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박현주는 왜 ‘지주회사 전환’을 꺼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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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박현주는 왜 ‘지주회사 전환’을 꺼릴까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3.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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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유일 지주사 전환 'NO'… '별도영업 금지' 부담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사정당국 전방위 압박 견딜까
사진=미래에셋 광고
사진=미래에셋 광고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은 왜 국내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고 있을까요. 문재인정부가 2017년 5월 출범 이후 줄기차게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사정당국인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나서 박현주 오너일가가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래에셋그룹에 대해 지배구조를 개편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그때마다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 나가면서 지주사 전환을 피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는데요. 금융지주회사의 별도 영업활동을 금지하는 당국의 규제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자회사 주식가액(장부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이면 지주사로 강제 전환됩니다. 또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미래에셋캐피탈과 같은 여신전문금융회사는 자기자본의 150%가 넘는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현주 회장.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캐피탈을 모태로 하고 있으며 미래에셋캐피탈을 지주회사로 하는 방안을 모색한 적도 있습니다. 2004년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미래에셋캐피탈을 지주사로 신고했던 것인데요. 하지만 곧바로 철회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금융권은 미래에셋캐피탈을 미래에셋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보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박현주 회장(34.32%)과 오너일가 그리고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펀드서비스가 지분 84.87%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셋그룹의 기본적인 지배구조는 박현주→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생명으로 이어지는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지분구조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미래에셋컨설팅 주식은 박현주(48.63%), 부인 김미경(10.24%), 기타(41.13%)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에셋컨설팅은 미래에셋펀드서비스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박현주(34.32%), 미래에셋자산운용(29.53%), 미래에셋컨설팅(9.98%), 미래에셋펀드서비스(9.49%), 누나 박현민(0.36%), 조카 송성원·송하경(각 0.4%) 등 특수관계인이 84.87%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박현주(60.19%), 미래에셋컨설팅(32.92%), 부인 김미경(2.72%) 등 특수관계인이 98.34%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캐피탈이 20.28% 지분으로 최대주주입니다.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대우(22.01%), 미래에셋캐피탈(15.59%), 미래에셋자산운용(5.06%), 미래에셋펀드서비스(0.44%), 미래에셋컨설팅(0.09%)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박현주 회장과 오너 일가가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이지만 미래에셋캐피탈이 실질적으로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에셋그룹의 지주사격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숱한 압박에도 어떻게 금융지주회사법의 기준을 피해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았을까요. 2017년 5~6월 사정당국과 시민단체의 압박이 가해지자 미래에셋캐피탈의 덩치를 키워 상대적으로 자회사 지분가치와 자기자본 비율을 법 기준보다 낮추며 법망을 피해간 것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9월 미래에셋캐피탈의 금융계열사 지분가치(1조235억원)가 총 자산의 51.4%로 지주회사 강제전환 조건이 되자 미래에셋은 여신전문금융업의 사업영역을 넓히는 방식으로 몸집을 키워 그해 말에는 자산규모를 2조4000억원으로 늘렸습니다. 그 결과 자회사 지분가치를 46%, 자기자본 대비 147% 수준까지 떨어뜨린 것입니다. 법 기준 50%와 150%를 교묘히 피한 것이죠.

특히 2018년 9월에는 자산규모를 3조5000억원까지 늘려 자회사 지분가치는 30%, 자기자본 대비 140%까지 줄였습니다. 2019년 9월엔 자산규모를 5조2000억원 수준으로 더 끌어 올렸습니다.

업계는 미래에셋이 이처럼 편법을 쓰면서까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를 각종 규제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지주사는 별도의 영업활동을 못하는 제한을 받습니다. 결국 돈벌이가 줄어들까 하는 걱정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올 만한 대목이죠.

하지만 가만히 있을 사정당국이 아니죠. 공정위에서 일감몰아주기 행태에 대해 내부거래 조사를 진행한데 이어 금융감독원은 통합감독제도 시범운영을 통해 미래에셋그룹에 대해 위기대응능력 부족(감독 대상 7개 금융그룹 중 자본비율 최하)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압박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일례로 미래에셋캐피탈의 경우 2018년 총 매출액 1872억원 중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액이 465억원으로 25% 수준입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 계열사 20%) 이상일 경우,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 또는 국내 매출의 12% 이상일 때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습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미래에셋그룹에 총수 일가 사익편취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는데, 여기에는 박현주 회장과 미래에셋그룹 법인을 고발하는 의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박현주 회장은 2018년 국내 경영을 부회장들에게 맡기면서 홍콩법인 비상근 회장으로 물러났습니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장녀 박하민씨가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해외부동산투자본부에 입사해 2세 경영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는데요. 박현주 회장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박하민씨는 1989년생으로 미국 코넬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맥킨지코리아, 투자컨설팅회사 CBRE 등에서 근무하다 미래에셋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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