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따라 늘었다 줄었다… 효성의 ‘고무줄 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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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따라 늘었다 줄었다… 효성의 ‘고무줄 배당’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3.18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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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회장 지분율 높은 효성·효성투자개발·효성ITX 현금배당성향 50~100%
지분 적은 효성첨단소재·중공업 ‘무배당’… 효성티앤씨는 20.32→9.3% 낮춰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주총 시즌’을 맞아 각 기업의 정기 주주총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는데요. 이들 주총에서 주주들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안건은 ‘오너 일가에 배당금이 지나치게 많이 지출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특히 효성의 경우, 최근 KB자산운용이 ‘오너 일가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만 집중적으로 배당을 늘리고 있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번 주총의 핫이슈로 떠오르는 분위기입니다.

본지가 효성과 주력 계열사들의 오너 지분율과 배당성향에 대해 살펴본 결과, 오너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배당성향이 높은 반면 오너의 지분이 적은 계열사는 그렇지 않다는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먼저 KB자산운용이 문제를 제기한 효성의 계열사 효성티앤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효성티앤씨는 KB자산운용이 2대주주로 있는 곳입니다.

효성티앤씨는 2018년 당기순이익 212억4400만원을 올린 가운데 현금배당은 43억1600만원을 했습니다. 현금배당성향이 20.31%에 이릅니다. 효성(20.32%), 조현준 회장(14.59%), 조석래 명예회장(8.19%) 등 특수관계인이 43.93%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분율에 따라 18억9600만원이 오너 일가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KB자산운용의 지분율은 8.89%로, 3억8000만원을 배당금으로 챙겼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KB자산운용은 효성, 조현준, 국민연금공단, 조석래에 이은 5대 주주였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분율 15.57%로, 지주사인 효성(20.32%)에 이은 2대주주로 올라선 것입니다. 그런데 KB자산운용이 2대주주로 올라서자 배당성향이 20.32%에서 9.3%로 반토막 아래로 뚝 떨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지배주주 순이익이 931억원으로, 전년도 212억원에 비해 4.4배 늘었는데도 배당성향을 낮춘 것입니다.

효성티앤씨의 총 배당금은 86억3138만원이며, 지분율에 따라 효성 오너일가(43.90%)는 37억8900만원을, KB자산운용은 13억4400만원을 챙깁니다.

KB자산운용 측은 “합리적 수준의 배당을 지급하겠다는 경영진의 말을 믿고 기다린 주주로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효성티앤씨 외에도 효성첨단소재와 효성중공업도 배당문제의 한 가운데에 있는데요.

지주사 체제로 변경되면서 효성첨단소재는 조현준 회장의 지분이 14.59%에서 0%로, 효성중공업도 조현준 회장 지분이 14.59%에서 5.84%로 확 줄어듭니다.

이 두 계열사 모두 배당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너인 조현준 회장의 지분 또한 낮습니다. 오너 지분율이 낮기 때문에 주주환원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대목입니다.

효성화학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현준 회장의 효성화학 지분은 7.32%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일까요? 낮은 배당성향으로 주주환원에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금배당성향은 2018년 15.6%에서 2019년에도 18.1%로 큰 변동이 없습니다. 하지만 배당금총액은 확 늘어 오너 일가가 챙기는 배당금도 커졌습니다. 1주당 배당금은 1000원에서 5000원으로 늘고, 배당금 총액도 31억원에서 159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이에 따라 조현준 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지분율(43.83%)에 따라 69억원을 챙기게 됐습니다.

효성그룹 CI와 조현준 회장
효성그룹 CI와 조현준 회장

반면 오너와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이 100%인 비상장사 효성투자개발의 배당은 사뭇 다릅니다. 효성투자개발의 지분구조는 효성(58.75%), 조현준(41.00%), 조석래(0.25%) 등이 100% 소유하고 있습니다. 배당을 보면 2017년 당기순이익 405억원에 배당은 432억원으로, 배당성향이 무려 106.7%나 됩니다. 2018년에도 당기순이익 430억원 중 200억원을 배당해 46.5%의 배당성향을 보였습니다. KB자산운용에 따르면 효성투자개발의 지난해 배당 성향은 100.5%를 기록했습니다.

조현준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효성ITX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효성ITX의 경우 2018년 조 회장은 35.26% 지분으로 최대주주였으며, 효성이 27.99%로 2대 주주입니다. 현금배당은 2017년 당기순이익 95억2300만원 중 60억6700만원으로, 현금배당성향은 63.67%였습니다. 2018년 현금배당은 당기순이익 75억2400만원 중 60억3800만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이 80.25%로 뛰어오릅니다.

효성ITX는 오는 주총에서 지난해 현금배당으로 총 60억3000만원을 의결합니다. 당기순이익이 108억3000만원이니, 현금배당성향은 55.68%에 이릅니다. 2020년에는 배당이 더 늘어납니다. 1주당 500원에서 650원으로, 30% 늘리기로 한 것인데요. 여기에 더해 분기마다 배당을 주는 분기배당제도도 도입합니다.

남경환 효성ITX 대표이사는 “주주가치 제고 의지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시장에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효성ITX의 지분은 조현준 37.91%, 효성 30.10% 등입니다. 조현준 회장 개인회사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지주사인 효성의 오너성향 배당도 만만치 않습니다. 효성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500억원인데요. 이중 배당금으로 나가는 금액은 1016억원입니다. 배당성향이 67.7%나 됩니다. 효성의 최근 배당성향을 보면 2016년 36.5%에서 2017년 51.1%로 오르다가 2018년에는 3.0%로 주춤합니다. 그러다가 67.7%로 껑충 뛴 것입니다. 그런데 배당성향이 3%였던 2018년도 현금배당총액은 1016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합니다. 당기순이익 차이 때문에 배당성향이 줄어든 것입니다.

2018년 당기순이익은 3조3577억원인데, 2019년에는 22분의 1 수준인 1500억원까지 떨어집니다. 하지만 배당금총액은 1016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결국 순이익은 줄어도 배당금은 줄이기 않았기 때문에 이런 배당성향이 나오는 것입니다.

효성의 지분구조는 조현준 회장이 21.94%로 최대주주이며, 동생 조현상 사장 21.42%, 아버지 조석래 명예회장 9.43% 등 특수관계인이 55.08%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 외 국민연금이 10.0%입니다. 지분율에 따라 조현준 회장 일가가 챙기는 배당금은 560억원입니다.

효성의 배당을 살펴본 결과 오너인 조현준 회장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배당이 집중되는 모습을 보여 ‘오너 친화 정책’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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