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정호영의 ‘사고와 실적 바꿔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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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정호영의 ‘사고와 실적 바꿔치기’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7.09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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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구원투수 등판 뒤 ‘속도감’ 강조… 안전사고 4건에 9명 다쳐
사망사고 발생 후 ‘제반조치’ 공언했으나 노동자들 증언은 “안전은 뒷전”
정의당 “명백한 살인행위… 안전관리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함이 문제”
정호영 사장과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사진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과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 /사진 LG디스플레이

#1. 2020년 4월 17일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에서 수산화나트륨 61리터 분사로 1명 부상.

#2. 2020년 5월 14일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에서 NMP 잔류물로 노동자 1명 부상.

#3. 2020년 6월 4일 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수산화나트륨 1리터 누출로 노동자 1명 부상.

#4. 2021년 1월 13일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수산화테트라 메틸암모늄 누출로 1명 사망 5명 부상.

‘모두 네 건의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9명의 인명사고 발생.’

2019년 9월 정호영 사장이 내정된 뒤, LG디스플레이에서 발생한 화학누출 사고 일지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중대한 사고에서 노동자들의 사망이 많이 발생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천만다행”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LG디스플레이의 실적 개선을 위해 2019년 9월 사장으로 내정된 뒤, 이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사장으로 취임한 정호영. 구원투수답게 정 사장의 취임 첫 마디도 실적이었습니다.

정 사장은 취임 후 한 달 만인 2019년 10월 14일,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첫 사내메일을 통해 “구조 혁신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일, 화이트유기발광다이오드(WOLED)의 대세화와 함께 확실한 수익기반을 확보하는 일, 플라스틱올레드(PO)사업을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 일”이라며 변혁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도 속도감 있고 강도 높게 추진해나가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 있다”며 “당면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전략과 실행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나아가 중장기적인 사업의 로드맵과 장기 비전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속도감 있고 강도 높게 추진“이라는 부분입니다. 이 같은 정 사장의 방침은 바로 실적으로 연결됐습니다. 취임 1년 후인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은 전년대비 3.2% 늘어난 24조2301억원을 올렸고, 영업손실 역시 1조3594억원에서 291억원으로 대폭 개선됐습니다. 당기순손실도 2조8721억원에서 706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이는데 성공했습니다.

너무 실적에만 매달린 탓일까요. 2015년 1월에 1건의 화학물질 누출사고 이후 정 사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다가 정 사장이 취임 후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정 사장의 안전관리에 구멍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정호영 사장이 사장으로 내정된 2019년 9월 이후 현재까지 1년 10개월이 흘렀는데요. 그간 중대사고 4건에 인명사고가 9명이나 발생한 것입니다. 노동자도 1명 사망했습니다.

LG디스플레이에서는 2015년 1월에 파주공장에서 질소가스 누출사고로 노동자 3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 이후 정 사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약 5년 동안 단 한건의 중대사고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정 사장이 취임한 지 8개월 만인 2020년 4월 구미공장에서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한달 후에 같은 장소에 또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라 발생합니다. 또 한달 후에는 파주공장에서도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일어납니다. 3개월 동안 매달 1건의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특히 올해 1월에 발생한 화학물질 누출사고에서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안전’보다는 실적개선을 위한 ‘속도’만을 중시한 결과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결국 정호영 사장은 올해 1월 파주공장 사고가 발생한 후 “사고 발생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사고 원인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등 제반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안전과 관련된 목소리를 처음 냅니다.

하지만 이번 사고가 발생한지 6개월 만에 사고 후 조치가 미흡했다는 문건이 나오면서 정호영 사장의 안전 관련 발언은 공염불이 아니었나하는 의구심을 낳게 합니다.

사고의 원인이 원청인 LG디스플레이의 안전관리와 사고 후 응급조치 등이 모두 부실했다는 내용의 ‘재해조사 의견서’가 나온 것입니다. 재해조사 의견서는 고용노동부 고양노동지청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합동 조사한 결과 그리고 사업장 관계자의 면담·진술, 현장 확인 등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해조사 의견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급성 독성물질인 수산화테트라 메틸암모늄(TMAH)의 배관 수정작업을 담당업체인 A사가 바로 공사하기 어렵다고 하자 경험이 없는 B사에 맡겼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작업 기간을 2개월에서 45일로 단축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입니다.

결국은 독성 화학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인명사고까지 나왔는데요. 여기서 또 다른 문제점이 노출됩니다.

누출사고 이후 현장에 있던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수산화테트라 메틸암모늄(TMAH)에 접촉된 작업자들을 즉시 대피를 시키기보다는 밸브 차단을 우선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입니다.

한 부상자는 “누출된 물질이 위험한 물질인지 몰랐기 때문에 사고 당시 손으로 막고 있었다”며 “만약에 위험한 물질이었다면 LG디스플레이 담당자들이 바로 사고 장소에서 나가도록 조치했어야 했는데 비닐봉지를 가져다주고 하니까 저희가 막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다른 부상자는 “누출된 배관을 재연결하려다가 너무 많은 약액이 묻어서 제가 스스로 샤워시설을 찾으러 갔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 측 직원이 대피하라든가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현상액이 냄새도 안 나고 색깔도 없어서 위험한 물질인지 몰랐다”고 증언했습니다.

사고 조사자들은 “원청(LG디스플레이) 직원들은 협력업체 작업자들의 즉시 대피나 응급조치보다 누락된 TMAH 공급밸브를 닫는데 급급했다”며 “누락 밸브 위치도 몰라 약 30분 정도 누출되는 등 신속한 누출 차단도 실패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누출된 독성물질을 직원들이 10여 분간이나 손으로 막고 있었지만 사측은 안전조치는커녕 사고 후 응급조치조자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사측은 노동자를 마블 영화에 나오는 초인쯤으로 여긴 것이냐. 이것은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위험 작업을 하청에 외주화하고 안전관리에는 나 몰라라 하고 손을 떼는 LG디스플레이의 무책임함과 안일함이 산재사고의 근본 원인이었던 것”이라며 “중대재해법에 준한 경영진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호영 사장은 파주공장 사고 후 “제반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결과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ESG(환경·사회적가치·투명한 지배구조)를 기업의 지표로 삼고 있는 요즘의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경영행태입니다. 정호영 사장의 리더십에 금이 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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