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백신 접종 [김범준의 세상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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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백신 접종 [김범준의 세상물정]
  •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 승인 2020.10.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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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우리말 속담이다. 까마귀가 날아올랐다는 사실과 배가 나무에서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 둘 사이의 관계는 상관관계일까, 인과관계일까? 우리가 이 재밌는 속담을 쓰는 상황을 생각하면, 우리 선조들은 둘 사이의 관계를 인과관계가 아닌 단순한 상관관계로 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말의 또 다른 속담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는 어떨까?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과, 그 굴뚝 아래 아궁이에 누군가가 불을 땠다는 것, 둘 사이의 관계는 상관관계일까 아니면 인과관계일까? 이 속담도 우리가 어떨 때 자주 쓰는 지를 돌이켜 보라. 당연히 우리 선조들은, 불을 때는 것이 원인이고, 그 결과로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즉, 둘 사이를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닌 인과관계로 보았다는 것이 확실하다.

오랜 기간 이어져 우리에게 전해진 선조들의 재밌고 현명한 속담과 최근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기사화한 독감 백신 사망설을 비교해보자. 역사는 흐르고 과학은 발전했지만, 사람들의 현명함은 과거 우리 선조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다.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의 가장 근간에 놓인 문제의식이 바로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구별이다. 카이스트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의 강연에서 들은 재밌는 얘기가 있다. 전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서, 인구당 노벨상 수상자 수를 세로축에, 그리고 가로축에는 인구당 초콜릿 소비량을 그린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통계학에서는 이렇게 표현한 데이터가 만약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를 향하는 일직선을 따라 놓여있다면,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크다고 말한다. 가로축에 그린 양이 점점 커질수록, 세로축에 그린 양도 함께 점점 커지는 모습이라서, 밥을 많이 먹으면 늘어나는 몸무게처럼, 둘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정교수가 보여준 그래프는 초콜릿 소비량이 노벨상 수상자 수와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 그렇다면, 둘 사이의 관계는 과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상관관계일까, 아니면 불 때야 연기 나는 인과관계일까? 최근의 독감 백신 사망 논란에 관련한 몇몇 언론 기사를 보면, 초콜릿과 노벨상의 관계를 분명한 인과관계로 믿는 기자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초콜릿 많이 먹는다고 노벨상을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인과관계가 맞다면, 초콜릿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이미 노벨상을 타고도 남았다. 당연히 둘 사이의 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다.

경제가 발달한 나라에서 기초 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더 클 수밖에 없고, 경제가 발달한 나라에서 초콜릿 소비량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경제수준이라는 요인을 생각하지 않고, 노벨상과 초콜릿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를 보면서, 초콜릿 먹으면 노벨상 탄다는 결론을 내리는 사람은 당연히 엉뚱하게 추론한 셈이다.

정하웅 교수가 덧붙여 보여준 그래프는, 고급 스포츠카가 많은 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 국민 대상으로 초콜릿 먹으면서 스포츠카 타기 운동을 벌이면 된다는 것이 정하웅 교수의 제안이다.(걱정이 생겨 보탠다. 당연히 농담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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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을 다시 보자. 곰곰이 생각해보면 둘 사이에 정말로 인과관계가 불가능하다고 과연 확신할 수 있는지,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까마귀가 날아오르며 만든 나뭇가지의 떨림이 전달되어서 주변 나무에서 배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런 연구를 누가 해달라고 할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살피는 연구는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 한번 상상해보자.

먼저 해야 할 일은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피는 일이다. 상관관계가 있다면 인과관계의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상관관계가 없다면 인과관계는 생각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라면, 먼저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배가 떨어진 사건을 여럿 모으고, 이 중에 배가 떨어지기 직전에 까마귀가 날아 오른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까마귀가 날아오르지 않았는데도 배가 떨어진 경우는 얼마나 있는 지를 살펴야 한다.(최근의 독감 백신 사망설은 여기까지 이르지 못했다. 상관관계의 유의미성을 조사해 보도한 사망설 초기 언론 기사는 기억나지 않는다)

까마귀가 날아올랐든 말든, 배가 떨어지는 숫자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면, 둘 사이에 인과관계는커녕 상관관계도 없으니 더 연구할 것도 없이 상황 종료, 연구 끝. 만약,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데이터를 통해 밝혀진다면, 이제 인과관계를 살피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까마귀가 날아오른 나무와 방금 배가 떨어진 나무 사이의 거리를 측정해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배가 떨어지는 사건의 빈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필 수도 있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떨어지는 배의 숫자가 줄어든다면, 둘 사이의 관계가 인과관계일 가능성을 짐작해보게 된다. 그렇다고 연구가 최종적으로 완결되는 것은 아니다. 둘 사이의 관계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이를 실험으로 재현하는 후속 연구도 필요하다.

까마귀의 갑작스러운 날아오름이 만든 나뭇가지의 떨림이 과연 얼마나 멀리 전달될 수 있는 지, 그리고 그렇게 전달된 떨림이 만들어낸 나뭇가지의 가속도가 과연 배를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큰지, 이론 연구와 함께 여러 다른 조건을 고려한 실험 연구도 필요하다. 연구를 계속 진행해 명확한 인과관계를 얻게 되면 결국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필자가 상상해본 과학 연구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우리말 속담에 등장하는 두 사건 사이에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 인과관계가 성립할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멋진 속담 속 두 사건을 단순한 상관관계의 대표적인 예로 비유하는 이유는 무얼까? 인과관계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기 전에는, 둘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상관관계일 수 있다는, 회의의 정신과 비판적 태도가 선조들의 생각에 담겨있기 때문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백신 접종과 고령자 사망 사이의 관계도, 명확한 인과관계의 증거가 없다면, 일단은 먼저 단순한 상관관계일 수 있다는 회의의 자세가 언론에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언론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이런 기사들의 선정성과 조회수 사이의 강한 상관관계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확실치 않은 인과관계를 부풀리는 언론은 정말 위험하다.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한 위험보다, 백신 접종을 안했을 때 우리 모두가 떠안게 될 위험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고령 사망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론할 수 있는 명확한 인과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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