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1명, 모두 467명… ‘산재공화국’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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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다 1명, 모두 467명… ‘산재공화국’ 현대중공업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0.07.0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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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대중공업 노조
사진=한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이 1972년 문을 연 이후 일을 하다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가 466명이라는 전수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1974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46년간 집계한 것인데요. 총 550개월 동안 조선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이가 모두 466명으로, 산업재해로 한달에 한명꼴로 숨진 것입니다. 조사기간 이후인 5월 21일에 또 한명의 노동자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숨졌으니 5월까지 467명이 됐습니다.

전체 467명의 산재 사망자 가운데 사고 원인이 정확히 파악된 사고는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확인된 사망자는 201명으로, 사고 원인별로 분류하면 추락사가 30.3%(61명)로 가장 많았고, 기계나 구조물에 끼이거나 깔려 숨지는 압착(협착) 사고도 26.4%(53명)에 달해 둘을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었습니다. 과로사도 18.9%(38명)나 됐으며 그 다음으론 구조물이나 떨어지는 물체에 부딪히거나 넘어져 숨지는 사고가 6.9%(14명)를 차지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의 산재 사망사고는 시기별로 다른 특성을 보였는데요. 산업 초창기인 1980년대까지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2000대 이후부턴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두드러졌습니다.

집계가 시작된 1974년 7월부터 1979년까지 5년 6개월간 무려 137명이 사망했고, 80년대 역시 모두 113명이 조선소에서 목숨을 잃었는데요. 1980년을 제외하면 1986년까지 매년 두자릿수 사망사고입니다. 그야말로 ‘산재 왕국’인 것이죠. 산재 사망자가 크게 줄어든 계기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었습니다. 1994년까지 연간 산재사망자 수는 10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산재 사망자는 1987년 7명, 1988년 6명, 1989년 3명으로 급격히 줄은 것입니다.

그러나다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용절감을 위해 늘어난 위험의 외주화로 2000년대에는 하청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산재 사망자가 조금씩 늘기 시작하더니 2005년에 산재로 숨진 5명 가운데 하청노동자가 3명을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2007년엔 전체 산재 사망자 11명 중에 하청노동자가 9명을 차지했고, 2014년엔 산재 사망자 10명 모두가 하청노동자였습니다. 2009년(정규직 4명, 하청 3명)과 2018년(정규직 1명, 하청 0명) 딱 두 해를 제외하고 2005년부터 지금까지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정규직을 훌쩍 넘어 섰습니다.

특히 현 정부 들어서는 3년간은 해마다 1명씩 숨질 정도로 산재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가 올해에만 벌써 5명이 숨졌습니다.

한편 가장 최근인 지난 5월 21일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는 8년 전과 같은 유형의 사고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0분 현대중공업 내 14안벽 3126호선 LNG운반선에서 지름 80cm 파이프 안에서 용접작업하던 하청노동자 34살 김모씨가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졌는데요. 숨진 김씨는 용접용 아르곤 가스를 파이프 안에 채우고 밖에서 용접한 뒤 점검차 파이프 안에 들어갔다가 산소 부족으로 질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같은 사고는 8년 전인 2012년 5월 30일 오후 4시10분께 현대중공업 해양선박의장부 하청 노동자 강모씨가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진 사건과 유사합니다. 당시 36살이던 하청노동자 강모씨는 용접 뒤 점검차 파이프 안에 들어갔다가 질식사 했습니다. 사고 원인은 작업속도에 떼밀려 충분히 환기 하지 않아 밀폐공간에서 산소 부족에 의한 질식사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조는 수십년간 반복돼온 조선소의 산재 사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형균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금융위기 무렵까진 현장 생산직 원·하청 노동자 비중이 비슷했지만 10년 사이 역전돼 현재는 하청 노동자의 죽음이 약 70%에 이른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대표와 법인에 안전을 무시하고 생명을 경시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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