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본 점령’ 마켓컬리, 국내 상장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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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본 점령’ 마켓컬리, 국내 상장도 '안갯속'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8.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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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지분 6%대… 중국·러시아계 FI 엑시트 우려
마켓컬리가 국내증시 상장을 선언했으나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사진=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와 사옥
마켓컬리가 국내증시 상장을 선언했으나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사진=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와 사옥

신선식품 새벽 배송업체 마켓컬리가 미국 증시 상장을 포기하고 국내 증시 IPO(기업공개)를 선언한 가운데 국내 상장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켓컬리의 자본이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계 등 해외 자본이 점령한 상황에서 IPO가 투자자들의 엑시트(자금회수) 수단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해외 재무적투자자(FI)들이 대규모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등을 통해 지분을 팔고 나갈 경우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세콰이어캐피탈차이나(13.84%), 중국 최대 투자사인 힐하우스캐피털(12.03%), 홍콩계 아스펙스 캐피탈(7.60%) 등 중국계 자본이 전체 지분의 33.47%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계 자본은 DST글로벌이 10.69%를 가지고 있다.

이들 중국과 러시아계 자본은 총 44.16%로, 절반에 가깝다.

반면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는 6.67%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달 9일 이뤄진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를 감안하면 김 대표의 지분율은 6% 수준으로 낮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통해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게 되면 김 대표의 지분율은 더 적어진다.

대표이사가 6% 정도의 지분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사례는 드물다. 혹여 상장을 하더라도 마켓컬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물음표가 붙는다.

현재 마켓컬리의 추정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투자 당시의 기업가치 8000억원 대비 약 2.6배 오른 수치다. 하지만 시리즈F 투자자들의 수익 보장을 위해서는 상장 후 시가 총액이 4조~5조원은 나와야 한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매출 22조원을 넘어선 이마트(10일 기준 4조8643억원)의 시가총액 수준에 필적해야 하는 셈이다.

마켓컬리의 불어나는 영업 손실도 걸림돌이다. 2015년 54억원이던 영업 손실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1134억원으로 5년새 무려 5배나 늘었다. 상장 이후에도 일정 기간 내 흑자전환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영업의 성장성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해 상장에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상장 주관사 업무를 맡게 될 증권사들도 마켓컬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이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상장 주관을 맡을 증권사들이 SSG닷컴 쪽으로 기우는 기류가 보인다.

상장에 있어 곳곳에 암초를 만나고 있으나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내년 상장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슬아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한국 시장과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내년 상반기 상장에는 이상 없다”고 단언했다.

또 “어떤 시장에서 상장하든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며 “한국의 소비자, 공급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슬아 대표가 국내 상장을 밀어붙이는 것은 한국거래소가 문턱을 낮춘데 이어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이 직접 만나 국내 상장을 독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는 적자 기업도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으면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도록 심사 기준을 바꿨다. 마켓컬리가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상장하는데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곳곳 암초에 부딪히고 있는 마켓컬리가 국내 증시 상장에 성공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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