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 산업은 ‘위험’을 재료로 금융상품을 설계해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곳이다. 이러한 금융투자 산업에는 고도의 금융 기술을 가지고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꾼’이 존재한다. ‘꾼’들이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금을 지원할 금융회사를 찾아 팀을 만들어 떠돈다.
한편 금융회사 경영진은 매년 경영 실적 평가를 통해 성과급을 받거나 연임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금융이나 금융 공학 기술을 가진 ‘꾼’ 들은 일부 그릇된 가치관을 가졌거나 경영 능력이 부족한 경영자를 타깃으로 몰려든다. ‘꾼’은 금융회사의 거대한 자금을 이용해 고액 성과금을 챙기고 자금을 제공한 경영진은 ‘꾼’이 제공한 실적을 통해 고액 성과급과 연봉을 지급하는 자리를 보전한다. 양쪽의 이해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미스터리한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ETF(상장지수펀드) LP(유동성 공급자)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로 1300억원을 날리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는데 그 경위가 아주 수상하다. ETF는 유가증권 시장에서 거래하는 상장 펀드다. ETF 거래 활성화를 위해 매수와 매도 시장가격이 너무 격차가 나거나 시장가격이 ETF의 적정 가치와 격차가 발생하면, 시장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매도-매수 가격의 거래 물량을 공급하는 유동성 공급자가 LP(Liquidity Provider)이며 이러한 기능을 ‘시장조성’이라고 한다.
이처럼 LP는 시장조성을 위해 매도호가를 제시하고 ETF를 매수하면 보유 ETF의 가격 변동 위험에 직면한다. 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LP는 ETF 포함 종목을 공매도하거나 파생상품 거래(선물 매도나 풋옵션 매수 또는 합성선물 매도)를 통해 가격 하락 위험을 회피(hedge)한다. 그런데 신한투자증권은 이 같은 정규 LP 업무를 벗어난 장내 선물 매매를 했고, 1300억원이라는 큰 손실을 냈다. 또한 스와프 거래를 통해 발생한 날(8월 2일)로부터 두 달이나 아무도 모르게 감추다가 지난 10일 자체 감사에서 적발했다고 공시했다.
코스피200 선물 가격은 지난 8월 2일과 5일, 미국 시장 충격으로 동반 급락했다. 만일 통상 LP 업무로 보유 ETF의 가격변동을 헤지하려고 공매도나 선물 매도를 했으면 신한투자증권은 오히려 큰 차익이 발생해야 했다. 그런데 왜 그토록 큰 손실이 발생했을까? 그 단서는 공시 내용에 ‘목적에서 벗어난’이라는 구절에 있다. LP 담당 부서가 본업을 버리고 엉뚱한 마음을 먹은 것이다. ETF 헤지를 하라고 열어둔 회사의 투자 허용한도를 이용해서 오히려 선물을 매입했던 것(단기 확정 이익을 얻으려고 옵션 양매도 포지션인 숏 스트랭글을 했을 수도 있다)으로 추정된다. 내부 통제 때문에 일간 매매(overnight)보다는 주로 일중 매매를 했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8월 2일 시가를 기준으로 선물을 매수했다고 가정하면 선물 가격 지수가 8월 5일까지는 13.7%, 10월 10일까지는 10.5% 하락했다.
그러나 1300억원이라는 손실이 단 순간 발생했다면 눈에 띄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선물보다는 옵션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에 금융사고를 낸 임태훈 국제영업본부장(전무)은 2013년 법인선물옵션 부장으로 신한투자증권에서 일을 시작했다. 필자 경험으로 미루어 파생상품 전문가인 그는 숏 스트랭글(콜옵션과 풋옵션 동시 매도 전략)을 이용해 단기 확정 차익을 노리다가 이틀간 시장 폭락으로 큰 낭패를 봤을 수 있다. 옵션 매도 전략은 즉시 매매 프리미엄을 발생하므로 즉시 시장변동이 없으면 매도 프리미엄을 즉시 수익으로 확정할 수 있어 시장 분석력이 뛰어난 파생 전문가가 애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예측이 틀리면 위험은 무한대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공격적인 투기거래를 감행했다가 큰 손실을 보았을 수 있다.
구체적 위반 사항은 검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도권 금융회사가 ‘왜 무모한 투기적 행위를 서슴없이 벌였는가’라는 것이다. 정교한 제도와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필자 경험으로는 그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회사 경영진이 어느 선까지 영업을 독려하는가에 따라 현장의 준법정신은 아주 달라진다. 심증이지만 신한투자증권은 아마 오랫동안 선물옵션 기술자가 경영진의 실적에 이바지했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번 금융사고로 해임된 임태훈 국제영업본부장은 여러 차례 남다른 실적을 거두며 높은 연봉으로 언론 지면을 장식했었고, 줄곧 승승장구하며 승진을 거듭했고 업무영역을 확장했다. 그에게 신한투자증권은 10년 이상 만만한 꿀단지였을 것이다.
물론 올해 3월 이사회 의장까지 겸직하며 신한금융지주로부터 강력한 권한과 신임을 받은 김상태 사장도 경영 실적을 위해 한 푼이라도 더 쥐어짜야 하는 처지여서 임태훈 같은 금융기술자 재간이 유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진리는 어긋나는 법이 없다. 이들은 과다하게 꿀을 빨다가 꿀단지마저 깨뜨리는 우를 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