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밉상 등극 MBK파트너스, ‘김병주 초심’은 어디로 갔나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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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밉상 등극 MBK파트너스, ‘김병주 초심’은 어디로 갔나 [마포나루]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3.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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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설립된 MBK, 현재 운용 자금만 40조원 달해… 국내 사모펀드 선구자
홈플러스·bhc 등 투자기업 파행 운영으로 신뢰 잃고 ‘공정위 블랙리스트’ 올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MBK파트너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사진=MBK파트너스

“월가에서 더 성장하고 싶기도 했지만 한국인으로서 미국이 아닌 아시아를 위해 투자하고 사업을 하고 싶었다. 다소 엉뚱한 애국심일 수 있다.” 사모펀드(PEF)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에서 성공 신화를 쓴 MBK파트너스 창업주 김병주 회장이 국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963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10대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해버퍼드칼리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PEF 운용 사관학교인 골드만삭스와 살로먼스미스바니, 칼라일에서 경력을 다진다. 이후 2005년 국내에서 MBK파트너스를 설립하고, 국내 사모펀드 최초로 몸값 10조원을 뛰어넘으며 세계 5대 사모펀드로 키워냈으니 그 자부심을 이해할 만하다.

김 회장은 칼라일에 근무하던 2000년 당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사태로 부실에 빠진 한미은행 인수를 성공시키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그리고 4년 뒤 한미은행 매각을 통해 70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후 MBK파트너스를 창업한 2005년 이후에는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다운턴(하락기)에 기업을 인수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이어간다. 한미캐피탈, 금호렌탈, 코웨이, 두산공작기계 투자를 통해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 차익 실현에 성공했다. 

그러나 양지가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최근 10여년간 사들인 국내 유통 기업들의 무리한 운영으로 ‘국민 밉상’을 자초하고 엑시트에도 애를 먹고 있다. MBK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기업은 30여개로 약 4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몇몇 상징 기업의 파행 운영으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MBK로 넘어간 지 9년째를 맞는 대형 마트 홈플러스는 직원과 점포가 대폭 줄고 실적도 악화하면서 기업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인사에서 MBK 김광일 부회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직에 임명했는데 업계는 이를 매각 등 엑시트를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다. 김 부회장은 MBK의 홈플러스 인수를 주도한 장본인이다.

아웃도어 기업 네파 역시 MBK의 아픈 손가락이다. 인수 후 실적 부진이 계속되며 11년째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엔 치킨 프랜차이즈 bhc가 속을 썩이고 있다. 값싼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고도 해당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의 원성을 사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사도 받을 처지에 놓였다. 

bhc 실적 성장의 이면에는 MBK 투자 이후 가맹점주를 상대로 한 폭리와 갑질이 있다. bhc는 2022년 7월 해바라기유 공급가를 한 번에 61%나 올려 점주들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말 공정위는 bhc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물품 공급을 중단해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3억5000만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bhc의 과도한 배당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에 따르면 bhc가 2018∼2022년 주주들에게 배당한 규모는 4696억원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bhc 영업이익인 5840억원의 80.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우리가 사모펀드에 기대하는 바는 혁신적 사업에 투자하는 자본의 역할과 함께 우수한 경영진 영입과 경영관리 체계의 정비 등을 통해 인수 기업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여달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우량 기업들을 더 늘려달라는 요구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는 자연스럽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김병주 회장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이런 사모펀드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면 무리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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