 A와 B는 사라지고 C만 둘이 된다. 이렇게 남은 두 C는 교배할 상대가 없으므로 자손을 남기지 못해 멸종한다. A, B, C, 각 성을 가진 개체 수를 편의상 (a, b, c)라고 표기해보자. 방금 소개한 상황은 이제 (1, 1, 0)에서 시작해 다음 세대에 (0, 0, 2)가 되고, 그 다음 세대는 모두 멸종한 상태 (0, 0, 0)이 되는 것에 해당한다. 물론 두 번째 세대에 성이 C 하나만 남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멸종을 피하려면 A와 B가 첫 세대에 교배할 때 둘이 같은 숫자가 아니어야 한다. 그렇다면, 만약 (1, 2, 0)이면 어떨까?

처음 (1, 2, 0)으로 시작해보자. A와 B가 하나씩 먼저 만나 자손을 남기면 이제 A와 B는 하나씩 줄고, C가 둘이 늘어나게 되므로 다음 세대에는 (0, 1, 2)가 된다. 그 다음에는 B와 C가 하나씩 만나 자손을 낳으니, 각각 하나씩 줄고 한편 자손으로 A가 둘이 된다. 즉, (2, 0, 1)이 된다. 그 다음 세대는 (1, 2, 0). 눈치 채셨는지? 만약 (1, 2, 0)으로 시작하면 세 세대가 지나면 다시 처음의 상태 (1, 2, 0)으로 돌아오게 된다. (1, 2, 0)의 상태는 이 생명체의 멸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좀 더 많은 개체 수로 시작해보자. 만약 (6, 5, 9)라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A와 C가 서로 만나는 과정을 계속 이어가면 C가 A보다 셋이 더 많으니 결국 C가 3개체가 남게 되고, 교배에 성공한 A와 C는 모두 6쌍이므로 B가 12개체 늘게 된다. 즉, (6, 5, 9)가 (0, 17, 3)으로 이어진다. 자, 다음에는 B와 C 한 쌍을 교배해보자. B와 C가 하나씩 줄고 A가 둘이 늘어나니, (2, 16, 2)가 된다. 다음에는 A와 C를 교배시키면 (1, 18, 1)이 되고 또 A와 C가 교배하면 (0, 20, 0). 그 다음에는 B가 교배할 상대가 없으므로 멸종한다. (6, 5, 9)로 시작하면 이 생명은 멸종한다.

위의 얘기를 일반화할 수 있을까? (6, 5, 9)가 아니라, 만약 (a, b, a+3)처럼 A와 B의 처음 개체 수는 일반적인 숫자이고, C의 개체 수가 A의 개체 수보다 3이 더 많다면 어떨까? (a, b, a+3)는 A와 C의 a번의 교배로 (0, b+2a, 3)이 된다. 그 다음에는 B+C, A+C, A+C, 이렇게 세 번의 교배를 이어가 보자. 이 세 번의 교배에 의해서 (0, b+2a, 3)은 (2, b+2a-1, 2), (1, b+2a-1, 1), (0, b+2a+1, 0)이 차례로 이어지고, 그 다음 세대에는 성이 B만 있어서 모두 멸종하게 된다. 즉, (a, b, a+3)로 시작하면 처음 시작한 a와 b의 값에 무관하게 결국 멸종한다는 결론이다. 위의 계산을 다시 돌이켜 보자.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a, b, a+3n)의 꼴로 시작해도 마찬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A와 C의 a번의 교배로 (0, b+2a, 3n)이 되고 나면, 앞에서 생각한 B+C, A+C, A+C의 세 번의 교배 과정을 n번 반복하면 결국 멸종하게 된다. 자, 이 재밌는 문제에서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결론을 드디어 소개할 때다. (a, b, c)로 시작할 때, a를 3으로 나눈 나머지와 c를 3으로 나눈 나머지가 같다면, 결국 모두 멸종한다는 결론이다. 게다가 원래의 문제에서 A, B, C의 순서를 바꾼다고 해서 결과가 바뀔 리가 없다는 것은 자명하니, 결국 처음 시작한 개체 수 a, b, c에 대해서 각각의 숫자를 3으로 나눈 나머지가 모두 다른 경우가 아니면 멸종하게 된다. 위에서 예로 든 (1, 2, 0)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3으로 나눈 나머지가 각각 1, 2, 0으로 모두 달라 멸종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7, 28, 29)와 (37, 3, 14)도 마찬가지 이유로 멸종하지 않는다.

외계행성 얘기로 돌아가 보자. 시간이 지나 다시 방문한 이 행성에서 세 개의 성을 가진 생명체가 사라진 이유를 이제 우리는 알 수 있다. 간단하다. 3으로 나눈 나머지가 모두 다른 (a, b, c)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교배 이전에 어쩌다 이 생명 종의 한 개체가 우연히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게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세 성을 가진 이 외계 생명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수학은 우주 어디서나 성립하니 우리 사는 지구도 마찬가지다. 세 성을 가진 생명체가 있었다고 해도, 두 성이 만나 교배해 부모 세대와 다른 3번째 성을 가진 자손을 낳는 방식으로 세대를 이어가는 생명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 우리 인간 얘기를 해보자. 남성의 성염색체는 XY, 여성은 XX다. 처음 배웠을 때 YY는 왜 없을까,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만약 YY를 가진 3번째 성이 있다면 어떨까? XY와 XX는 각각 감수분열하고 교배와 발생을 통해 XY와 XX의 자손을 평균 하나씩 남기고, YY와 XY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쳐 XY와 YY의 자손을 또 하나씩 남긴다. 한편 XX와 YY는 교배를 통해 XY를 가진 두 자손을 남긴다. XX를 A, XY를 B, YY를 C라고 하면, A+B의 교배는 A와 B를 하나씩 남겨 집단이 계속 유지되고, B+C의 교배도 마찬가지로 B와 C의 자손을 하나씩 남겨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성의 비율이 같다.

하지만 A+C의 교배는 B성을 가진 두 자손을 남기게 된다. (1, 1, 1)로 시작하면 A와 B가 교배하거나, B와 C가 교배하면 아무런 변화 없이 (1, 1, 1)로 유지되지만, A와 C의 교배로 인해 (0, 3, 0)이 되고 그리고는 곧 자손을 남기지 못해 멸종하게 된다. 사람의 경우 YY 염색체를 가진 세 번째 성이 허락되었다면 인류는 존속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우리 인간의 진화에서 택해진 전략은 바로 염색체 형이 YY인 개체는 발생과정에 문제가 생겨 태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a, a, 0)으로 시작하면 (a, a, 0)이 계속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성은 왜 셋이 아닐까? 세 개의 성을 가진 생명체는 세대를 계속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한 간단한 수학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재밌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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