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높은 주식투자 말고도 ‘해외금리연계 ELF, 라임 사모펀드 등으로 고객을 쪽박 차게 만들 위험한 금융상품을 파는 회사’로 일반 대중에 각인된 증권회사. 금융당국은 그런 증권사에 정기예금에 가까운 안정성 높은 고정금리 금융상품인 ‘발행어음’을 엄격한 심사를 거쳐 판매 허가하고 있다. 발행어음은 최근 은행 상품의 금리 인하 기조로 지난달 말까지 1년간 해당 증권사 잔액이 5조원이나 늘어나면서 인기 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계엄 사태 이후 엄중한 시국이던 지난 4월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심사를 거쳐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돈이 되는 금융상품 판매를 허가할 계획이다. 현재는 미래에셋증권 등 4개사가 인가를 받아 영업 중인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5개 증권사는 절호의 기회를 잡기 위해 인가를 신청하고 심사를 받는 중이다. 그러나 인가 접수 당시 순조로운 분위기가 급랭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7일 열린 금융위 안건심사 소위원회에서 키움증권을 제외한 4개 증권사의 심사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심사 중단 사유는 이들 증권사에 대한 제재와 사법리스크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은 최근 대주주 사법리스크가 해소됐고, 하나증권과 메리츠증권은 불공정거래 및 전산 장애 사고 등과 관련해 일부 제재가 문제이지만,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다수 사안이 걸려 있어 심각해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6건의 법규 위반으로 10억원이 넘는 과징금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초대형 IB 후보군 중 가장 많은 처벌 금액인데,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해 신한투자증권 내부에서 조직적으로 벌어진 손실 은폐 사건이다. ETF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임직원이 내부 시스템을 조작해 은폐하고 부당한 거액 성과급까지 받아 챙긴 것이다. 이 사건에 연루된 신한투자증권 임직원들은 지난 6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도 이처럼 죄질이 나쁘다고 규정한 조직적 시스템 조작이 가능했던 신한투자증권의 ‘내부통제’를 금융당국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심사에서 심각하게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신한투자증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돼 ‘집사 게이트’로 특검이 주목하는 ‘IMS모빌리티’와도 불미스럽게 관련되었다는 의혹과 혐의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IMS모빌리티 기업공개 추진 과정에서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아 기업가치 평가를 과다하게 부풀렸다는 의혹까지 받는다. 연속해서 적자를 내는 기업이 20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신한투자증권은 평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IMS모빌리티가 2023년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할 때, 신기술조합 펀드를 통해 ‘신한은행’이 문제의 회사에 30억원을 투자한 것도 대주주 차원의 사법리스크로 금융당국이 평가할지 주목된다.
신한투자증권이 자초한 내우외환이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삼성증권도 지배주주 개인의 사법리스크로 오랫동안 불이익을 받은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