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불만” 재계, 일본보다도 나쁜 ‘상후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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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불만” 재계, 일본보다도 나쁜 ‘상후하박’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2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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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1.5배’ 국내 대기업 연봉 1억2840만원… 최임은 고작 2154만원
5~9인 중소기업과 대기업 임금격차, 한국 276만4000원 vs 일본 79만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내년도 최저임금이 130원(1.5%) 인상된 8720원으로 오르면서 최근 노동계와 재계가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재계는 “최소 동결을 했어야 했다. 이를 관철시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용자 편을 들었고, 중소기업계도 “최저임금이 동결됐어야 했다”고 거들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이런 참담한 최저임금안이 나온 사례가 없다. 공익위원 스스로 대한민국 최저임금의 사망선고를 내렸다”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들을 포함해 국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셌는데요. 비정규직 A씨(요양보호사)는 “고용주들이 비정규직과 알바생들의 근무 시간을 많이 줄인 탓에 시급을 올려도 예전보다 실질 임금이 낮은 수준이다”면서 “한달에 120만원은 벌어야 그나마 가정이 유지되는데 이마저 못 벌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국민들 또한 “시급 인건비 130원 올랐다고 물가도 같이 오를 걸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비판했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책정된 시급 8720원을 월급으로 계산하면 182만2480원입니다. 이는 하루 노동시간 8시간, 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8590원으로, 이를 같은 기준으로 계산하면 월 급여 179만5310원입니다.

그렇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은 얼마나 될까요. 20일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용근로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13만9000원,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의 대기업은 535만6000원입니다.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은 대기업 근로자의 58.6% 수준입니다. 종사자 1~4인 사업체의 월평균 급여는 213만4000원으로, 대기업의 39.8% 수준입니다.

이를 아르바이트생 등 비정규직이 받는 올해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대기업의 33.5%, 중소기업의 57.2% 수준에 불과합니다.

최근 5년간(2016~2020년) 최저임금은 6030원→6470원→7530원→8350원→8590원입니다. 월급여로 계산하면 126만270원→135만2230원→157만3770원→174만5150원→179만5310원이 나옵니다.

최근 4년간(2016~2019년)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평균월급은 275만9000원→288만6000원→301만9000원→313만9000원이고, 300인 이상 대기업은 495만9000원→498만3000원→530만5000원→535만6000원입니다. 올해(2020년) 평균임금은 진행 중으로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0대 그룹의 임금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합니다. CEO스코어가 공정자산 기준으로 선정한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지주), 포스코, 한화그룹, GS그룹, 현대중공업(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10대 기업의 평균 연봉은 1억1000만원입니다. 12개월로 나누면 월 평균 급여는 916만7000원입니다. 이들 10대 기업은 300인 이상 대기업보다도 약 2배 가까이 많이 받고 있었습니다.

직원 평균 연봉으로 가장 많은 기업은 LG그룹으로 1억64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GS그룹 1억4600만원, 롯데지주 1억4400만원, 농협경제지주 1억1000만원, 삼성전자 1억800만원, 포스코 9700만원, 현대차그룹 9600만원, SK그룹 9200만원, 현대중공업지주 7500만원, 한화그룹 6800만원 순이었습니다.

이들 10대 그룹의 올해 1분기(1~3월) 평균 급여는 3210만원(근로소득지급명세서 기준)으로 나옵니다. 이를 3개월로 나누면 월 평균 1070만원입니다. 지난해 월 평균 급여(916만7000원) 대비 16.7% 인상된 것이며, 금액으로는 153만3000원 오른 것입니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1억2840만원입니다.

내년 최저임금 1.5%(130원) 오른 것을 두고 동결시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한 재계의 민낯입니다.

10대 그룹 중 올해 1분기 직원 평균 급여가 가장 많은 기업은 LG그룹의 5300만원으로, 월 급여로 따지면 1766만7000원입니다. 다음으로 GS그룹 4900만원(월 1633만3000원), SK그룹 4200만원(월1400만원), 농협금융지주 3000만원(월 1000만원), 포스코 2600만원(866만7000원), 삼성전자·현대차그룹 각각 2200만원(월 733만3000원), 한화그룹 1900만원(월 633만3000원), 현대중공업지주 1800만원(월 600만원) 순입니다.

올해 최저임금을 연봉으로 계산하면 2154만3720원입니다. 월 급여를 가장 많이 받는 LG그룹의 직원들은 한달 반이면 최저임금 1년치는 넘어서고, 가장 적게 받는 현대중공업지주도 3개월 반의 급여가 최저임금 1년치에 해당합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지난달 발간한 ‘한국사회 격차 문제와 포용성장 전략’ 합동보고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대한 설명은 없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8590원)을 월 급여로 계산하면 179만5310원으로, 10대 그룹의 월 평균 급여 1070만원의 16.8% 수준입니다. 약 6배의 차이죠.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떤지 보겠습니다. 일본은 토도부현마다 최저임금이 다르지만 올해 7월 3일 기준 전국평균 901엔, 한화로 계산하면 1만103원입니다. 한일간 격차가 1513원이나 납니다.

중소기업연구원에서 걱정(?)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격차도 일본이 한국보다는 적습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19년 4월 22일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직원 1~4인 규모의 한국 중소기업의 월 평균임금은 174만5000원으로 일본 중소기업 227만원의 76.9%에 불과했고, 5~9인 중소기업의 경우도 한국 기업의 평균임금은 258만3000원으로 일본(266만5000원)의 96.9%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5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임금은 한국 기업이 534만7000원으로, 일본 기업(345만5000원)보다 54.2%나 높았습니다.

결국 한국의 대기업과 1~4인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는 360만2000원으로, 일본(118만5000원)의 3배 이상 차이가 났고, 5~9인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격차는 한국 276만4000원, 일본 79만원이었습니다.

한일간 임금을 따져보면 중소기업 임금과 최저임금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적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의 급여가 너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그리고 아르바이트생을 비롯한 비정규직이 숨을 쉴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가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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