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하다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투자 의견, 믿어도 될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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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다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투자 의견, 믿어도 될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5.08.04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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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낙관적 편향. /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애널리스트 낙관적 편향. /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우리 주변에는 가치 있는 보고서이지만 아쉽게도 그냥 묻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글을 볼 때마다 필자는 목놓아 울지는 않더라도(大哭), 크게 소리치고(放聲) 싶어진다. 자본시장에서 30년 가까이 경험한 필자는 최근에 이런 감정을 자극하는 글을 만났다. 이 보고서는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지난달 21일 발표한 <애널리스트의 낙관적 편향>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주석에 표기했다. 보고서가 다룬 주제가 그만큼 민감할 수 있는 주제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료 1.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자료 1. /출처=자본시장연구원

편향(Bias)이란 사고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고 이에 근거해 행동하지 못하도록 왜곡하는 것을 말하는데, 보고서는 한국 애널리스트가 그들이 작성하는 보고서에서 투자의견을 무턱대고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필자가 증권회사에 근무하던 때에도 애널리스트의 이러한 경향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드러내 놓은 적은 없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경향을 적나라하게 입증하고 있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아마 투자자가 이 보고서를 본 이후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을 투자의사 결정에 참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료 2.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자료 2. /출처=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평균적으로 애널리스트들의 92.9%는 매수 의견 일색이었다. 통상 기대수익률이 매수는 +10% 이상, 매도는 –10% 이하, 보유(또는 중립)는 -10% ~ +10%를 의미한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으로 올수록 더욱 강해졌다. 2000~2009년 약 10년간 66.6%였던 매수 의견 비중은 2010년대에는 88.8%였다가 최근에는 보고서 10건 중 9건 이상이 매수 의견이었다. 반면 매도 의견 보고서는 2000년대 1.6%에서 2020년대 0.1%로 거의 사라졌다. 매수 의견 증가는 보유 의견에서 대부분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특징지을 만한 것은 투자의견 변경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매수 의견이 대부분이므로 이 투자의견을 변경한다면 보유나 매도로 악화하는 것이니 의견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자료 3.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자료 3.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여기까지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사실이었다. 사실 충격적인 내용은 지금부터이다. 합리적 분석을 담당하는 사회과학의 꽃인 애널리스트의 유쾌하지 못한 민낯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의 능력과 투자의견은 결국 최종적으로 목표주가 추정에 담겨 있다. 2000년 이후 한국 애널리스트의 목표주가 예상 수익률(목표주가와 기준일 2일 전 주가 비율) 추이를 보면 무슨 일인지 애널리스트는 점점 공격적으로 목표주가를 높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목표주가 예상 수익률과 실현수익률의 오차가 심각하게 커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애널리스트의 과대포장 수준이 천정부지라는 것이다.

자료 4.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자료 4. /출처=자본시장연구원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을까? 보고서에 따르면 중개업무 수익이 클수록 매수 투자의견 비중이 높았고, 목표주가 달성 확률이 낮았으며, 예측 오차는 컸다.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결정이 합리적 분석의 결과가 아니며 애널리스트 소속 증권회사의 영업정책에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낙관적 편향의 핵심 원인으로 ‘이해 상충 가능성’을 제시했다. 애널리스트 분석의 수요자는 증권회사 ‘투자은행 업무’의 잠재적 수요자인 상장기업과 ‘중개업무’ 고객인 기관투자가이다. 또한, 애널리스트의 평가와 보상은 이들 주요 수요자한테서 나오는 중개 수입과 서비스 평가 의견에 연동되어 있어서 이들이 보유하거나 관련한 종목, 포트폴리오에 애널리스트가 부정적 영향을 주는 투자의견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애널리스트는 구조적으로 수요자에게 유리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본업으로 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 분석은 애당초 글러 먹은 것이다.

게다가 증권사 수익원이 다양화하면서 애널리스트의 수익 기여도가 떨어졌고, ETF 성장 등 패시브 투자전략 비중이 커지며 애널리스트 분석 수요가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지난 10년간 상장기업 수는 700개, 시가총액은 900조원 이상 늘었으나, 상장기업 분석 보고서를 내는 증권사는 36개에서 30개로 감소했고, 애널리스트는 약 600명에서 400명으로 줄었다. 결국 애널리스트의 입지가 더욱 약화하며 그들의 낙관적 편향은 극단적으로 높아졌다.

이상의 몇 가지 명료한 데이터 분석으로 드러난 결과를 확인한 투자자는 앞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 투자의견을 듣고 싶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증권회사와 상장기업 분석의 연계를 절연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AI 기술을 활용하거나 ‘독립 리서치 회사’ 제도 도입을 추천한다. 그러나 증권업 관련 수익을 배제한 ‘독립 리서치’가 수익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다행히 AI 기술의 발전으로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저비용 ‘독립 리서치’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자본력이 AI의 고급도를 판가름하므로 결국 대형 금융회사가 리서치 분야를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리서치의 장래는 그리 밝지 않다. 더군다나 리서치를 업으로 하는 애널리스트의 운명은 오죽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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