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만든 과학 이야기 [김범준의 세상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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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만든 과학 이야기 [김범준의 세상물정]
  •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 승인 2021.03.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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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가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미시적으로는 신경세포의 시냅스 연결 강도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픽=픽사베이
우리의 뇌가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미시적으로는 신경세포의 시냅스 연결 강도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픽=픽사베이

현재 여러 분야에서 널리 이용하고 있는 인공지능은 신경과학 분야의 오랜 연구의 성과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사람의 뇌에는 전기적인 형태로 정보를 처리하는 무려 1000억개 정도의 신경세포가 있다. 신경세포는 안의 전압이 밖보다 더 낮아 전위차가 음(-)의 값을 갖는 상태를 보통 유지하고 있다.

자신과 연결된 여러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들어오는 전기신호의 합이 충분히 세지면 전위차는 갑자기 양(+)의 값으로 치솟고 잠시 뒤 다시 평상시의 음의 전위차로 돌아온다. 전위차가 짧은 시간 오르고 내리면 신경세포가 발화(fire)했다고 하는데, 우리 뇌는 복잡하게 서로 연결된 수많은 신경세포의 발화를 통해 정보를 처리한다.

이처럼 뇌의 모든 정보처리가 결국 신경세포의 발화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경세포의 발화패턴으로 뇌가 지금 무슨 생각을 떠올리는지를 알아내기는 여전히 무척 어렵다. 기본입자들의 상호작용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방금 던진 주사위의 눈을 예측할 수 없는 물리학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구성요소로 환원해 이해했다고 전체를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뇌에서 거시적으로 일어나는 정보처리가 신경세포라는 미시적 수준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보는 것은 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팽팽히 활줄을 당겨 긴장상태를 유지하다가 손을 놓아 화살을 발사(fire)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 화살을 쏘려면 줄 당긴 활을 유지하는 데에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막상 화살을 발사할 때는 에너지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도 마찬가지다. 안팎의 전위차가 보통의 상태에서는 0보다 작으니 신경세포 밖의 양이온은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양전하는 전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에너지가 낮아지는 방향이라 그렇다.

화살을 쏘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화살을 발사할 때는 에너지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도 마찬가지다. /사진=픽사베이
화살을 쏘려면 큰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화살을 발사할 때는 에너지가 거의 필요하지 않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도 마찬가지다. /사진=픽사베이

신경세포의 세포막에는 들어온 양이온을 계속 밖으로 퍼내는 이온펌프가 있다. 자꾸 아래로 고이는 물을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밖으로 퍼내는 물 펌프 같은 역할을 한다. 만약 신경세포가 죽어서 이온펌프가 작동하지 않으면 밖에서 안으로 밀려들어온 양이온으로 신경세포 안의 전위가 점점 높아지고, 결국 안팎의 전위차가 0이 되는 평형상태에 도달한다.

살아서 작동하는 신경세포는 전위차를 음의 값으로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이온펌프를 작동해 큰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신경세포의 발화로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 뇌는 아무것도 안하는 신경세포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공부하나 멍 때리나, 우리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실제로도 많이 다르지 않다. 화살을 쏘지 않고 활줄을 당기고만 있어도 힘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경세포는 출력을 담당하는 긴 가지인 축삭(axon)을 통해 다른 신경세포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고, 나무 가지처럼 생긴 가지돌기(dendrite)를 통해 여러 다른 신경세포로부터 전기 신호를 입력으로 전달받는다. 가지돌기의 끝은 다른 신경세포의 축삭의 끝과 시냅스(synapse)라 불리는 구조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시냅스의 앞쪽, 시냅스 이전 신경세포 축삭의 말단에 있는 작은 주머니에서 축삭을 통해 전달된 전기신호의 영향으로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된다. 시냅스 틈으로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은 확산과정을 통해 좁은 시냅스 틈을 저절로 건너 시냅스의 다른 쪽인 수상돌기 쪽 세포막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한다. 시냅스이전 신경세포가 시냅스를 통해 시냅스이후 신경세포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 이어지며 우리 뇌는 정보를 처리한다.

신경과학 분야에는 “Fire together, wire together”라는 얘기가 있다. 함께 발화(fire)하는 신경세포는 더 강하게 연결(wire)된다는 얘기를 두 영어 단어 fire와 wire의 운을 맞춰 적은 재밌는 표현이다. 1949년 캐나다의 신경 심리학자 도널드 헤브가 밝힌, 실험으로도 확인된 신경세포의 학습과정이다. 결국, 우리의 뇌가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미시적으로는 신경세포의 시냅스 연결 강도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서로 서로 연결된 시냅스의 연결패턴 전체를 코넥톰(connectome)이라 한다. 물리학자로 경력을 시작해 현재는 신경과학자로 더 유명한 세바츠찬 승(Sebastian Seung)은 “나는 나의 코넥톰이다(I am my connectome)”라고 했다. 바로, 우리각자가 가진 모든 기억과 정보가 결국 코넥톰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과감하지만 흥미로운 주장이다. 나의 뇌 안 엄청난 숫자의 신경세포의 연결 패턴이 바로 나다. 나의 생각도, 감정도, 그리고 기억도 모두 코넥톰으로 구현된다.

우리의 뇌 안 신경세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해에 바탕하여 1943년 매컬록-피츠 모형이 제안되었다. 발화하고 있는 신경세포의 상태를 1로, 발화하지 않고 음의 전위차를 유지하는 평상시의 상태를 0이라고 하자. 신경세포 하나에는 여러 가지돌기가 있고, 각각의 가지돌기의 끝에 놓인 시냅스를 통해 여러 다른 신경세포가 뻗은 축삭을 통해 정보가 전달된다. 입력 쪽의 여러 신경세포 하나하나의 상태도 0또는 1의 값으로 기술될 수 있다. 하지만 입력 쪽 신경세포의 상태가 그 입력을 받아들이는 신경세포에 모두 똑같은 정도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가지돌기의 끝마다 놓인 여러 시냅스는 그 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컬록-피츠 모형 수식.

매컬록-피츠 모형은 각 신경세포에서 전달된 정보를 그 신경세포와 연결되어 있는 시냅스의 강도에 곱하고 이를 모두 더한 양이 충분히 클 때에만 모든 입력을 받아들인 신경세포가 발화한다고 설명한다. 네트워크의 형태로 복잡하게 서로 연결된 시냅스 연결의 강도를 행렬로 표현하고, 각각의 신경세포의 상태를 모두 모아 벡터로 적자. 또, 입력의 총합이 충분히 클 때만 신경세포가 발화한다는 것은 계단 모양의 함수로 표현하면, 위에서 길게 적은 내용을 딱 하나의 수식으로 적을 수 있다. 과학자들이 수식을 좋아하는 이유다.

요즘의 인공지능도 매컬록-피츠 모형과 거의 비슷하게 작동하는 많은 인공 신경세포의 네트워크로 구현된다. 이 얘기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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