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은 우리의 조상이다? [김범준의 세상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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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은 우리의 조상이다? [김범준의 세상물정]
  •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 승인 2020.07.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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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해가 져 캄캄한 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은 옛사람을 가만히 생각한다.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재밌게 나누다 선조들이 올려다본 밤하늘을 떠올린다. 인공적인 도시 불빛에 방해받아 침침한 우리 하늘과 다른, 예쁜 별들이 가득 펼쳐진 밤하늘을 말이다.

밤하늘은 우리 조상들의 큰 관심거리였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을 배경으로 반짝반짝 보이는 별빛을 큰 호기심으로 바라봤다. 밤늦도록 밤하늘을 계속 보고 있으면, 별들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북쪽의 별들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의 궤적을 그리며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고개를 돌려 남쪽 하늘을 보면, 동쪽 지평선에서 떠오른 별은 시계방향으로 남쪽 하늘을 가로질러 서쪽 지평선으로 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일 바라보면 별들의 상대적인 위치에 변화가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국자 모양 북두칠성은 몇 달이 지나도, 몇 해가 지나도, 계속 같은 모습이다. 반짝반짝 수많은 별들이 검은 색이 칠해진 둥근 구의 안쪽 면에 딱 붙어, 하루에 한 바퀴씩 네모난 땅을 빙 둘러 회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년 내내 밤하늘을 바라보면 몇 별은 다른 별들과 확연히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천구에 딱 붙박여 다른 별과 나란히 움직이는 어느 한 별의 동쪽에 보였던 특이한 별 하나는, 시간이 지나면 이제 이 별의 서쪽에 보인다. 천구를 배경으로 그 앞을 ‘여행하는 별’, 우리가 행성이라 부르는 별들이다.

우리 조상들은 모두 다섯 개의 행성을 발견한다. 바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이다. 동양 음양오행이 음양사행이나 음양육행이 아니라, 음양오행인 이유다. 목, 화, 토, 금, 수, 다섯 행성에 달과 해를 더하면, 짜잔,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일곱 요일이 된다. 선조들의 밤하늘은 땅 위를 살아가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삶이 하루하루 미래를 향해 나아가듯, 이들 친숙한 일곱 천체도 조금씩 위치를 바꾸며 하늘을 운행한다.

모두가 발붙여 살아가는 땅에서 본 천체들 중, 먼 천구를 배경으로 움직임이 꾸준히 관찰되는 것은, 이렇게 해와 달, 그리고 다섯 행성뿐이었다. 이들 일곱 천체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친숙해서 놀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밤하늘에 갑자기 안 보이던 새 별이 등장할 때가 있다. 천구의 다른 별과 비교해 그 위치가 변하지 않는 새 별을 ‘손님 별’, 객성이라 불렀다.

한편, 갑자기 등장한 별 중에는 매일 그 위치가 조금씩 변하는 별도 있다. 심지어 갑자기 밝아진 이들 별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엄청난 길이의 꼬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의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사람이 “혜성같이 등장했다”고 말할 때의 바로 그 혜성이다. 치우의 무덤에서 자줏빛 기운이 마치 깃발처럼 퍼져 나온다는 중국 고대 전설이 있다. 혜성 중에도 커다란 꼬리가 넓게 펼쳐진 혜성을 우리 선조들은 ‘치우의 깃발’, 치우기라고 불렀다.

꼬리가 달린 밝은 혜성이 갑자기 하늘에 등장하면 옛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하늘과 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모두의 상식이었던 과거,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기이한 현상은 땅 위를 살고 있는 우리의 미래에 닥칠 재앙의 경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선조들이 남긴 문헌에도 많은 혜성 관측기록이 남아있다. 한나라 무제 때 위만 조선이 멸망한 것도 혜성 출현에 연관되었고, 신라시대 장보고, 조선시대 홍경래가 출병의 결심을 굳힌 것도, 당시 갑자기 등장한 혜성이 영향을 미쳤다. 조선 선조 때 혜성이 등장해 임진왜란을 미리 예고했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요즘 네오와이즈 혜성이 해에 가장 가까운 위치인 근일점을 통과해, 지구에 가장 가까운 곳 근처에 있다. 인터넷에서 독자도 멋진 사진을 찾아 볼 수 있다. 가만히 보면 혜성은 두 개의 꼬리가 있다. 푸른색을 띤 꼬리는 직선을 따라 뻗쳐있고, 희뿌연 하얀 색 꼬리는 휘어있는 것이 보인다. 각각, 이온꼬리, 먼지꼬리라 부른다.

머리카락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따와 코마(coma)라 부르는 혜성의 머리 부분은 둥그스름한 구름처럼 보이는데, 그 안에는 수십 킬로미터 정도에 불과한 혜성의 핵이 들어있다. 혜성의 핵은 고체 상태인 얼음과 드라이아이스, 여러 화학 물질들, 먼지 입자들, 그리고 아미노산과 같은 약간의 유기물질로 이루어져있다. 겨울철 흙이 많이 묻은 지저분한 눈뭉치 같은 모습이다.

먼 곳에서 출발한 혜성은 해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 햇빛이 전달하는 복사에너지, 그리고 해에서 방출된 여러 입자들의 흐름인 태양풍의 영향을 받게 된다. 온도가 올라 고체인 얼음과 드라이아이스 등이 승화하고, 혜성 핵으로부터 기체와 먼지입자들이 분출된다. 전기적으로 중성인 먼지 입자들은 주로 혜성의 궤도를 따라 놓이고 햇빛을 반사해 우리 눈에 보이는 희뿌연 먼지꼬리를 만든다.

혜성 핵에서 분출된 가벼운 이온입자는 태양풍의 영향으로 해에서 혜성을 잇는 직선 방향을 따라 빠르게 움직여 푸르스름한 멋진 이온 꼬리를 만든다. 이온 꼬리가 가리키는 방향을 거꾸로 짚으면 그곳에 해가 있고, 먼지꼬리가 휘어진 방향을 유심히 보면 혜성이 움직이고 있는 방향과 궤도를 짐작할 수 있다.

혜성이 흩뿌린 먼지 입자들은 우주 공간에 남아, 주로 혜성의 궤도를 따라 놓여있다. 우리 지구가 혜성의 궤도에 가까운 위치를 지날 때, 혜성이 과거 그 곳에 남긴 먼지 입자들이 지구 대기권에 돌입해 불빛을 내며 타 없어진다. 바로 별똥이다. 선조들은 혜성도 별이라 했으니, 혜성이 남긴 먼지 찌꺼기가 밝게 빛나며 사라지는 별똥은, 정말로 혜성이 눈 별똥이라 할 만하다.

현대 과학의 눈으로 보면, 혜성이 앞으로 닥칠 재앙을 예언한다는 선조들의 믿음은 물론 아무런 근거가 없다. 큰 재앙을 겪은 후에 얼마 전 나타난 혜성의 기억을 더듬어보고, 마치 이전에 출현한 혜성이 이후의 재앙을 예고했다고 기록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도,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믿음은 지금도 깊이 새겨볼 가치가 있는 생각이다. 모든 생명을 탄생시킨 지구의 물, 생명체의 몸을 이루는 단백질의 구성요소인 아미노산이, 오래전 지구를 찾아온 수많은 혜성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는 주장이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혜성의 후예다.

오늘 글은 안상현 박사의 책 <우리 혜성 이야기>를 읽고 배운 내용을 주로 담았다. 혜성에 얽힌 천문학과 우리 선조들이 바라본 밤하늘이 궁금한 모든 분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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