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참그린’ 쓰면 일본 전범기업 적자 닦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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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참그린’ 쓰면 일본 전범기업 적자 닦아줍니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5.21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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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이온이 100% 지분 보유… 15년간 기술사용료 121억원 vs 기부금은 로열티의 5.8%
미쓰비시 계열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과 미즈호 은행에 차입금 이자로 73억원 지출
불매운동 타깃 되면서 실적 곤두박질… 영업이익 40.2%, 당기순이익은 37.9% 쪼그라들어
사진=라이온코리아 홈페이지
사진=라이온코리아 홈페이지

생활용품 비트, 참그린, 아이깨끗해 등을 판매하는 라이온코리아가 일본 본사에 기술사용료(로열티)로 수백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라이온코리아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최악 전범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미쓰비시 계열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자금도 유출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한국민을 상대로 벌어들인 돈을 일본으로 가져가는, 즉 국부가 유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라이온코리아 주식회사는 2004년 9월 15일 CJ주식회사와 일본의 Lion Corporation 간에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라 세제, 비누, 치약, 칫솔 등 생활용품의 생산 및 판매를 사업목적으로 2004년 12월 1일에 CJ라이온 주식회사 이름으로 설립됐는데요. 당시 지분은 CJ 19% 대 일본 Lion Corporation 81%로 양분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2014년에는 일본 Lion Corporation 99% 대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옛 씨제이올리브영) 1%로 변경됩니다. 그러다가 2017년 11월에 CJ라이온 주식회사에서 라이온코리아 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한데 이어 그해 12월에 일본 Lion Corporation이 CJ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마저 취득해 현재는 일본 Lion Corporation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일본 기업입니다.

일본 라이온사가 우리나라의 CJ와 상표권 계약을 맺은 것은 ‘글로컬라이제이션’(Global+Localization) 전략인데요. 초반 진출국의 거부감과 브랜드 홍보를 위해 진출한 나라 대기업의 이름을 빌려 상표권 로열티를 주는 형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마치 토종 브랜드처럼 꾸며 공략하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초기에 CJ라는 국내 대기업 상표를 사용한 덕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CJ라이온사를 국내 기업으로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누리꾼들은 “CJ라이온이 일본기업인지 몰랐다. 배신감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이며 지난해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었는데요.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으로 포장(?)을 하며 돈을 벌어 기술사용료와 차입금에 대한 이자로 본국인 일본으로 국부를 유출하면서도 정작 돈을 벌게 해준 우리나라에 사회공헌은 생색만 내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으로 얼마만큼의 자금이 유출되는지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했습니다.

라이온코리아는 일본 본사인 Lion Corporation과 라이센스 계약에 따라 매년 상표와 기술을 사용하는 대가로 매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지출하고 있는데요.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를 시작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15년간 총 수백억원을 가져갔더군요.

첫 해인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으로 유출된 기술사용료는 3억2079만6000원→3억9557만원→4억885만6000원→4억282만9000원→5억1865만9000원→6억8416만7000원→6억5192만3000원→6억2889만8000원→8억885만6000원→9억1853만3000원→10억6936만8000원→12억1856만1000원→12억9087만9000원→14억3882만8000원→13억2100만원이 일본으로 지출됐는데요. 15년간 총 120억7772만3000원에 이릅니다. 지난 15년간 거둔 당기순이익 321억원 대비 37.7%이나 됩니다.

라이온코리아는 기술사용료 외에도 일본의 은행으로부터도 차입금을 빌려 매년 이자를 지불하고 있는데요. 라이온코리아가 차입금을 빌린 은행은 일본의 미즈호 은행(MIZUHO CORPORATE BANK, LTD.)과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The Bank of Tokyo-Mitsubishi UFJ, Ltd.) 2곳입니다.

문제는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이 일제 강점기 시대에 3대 전범기업 중 하나인 미쓰비시의 계열 은행이라는 것입니다.

미쓰비시는 조선소와 탄광 등지로 한국인 10만명 이상을 강제 징용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심지어 13세 소녀들을 끌고 강제노역을 시킨 최악의 전범기업으로 꼽히고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 사과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결국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등 4명이 미쓰비시공업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해 승소했지만, 미쓰비시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에는 배우 송혜교가 전범기업이라며 미쓰비시 자동차 광고 모델 제의를 거절한 사건은 유명합니다. 카메라로 유명한 니콘(Nikon)과 기린맥주가 대표적인 미쓰비시그룹 계열사입니다.

이런 미쓰비시의 계열 은행으로부터 차입금에 대한 이자 명목으로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이 전범기업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즈호 은행 또한 악질기업으로 분류되는 은행인데요. 미즈호 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은 1884년 조선 정부에 차관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천항 등의 해외관세 취급 특권을 얻은 후 대한제국 정부가 다른 나라와 차관 교섭을 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한국 정부의 화폐 개혁을 못 하도록 개입하고 일본 상인들의 한반도 금융 장악을 지원한 악질기업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 1902년 대한제국 정부의 허가 없이 한반도에서 일방적으로 은행권을 발행·유통하기도 했습니다. 제일은행은 이후 분할·합병을 거듭해 2013년 이후부터는 미즈호 은행의 일부로 남아 있습니다.

라이온코리아가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 전자공시시스템부터 등장하는데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단기차입금을, 2014년에는 단기차입금과 함께 장기차입금도 빌려 계속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단기차입금에 대한 이자로 나간 돈은 이율에 따라 최소 16억1984만원에서 최고 16억5044만원입니다. 여기에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장기차입금에 대한 이자로 16억178만4000원이 지출됐습니다. 장기차입금은 아직 50억원이 남아 있어 이를 다 갚을 때까지 이자(3.60%)를 지출해야 합니다.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에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유출된 이자는 최소 32억2162만4000원에서 최고 32억5222만4000원에 이릅니다.

미즈호 은행으로부터는 2005년부터 차입금이 나옵니다. 역시 2005년부터 2014년까지는 단기차입금을, 2014년부터는 장기차입금에 대한 이자가 나가고 있는데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단기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최소 17억8830만원에서 최고 17억9866만원이고, 장기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22억3650만원이 지출됐습니다. 장·단기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총 최소 40억2480만원에서 최고 40억3516만원이 미즈호 은행으로 나갔습니다. 장기차입금이 아직 70여억원이 남아 있어 이자는 계속 지출될 예정입니다.

결국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과 미즈호 은행에 나간 돈은 73억원에 이릅니다.

하지만 사회공헌 척도로 읽혀지는 기부금은 턱없이 적습니다. 15년간 7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공시가 됐는데요. 기술사용료로 가져간 돈에 비하면 5.8% 수준에 그칩니다.

한편 라이온코리아의 지분이 100% 일본 본사 소유인 것으로 알려지자 지난해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 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162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2.9% 줄었지만, 국내 매출액은 1388억원으로 15%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더 쪼그라들었는데요. 각각 61억원과 4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40.2%, 37.9%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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