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의 세상물정] 코로나와 주가의 ‘되먹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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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세상물정] 코로나와 주가의 ‘되먹임’
  • 김범준 편집위원(성균관대 교수)
  • 승인 2020.04.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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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늘어나면 더 늘어나는 것들이 있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 많아지면, 이 사람들은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킨다. 예를 들어, 100명의 감염자가 하루에 20%인 20명을 감염시킨다면, 이튿날에는 감염자가 120명이 되고, 그 다음날에는 120명이 감염시킨 24명이 더 늘어서 이제 모두 144명이 병에 걸린다. 그 다음날에는 29명이 더 늘어서 173명이 된다.

하루의 신규 감염자를 죽 적어보면, 20, 24, 29, 34, 41명의 꼴로 하루에 추가로 발생하는 감염자가 점점 더 많아진다. 많아지면 더 많아지는, 대표적인 '늘어나는 되먹임' 현상이다. 연이율이 20%인 정기예금도 마찬가지로 늘어나는 되먹임을 보여준다. 100만원 예금이 1년이 지나면 120만원이 되고, 다시 정기예금에 가입해 1년이 더 지나면 144만원이 된다. 복리로 늘어나는 이자도 늘어나는 되먹임이다.

◆ 늘었다 줄었다… ‘감염과 주가’의 되먹임

거꾸로, 줄어드는 되먹임 현상의 예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집안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실내 온도 조절 장치다. 겨울철 실내 난방 장치는 온도를 올린다. 20도로 맞춰 놓은 온도 조절 장치가 있는데, 실내 온도가 난방으로 21도가 되면 난방 장치의 작동이 멈춰서 20도를 향해 온도가 내려간다. 거꾸로 이제 19도가 되면, 난방 장치의 작동이 시작되어서 20도로 다시 온도가 오른다. 늘어나면 줄여주고, 줄어들면 늘려주는 것이 바로 이런 조절 장치다. 줄어드는 되먹임의 예다.

주식시장은 평상시에는 줄어드는 되먹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주가가 오르면, 과거에 매수한 주식의 주가 상승으로 발생한 수익을 현금화하려는 매도자가 생긴다. 주가가 오르면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아져서 주가는 내려가는 경향이 있다.

한편, 주가가 내려가면 매수의 기회를 노리던 사람들이 주식을 사기 시작한다.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주가는 다시 또 오른다. 평화로운 시기에는 한 회사의 주가는 이처럼 오르면 내려가는 방향으로, 내려가면 올라가는 방향으로, 평형 가격을 중심으로 주변에 머문다. 평화로운 주식시장은 줄어드는 되먹임을 보여준다.

주식시장에 공포가 닥치면 이제 줄어드는 되먹임은 늘어나는 되먹임으로 변한다. 왜 그럴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만약 많은 사람들이 내일은 주가가 더 하락할 것으로 확신하면, 내일까지 기다리느니 오늘 당장 주식을 파는 것이 그나마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 된다. 이처럼 주가의 추가 하락에 대한 공포가 시장에 퍼지면, 주가가 내려가면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주식을 팔려 하고, 이로 인해 주가의 하락은 더 커진다.

◆ 천지개벽 만드는 ‘특이점의 도래’

주식시장의 폭등도 비슷한 메커니즘을 따른다. 오늘 이 시각 1만원으로 주가가 오른 주식이 내일은 1만2000원으로 더 오를 것으로 많은 이들이 예상하면, 내일보다 오늘 사는 것이 당연히 더 유리하다. 이런 경우 주가의 상승은 더 많은 매수자의 유입을 만들고 이로 인해 주가는 더 오른다.

지수함수를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늘긴 해도 병에 감염된 사람의 수가 유한한 시간 안에 무한대가 될 수는 없다. 이와는 다른, 늘어나는 되먹임 현상의 극단적인 예가 있다. 오늘 하루 늘어나는 양이 어제의 양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제곱에 비례하는 경우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특이점의 도래를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N개의 신기술이 서로의 조합으로 만들어내는 새로운 기술의 숫자가 N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N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가정해보자. 미분을 이용해 이 상황을 적으면 dN/dt = N2가 된다. 조금만 계산해보면, 이렇게 늘어나는 N은 유한한 시간에 수학의 무한대가 된다는 것을 쉽게 보일 수 있다. 바로 특이점의 도래다.

늘어나는 데 아무런 현실적 제한이 없다면 Na에 비례하는 증가율을 갖는 양은 a가 1보다 크기만 하면 유한한 시간 안에 무한대가 된다. 오늘 밤 유한한 세상에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특이점의 도래로 기술 폭발이 일어난 천지개벽의 세상에서 내일 아침 눈을 뜰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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