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따라 널뛰기… ‘에이비프로바이오’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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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따라 널뛰기… ‘에이비프로바이오’ 알려줄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7.15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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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절삭기계 제조업체… 모더나 창립멤버 ‘랭거’ 품고 바이오기업 진출
매년 적자행진… 코로나19 백신 소식 나올 때마다 주가 급등했다가 하락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미국이 기침하면 우리나라는 독감에 걸린다.”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속되게 표현한 것인데요. 최근 증권가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에서 실험 대상자 전원에게서 항체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모더나 관련주로 꼽히는 종목들도 덩달아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것인데요.

그 중심에는 ‘에이비프로바이오’가 있습니다. 에이비프로바이오는 금융감독원에 ‘금속 절삭기계 제조업으로 보고된 코스닥 상장 업체입니다. 금속절삭기계 제조업과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무슨 연관성이 있기에 주가가 들썩이나 들여다봤습니다.

에이비프로바이오 CI
에이비프로바이오 CI

바로 모더나와 관련이 있는 사내이사가 연결고리에 있었습니다. 모더나 창립멤버이자 이사회 임원으로 알려진 ‘로버트 사무엘 랭거’ MIT 석좌교수가 지난해 8월 23일 에이비프로바이오의 등기이사(사내이사)로 영입된 것입니다. 로버트 랭거 교수는 현재 모더나의 지분을 약 3.5%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에이비프로바이오의 주가 급등이 로버트 랭거 교수 때문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의견입니다. 에이비프로바이오는 랭거 교수에게 발행주식의 2.02%에 해당하는 스톡옵션 330만주도 부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에이비프로바이오가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금속 절삭기계(공작기계) 제조업이 주업이라는 것은 최근 공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지난 6월 30일 마이크로텍에 59억원 상당의 ‘마스크제조기’에 대한 공급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것입니다. 이는 올해 1분기 매출액(118억원)의 딱 절반입니다.

에이비프로바이오는 1991년 4월 설립된 ‘다사기계’로부터 시작합니다. 2008년 8월에 유지인트로 사명을 변경하고 2019년 8월에 다시 에이비프로바이오로 변경하면서 주업종이 공작기계 제조업에서 바이오기업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후 미국에 100% 자회사인 ‘에이비프로바이오 인터내셔날’을 설립하고 이 자회사를 통해 지난해 11월 1일 미국 항체개발전문기업인 ‘에이비프로’ 지분 35.48%를 인수,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바이오 분야에 손을 대기 시작한 합니다.

에이비프로바이오의 주주 구성을 보면 의아한 부분이 나오는데요. 현재 에이비프로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지분 12.45%를 가지고 있는 베리타스투자조합으로 공시가 돼 있습니다. 베리타스투자조합은 자본금 143억원으로 지난해 7월 19일 설립돼 7월 23일 에이비프로바이오의 최대주주로 올라섭니다. 베리타스투자조합은 최대 출자자(주주) 포레스타투자조합으로 32.80%과 양진상 대표조합원(0.91%) 등 25명의 출자자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포레스타투자조합의 최대출자자는 박성율(31.91%)이며, 2대 출자자 양진상(29.79%) 등 4명이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본금은 47억원입니다.

에이비프로바이오는 메리츠증권과, 오성첨단소재도 주주로 등록이 돼 있는데요. 메리츠증권은 기존 11.7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가 7월 1일 장내매매 등을 통해 지분을 처분하고 9.61%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성첨단소재도 기존 9.09%의 지분에서 6월 10일 전환사채 전환권 행사 등을 통해 현재 1.37%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금호에이치티(금호HT) 또한 전환사채권 전환청구 행사를 통해 기존 7.32%에서 4.15%로 변경됐습니다. 에스맥도 15억원어치의 에이비프로바이오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성첨단소재와 금호에이치티, 에스맥은 조경숙 대표이사가 100% 개인회사 이스트버건디를 통해 지배하는 계열사들입니다. 이들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7% 전후로, 2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입니다.

이들의 지분 보유목적은 ‘의결권 행사를 통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조 제1항 각 호에 규정된 사항에 대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임원의 선임과 해임 등 경영에 관여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지분 구조에 따라 경영주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데나 CI
모데나 CI

한편으로 에이비프로바이오는 실적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지만 모더나 관련주로 지목되면서 모더나에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주가가 출렁거리면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후보에 대한 1상 임상실험에서 시험참가자 45명 전원에 항체가 형성됐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기업 중 1차 임상결과를 내놓은 첫 사례였었죠. 모더나는 6월 중으로 임상2상, 7월에는 임상3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도 전했습니다. 모더나는 임상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 코로나19 백신을 출시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돼야 한다며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했지만 주가는 이를 개의치 않았습니다. 뉴욕과 유럽 주요국의 증시도 일제히 상승하면서 미국 다우지수가 3.85% 폭등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2.44% 오른 9234.83으로 폐장했습니다.

모더나 관련주 에이프로바이오 또한 주가 흐름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5월 19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1%나 뛴 747원에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영국 과학학술지 네이처 등이 “데이터가 아직 논문으로 나오지 않아 모더나의 주장을 평가하기엔 구체적인 사실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데 이어 미국 의학매체 스탯튜스가 “모더나가 발표한 건 데이터가 아니라 단지 말뿐이었다”며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백신 후보 물질의 의미를 알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주가는 곤두박질 쳤습니다. 일각에서는 집단소송 움직임도 보였습니다. 금융사기 전문 법률회사 더샬은 “모더나의 증권법 위반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참여를 독려한 것입니다. 모더나 측은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날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9%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0.54% 내렸습니다. 모더나의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10.41% 하락한 71.67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국내 증권시장은 달랐습니다. 에이프로바이오 주가는 5월 20일에 또 다시 8.97% 오른 814원을 찍다가 다음날에는 보합에서 이후 2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5월 25일에는 858원으로 최정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7월 10일에는 630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에이비프로바이오 15일 주가 현황
에이비프로바이오 15일 주가 현황

모더나가 또 다시 14일(현지시간) 2차 백신 약물 접종 투여군에서 평균이상치의 중화항체가 형성됐다면서 오는 27일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주가 또한 이상 징후롤 보이고 있습니다. 이날 모더나 주가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4.54% 상승해 마감했습니다.

국내의 에이프로바이오 주가도 급등하고 있습니다. 15일 장 시작부터 급등하더니 급기야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29.91%)까지 치솟은 847원에 거래 중입니다.

에이비프로바이오는 모더나 사건과 관련해 주가는 출렁이고 있지만 실적은 신통치 못합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8% 줄어든 11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의 적자 폭은 더욱 확대되고 있는데요.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적자 폭이 3배 이상 늘어난 각각 -37억5000만원, -38억9000만원입니다. 기본 주당 손실도 -10.43원에서 -35.81원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3년간(2017~2018년) 영업손실은 -117억원, -41억원, -299억원, 당기순손실은 -115억원, -116억원, -375억원으로 갈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적은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모더나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주가가 들썩이자 관리종목 편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요. 실제로 양진상 에이비프로바이오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관리종목 편입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현 경영진의 최우선 과제 중에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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