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그룹 이태성·이주성 ‘마이웨이’, LG가문 본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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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그룹 이태성·이주성 ‘마이웨이’, LG가문 본받기?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6.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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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홀딩스-세아제강지주 양대 지주사 체제서 오너 3세들 ‘독립경영’
업계 “시간은 걸리지만 각자의 길 갈 것”… 세아 ”계열분리 계획 없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왼쪽)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사진=세아그룹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왼쪽)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사진=세아그룹

철강업계의 대표적인 ‘사촌경영’ 기업으로 잡음이 없어 보이는 세아그룹에 변화 조짐이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습니다. 오너 일가 3세들의 양대 지주사 독자노선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직까지는 사촌 각자가 양대 지주사를 이끌면서 독자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그룹 측도 계열분리 계획이 없다고 답하고 있지만 독립경영이 굳어지면서 계열분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입니다.

특히 세아그룹은 재계에서는 드물게 양대 지주사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 양대 지주사를 사촌간 각자 독립체제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계열 분리에 힘이 실리는 모습입니다.

이종덕 창업주가 1960년 설립한 세아는 장남인 고 이운형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으나 2013년 3월 멕시코 출장 중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동생인 이순형 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운영 중입니다.

고 이운형 선대회장의 장남 이태성과, 이순형 현 회장의 장남 이주성이 양대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세아베스틸·세아특수강 등)와 세아제강지주(세아제강)에서 각각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데요.

장손인 이태성은 세아홀딩스(특수강 사업 주력) 대표이사 부사장을, 이주성은 세아제강지주(강관 제조사) 부사장의 직책을 가지고 각자 독립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1978년생 동갑내기 사촌지간으로 2017년 말 세아그룹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함께 승진하면서 모두 3세 회장 시대를 열 것으로 조명 받고 있는데요. 이처럼 모두 3세 승계로 이어질 경우에는 계열분리가 필수적입니다. 한 지붕 아래 2명의 회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재계 일각에선 두 회사간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만큼 당분간 계열분리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습니다.

형제간 계열분리 사례는 LG가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구인회 LG 창업회장 때부터 그룹 경영권은 장남이 가지고, 동생들은 일부 회사를 분리해 독립해 나가는 전통이 있는데요. 최근 구본준 회장이 LG그룹으로 계열분리해 LX홀딩스를 설립한 것이 예입니다.

세아그룹도 형제간 다툼 없이 계열분리를 통해 두 사촌이 각자의 길을 갈 것이란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오너일가 장손인 이태성 부사장은 미국 미시간대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2005년 포스코 중국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후 2006년 세아제강 일본법인으로 옮기면서 세아에 발을 디딘 후 2015년에 포스코특수강(현 세아창원특수강)을 인수하면서 경영 능력을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2017년 말 세아홀딩스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인으로 조명 받고 있습니다.

이태성 부사장은 지주사 세아홀딩스의 지분 35.12%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서,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어 경쟁자(?)인 사촌 이주성 부사장이 17.95%의 지분으로 2대 주주에 올라있습니다. 이주성 부사장의 부친 이순형 회장도 8.6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태성 부사장에게는 어머니인 박의숙 세아홀딩스 부회장이 경영자문(비상근)으로 아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습니다. 박 부회장이 가진 세아홀딩스 지분은 10.65%로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박 부회장은 통신업을 하는 비상장사 세아네트웍스 회장직도 맡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지주사인 세아제강지주를 이끌고 있는 이주성 부사장은 미국 시카고대학교와 콜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메릴린치증권에서 근무하다 2008년 세아홀딩스 전략기획팀장으로 입사하면서 세아와 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2017년부터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을 맡으면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주성 부사장은 세아제강지주의 지분 21.63%를 가지며 개인 최대주주입니다. 여기에 이주성 부사장 개인회사인 에이팩인베스터스가 22.82%의 지분을 보유하며 세아제강지주를 이끌고 있습니다. 아버지인 이순형 회장도 12.48%의 지분을 보유하며 이 부사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간 지분 관계는 사실상 없습니다. 양 지주사간 독립경영 체제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태성·이주성 부사장은 경영에서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승계작업을 착실히 쌓아 가고 있습니다.

이태성 부사장은 지난해 초 알루미늄 소재 회사 알코닉코리아(세아항공방산소재)를 인수하며 항공·방산 소재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벤처기업, 리츠 등 투자에도 눈을 돌리고 있는데요. 이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투자전문회사 아이언그레이를 통해 싱가포르 벤처기업, 미국 게임제작사 등으로 투자처를 확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주성 부사장 역시 철강 외 신사업에 적극 나서며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일선에서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신재생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촌이 이끄는 양대 지주사의 경영성과도 좋습니다.

세아홀딩스의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68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년 동기 186억원에 비해 약 150% 성장한 규모입니다. 세아제강지주의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7% 증가한 369억원을 거뒀습니다.

이태성·이주성 부사장은 이처럼 각각 특수강과 강관이라는 각자의 길에서 3세 경영 승계를 위해 경력과 실력을 쌓고 있습니다. 이 둘의 각자 노선에 업계에서는 2개 지주사로 교통정리가 된 상황에 이태성·이주성 부사장이 각자 경영노선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계열분리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태성·이주성 형제의 나이가 아직 젊고, 이순형 회장의 나이도 73세로 경영일선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사촌형제가 한 지붕 아래에서 동시에 회장에 오르면서 승계를 하기에는 불가능한 만큼 계열분리는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없기로 유명한 세아그룹에서 오너 일가 3세에 이르러 어떤 길을 걸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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