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사장에 윤병운, ‘되치기’ 당한 강호동 회장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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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사장에 윤병운, ‘되치기’ 당한 강호동 회장 [마포나루]
  • 최석영 탐사기획에디터
  • 승인 2024.03.12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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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농협맨’ 유찬형 밀었지만 농협지주 반발, 금융당국 개입으로 후퇴
어부지리로 CEO 꿰찬 윤 내정자도 노조 신임 못 받아… 가시밭길 예고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오른쪽)과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내정자. /사진=농협중앙회, NH투자증권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오른쪽)과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내정자. /사진=농협중앙회, NH투자증권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최근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선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그리고 금융당국에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지난 11일 NH투자증권 차기 사장에 내부 출신 윤병운 부사장이 내정되면서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 간 갈등은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입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유찬형 전 중앙회 부회장을,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을 밀었지만, 결국 윤 사장 내정자가 어부지리를 한 모양입니다. 이런 결과는 금융감독원이 개입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한껏 기를 세웠던 강호동 중앙회장과 이석준 회장은 모두 머쓱해졌습니다. 

2014년 농협금융에 인수된 NH투자증권은 10년째 ‘독립경영’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NH투자증권 초대 대표인 김원규 사장과 현 정영채 사장 등 ‘증권맨’이 경영을 맡아 무리 없이 운영한 만큼 경영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는 게 농협금융의 생각입니다. 전문가가 회사를 운영해야 증권사의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판단입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NH투자증권이 독립 경영을 이유로 통제 범위를 벗어나면서 횡령이나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시각입니다. 다른 금융 계열사와의 협업 부진 이유도 NH투자증권의 폐쇄적인 조직문화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농협금융지주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의 강호동 신임 회장은 지난 7일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을 만나 유 전 부회장을 사장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인수 10년을 맞은 NH투자증권이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농협맨’인 유 전 부회장이 적합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강 회장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그는 “사장 후보 선정은 NH투자증권 임추위가 독립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유 전 부회장이 증권업 경력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죠. 

이에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이 정면 충돌하는 ‘농협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이 나섰습니다. 농협중앙회가 내부 출신 인사를 NH투자증권 사장에 앉히려는 시도에 대해 “법적 근거도 없는 인사 개입”이라며 칼을 빼든 것이죠. 농협중앙회가 지분을 100% 보유한 농협금융을 상대로 금융과 관련해 부당한 압박을 하는지 등에 대해 상시 검사 체계 구축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NH투자증권 CEO 선임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이 지배구조 리스크 때문에 발생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금감원이 이번에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가는 관행은 물론 ‘농협중앙회→농협금융→금융계열사’로 이어지는 농협의 지배구조까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볼 작정입니다.

한편 어부지리로 CEO 자리를 꿰찬 윤병운 내정자는 노조의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노조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병운 부사장이 다음 사장이 된다면 조직문화를 되살릴 수 없을 것은 물론, 노사 상생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투쟁과 갈등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작 IB사업부 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내부 출신 윤 부사장이 3000명 직원을 이끌 수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도 했습니다.

강호동 제25대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11일 취임했습니다. 가장 힘이 센 임기 초인 셈이죠. 그러나 그의 NH투자증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빌미가 되어 농협금융의 반발을 불렀고, 금융당국의 개입까지 불렀습니다. 이번 사태로 200여만명의 모든 농협인이 ‘패자’가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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