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 배당금 4483억원의 절반 챙긴다… 조정호의 ‘망각 2013’
상태바
메리츠금융지주 배당금 4483억원의 절반 챙긴다… 조정호의 ‘망각 2013’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3.14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범 부회장, 월가 방식 주주환원 정책에 숨긴 ‘오너·본인의 최대 이익’ 설계
2013년 고액 배당과 고연봉 논란으로 회장직 물러난 조 회장의 탐욕과 짬짜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김용범 부회장. /사진=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김용범 부회장. /사진=메리츠금융지주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메리츠금융지주가 다소 파격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내놓아 화제다. 당기순이익의 절반인 4483억원을 배당하겠다는 것인데, 이 가운데 51%는 오너인 조정호 회장의 몫이어서 설왕설래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국내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매우 독특하다. 특히 분리 상장되었던 자회사를 상장폐지하고 메리츠금융지주 한 개로 합병하는 ‘역행’(?)을 단행하면서 오너의 지분율을 대폭 낮춘 것은 우리 재계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2021년부터 매년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고 2022년엔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의 50%를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며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것은 주주들의 환호를 받았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해마다 반복하며 주당 당기순이익을 늘려 주주가치를 올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애플과 비교해 ‘한국의 애플’이라는 칭호도 얻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런 주주환원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라는 점은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회장의 2023년 보수총액은 급여 10억원과 상여 24억2200만원, 기타 근로소득 3200만원을 합쳐 34억5400만원이다. 보수는 3년째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상여금이 늘어서다. 2021년과 2022년 조 회장의 보수 총액은 각각 15억3700만원, 24억95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상여는 각각 5억1300만원, 14억6300만원이다. 34억5000여만원의 보수도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배당액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주식의 48.06%에 해당하는 9774만7034주를 보유해 2307억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이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현금 배당 총액 4483억3400만원의 51%에 해당하는 수치다. 

메리츠금융이 지난해 4월 지주사 전환을 통한 ‘원 메리츠’ 체제를 마련하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과실의 절반 이상은 최대주주인 조 회장이 거둬 간 셈이다. 지난해 주당 현금배당금(2360원)은 오는 22일 주총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 같은 조 회장의 배당액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3244억원에 이은 재계 2위 기록이다. 지난해 가장 장사를 잘해 전년에 비해 배당액이 40%나 늘어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1559억원보다도 748억원 가량 많은 금액이다.

조 회장은 과거 2013년 고액 배당과 고연봉 논란에 회장직을 잠시 물러난 바 있다. 2012년 실적으로 연봉(56억5000만원)과 배당을 합쳐 총 136억원을 받았는데, 이 금액이 당기순이익(960억원)의 14%가 넘어서며 논란이 됐다. 조 회장은 고액 연봉 논란이 가라앉기를 바라며 9개월간 회장직을 떠났다. 이후 2014년 조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하자 메리츠금융그룹은 과거의 논란에 대해 반성한다면서 연봉과 배당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출처=네이버증권 캡처
/출처=네이버증권 캡처

2024년 현재로 돌아와 보자. 조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절반인 2300억여원을 배당받는다. 이런 결과는 조 회장 자신이 세운 주주환원 정책으로 가능했다. 그는 경영 성과를 최대한 주주들과 나누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메리츠가 2023 회계연도 배당 총액을 전년보다 23배 급증한 4483억원으로 잡은 것도 오너의 주주환원정책에서 비롯된다.

이런 주주환원 정책을 설계한 인물은 2014년 조 회장 복귀와 함께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한 김용범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지주회사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메리츠금융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이후 10년 동안 연봉과 성과급, 스톡옵션 등으로 약 1300억원 이상 소득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본인의 고정급을 1억원 안팎으로 낮게 책정한 대신 향후 기업가치 제고를 통한 주가 수준이 높아질 것을 고려해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확보했다. 그는 현재 메리츠금융지주 115만5480주를 주당 1만820원에 살 수 있는 권리(옵션)를 보유 중이다. 14일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장중가) 8만5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주당 차액만 7만4280원으로 주가 평가 차익만 857억1300만원에 달한다. 또한 김 부회장은 현재 메리츠금융지주 보통주 35만주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주식의 평가액 역시 297억원 상당이다.

미국 보스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조 회장은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를 거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에서 금융전공으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유학파답게 그의 경영은 미국 월가 방식이다. 유능한 전문경영인에 철저하게 경영을 맡기고 실적을 잘 올리는 전문경영인에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준다. 그러면서 자신도 엄청난 고배당을 가져 간다.

이런 경영방식의 장점은 전문경영인들이 죽을둥살둥 열심히 해서 좋은 실적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반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실적을 올리려다 보니 후유증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월가 전문경영인들의 모럴해저드가 대표적 사례다. 연봉과 스톡옵션에 눈이 멀어 수단·방법 안 가리고 실적을 올리다 온갖 부작용을 초래한 것은 물론, 분식회계까지 벌이다 결국 회사는 망하고 세계적 금융위기까지 초래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공격적인 경영과 고배당 정책이 과연 소액주주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인지, 아니면 조정호 회장과 김용범 부회장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인지 곱씹어 볼 일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