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폐지” 한국판 게임스톱… 2월 증시 뒤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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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폐지” 한국판 게임스톱… 2월 증시 뒤엎을까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2.0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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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코스피 3000~3300 예상, ‘공매도 재개 결정’ 촉각… 게임스톱발 ‘외국인 향배’도 주목
'매도 리포트' 발간 중단을 선언한 시트론리서치의 앤드류 레프트 대표. /사진=시트론리서치 유튜브 영상 갈무리
'매도 리포트' 발간 중단을 선언한 시트론리서치의 앤드류 레프트 대표. /사진=시트론리서치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앞으로 매도 리포트를 아예 내지 않겠다.”

지난달 29일, 미국의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 대표는 사업 방향을 180도 바꿉니다. “오늘부터 매수하기 좋은 주식을 찾아 추천하는 식으로 영업 방식을 전환할 것이다”. 최근 ‘게임스톱’의 주식을 놓고 개인 투자자들과 불꽃 튀는 전쟁을 치른 뒤 항복 선언을 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공매도의 레전드가 ‘매도 보고서’를 낸 지 꼭 20년 만입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재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영상 갈무리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장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매도 재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영상 갈무리

“1년 안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라.”

2월의 첫 시장을 여는 오늘(1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한국판 ‘게임스톱 전쟁’을 선포합니다. “공매도 금지 기간을 1년 연장하고, 그동안 잘못된 시스템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단체 주주행동에 나서겠다”. 한투연은 그러면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의 공매도 세력을 이번 전쟁의 첫 타깃으로 지목합니다. 아울러 미국판 동학개미 ‘로빈후드’와 연대도 선언합니다.

새해 들어 동학개미의 분전 속에 ‘3200’ 깃발을 꽂았던 코스피지수가 3000 고지마저 내주며 1월을 마감했습니다. 지난주에는 ‘게임스톱’이라는 복병까지 만나며 낙폭만 5%를 웃돌았습니다. 시장 하락의 주범은 외국인이었고, 기관도 힘을 보탰습니다. 이들이 각각 5조3363억, 2조9132억원어치 팔아치울 때 동학개미는 8조3207억원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달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출렁임이 있겠지만 저금리와 약달러 환경, 경기 부양책이 지속되는 한 본격적인 조정국면에 들어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러면서 이달 증시에 영향을 줄 변수로 ‘공매도 재개 여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정책, 중국 춘제 연휴’를 꼽았습니다.

먼저 이달 코스피 예상 밴드로 교보증권은 3000~3250, 한국투자증권은 3000~3300포인트를 제시했습니다. 우리 증시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진단한 것입니다. 기업들의 ‘실적 호조’라는 펀더멘털이 확인되면 1월 랠리의 이유가 증명돼 추가 상승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아울러 미국이 경기 부양책을 실행하면 수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1일부터 한 달간 ‘공매도 폐지와 금융위 해체’ 문구가 부착된 버스를 운행한다. 이 버스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금융감독원, 증권가를 거쳐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 일대를 왕복할 예정이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1일부터 한 달간 ‘공매도 폐지와 금융위 해체’ 문구가 부착된 버스를 운행한다. 이 버스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금융감독원, 증권가를 거쳐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 일대를 왕복할 예정이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월 주식시장은 상향된 투자시선의 높이와 몸통의 밸런스를 체크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면서 “모멘텀 방향성과 정책 지원이 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주식시장의 붕괴를 걱정하기보다 기간조정 환경의 대응전략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승 랠리는 지속된다. 미국은 옐런 재무장관의 고압경제(공급이 항상 수요를 뒤따르는 만성적 호황인 경제)를 토대로 부양책을 실행할 계획이다.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미국 경기는 살아나고 한국 경제도 직간접적 수혜를 받게 된다”라며 “이에 따라 주식시장은 짧은 조정을 겪은 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달 증시의 가장 큰 이벤트는 중순쯤 발표될 ‘공매도 재개’ 여부입니다. 여당과 조율을 거친 금융위원회가 정례회의 의결을 통해 발표(17일 예상)할 것으로 보이는 공매도 금지는 최소 3개월 연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대준 연구원도 “공매도 재개 등만 피할 수 있다면 (증시의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재정정책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요구됩니다. 새로운 행정부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11~17일 중국 춘제 연휴기간 동안 소비·물가 동향과 코로나19 확산 여부도 관심거리입니다. 또한 이달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도입도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국판 게임스톱인 ‘셀트리온 매수 운동’은 지난달 27일과 30일 이미 시작됐다. /자료=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한국판 게임스톱인 ‘셀트리온 매수 운동’은 지난달 27일과 30일 이미 시작됐다. /자료=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전문가들은 이들 변수와 함께 ‘외국인 자금 이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게임스톱’발 불확실성 확대로 우리나라 증시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강세장의 근본 동력이 훼손된 것은 아닌 만큼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게임스톱 이슈로 주식시장에 비이성적 과열에 대한 우려가 형성돼 단기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 회복이나 부양책 기대를 약화하는 작은 재료에도 시장이 쉽게 흔들릴 수 있다”라고 신중한 투자 자세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달 유망 종목에 대해서는 올해 주도주인 ‘차·화·전’(전기차·2차전지·반도체)을 톱픽으로 꼽았습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차화전 랠리가 애플카 기대감에 강해지고 있다”라며 “IT가전까지 주도주 투자를 확대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도 “업종으로는 차화전 3총사, 투자테마로는 Green과 Mobility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2월 첫 증시에서 한국판 게임스톱 종목들이 나란히 상승 마감했다.
2월 첫 증시에서 한국판 게임스톱 종목들이 나란히 상승 마감했다.

한편 한국판 게임스톱 전쟁의 움직임은 지난달 27일 처음 감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셀트리온+공매도’ ‘셀트리온+동학’ 키워드 분석결과를 오늘 내놨습니다.

게임스톱이 이슈화한 지난달 27일 이전 ‘셀트리온+공매도’ 포스팅 수는 일별 127~251건에 그쳤으나, 27일 이후엔 최소 316건에서 최대 623건으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입니다. 특히 휴일인 1월 30일에는 최대 포스팅을 기록했습니다. 한국판 게임스톱인 ‘셀트리온 매수 운동’이 이미 지난 주말 확산 조짐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2월 첫 시장에서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지목된 셀트리온 3형제 주가는 7%대에서 높게는 14%대로 상승 마감했습니다. 아울러 공매도가 많은 에이치엘비도 7.22% 올랐습니다. 한국판 게임스톱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동서양을 넘어 무엇이 개인 투자자를 동학개미로, 로빈후드로 만들었을까요. 영화 <로빈후드>를 본 관객들의 최애 대사입니다.

“일어나고 또 일어나라. 양이 사자가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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