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들의 ‘제왕적 권한’ 적절하게 제한할 수 있을지 관건
17년 만에 직선제 회장으로 뽑힌 강호동 농협중앙회 당선인(60·합천율곡농협 조합장)에 대한 기대가 만발하다.
기존 대의원 간접선거와는 달리 전국의 조합장 1111명 모두가 투표에 참석해 뽑힌 당선인인 만큼 정통성을 가지고 농협 개혁에 적극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또한 강 당선인이 선거 기간 내세웠던 공약은 물론 기후변화 위기 대응, 지역별 조합들의 화합, 단위농협 단위의 사업 활성화에 올인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29일 강호동 당선인 선거 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강 당선인은 취임과 함께 206만 조합원의 수장으로서 중앙회와 핵심 계열사의 탕평인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강 대변인은 전임(이성희) 회장 당시 측근과 경기지역 출신 조합장들이 요직을 독식하면서 잡음이 많았다”면서 “이를 해소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농협경제·금융지주 산하의 30여개 계열사, 525조원에 이르는 자산, 약 10만명의 임직원을 총괄하는 ‘농협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적극 행사한다는 얘기다.
강호동 캠프 관계자는 이와 함께 이성희 전 회장 재임 당시 본인의 연임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면서 농협법 개혁이 후퇴한 점을 지적했다.
이번 선거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조합장 직선제로 치렀다. 그동안 농협은 대의원 간접선거제로 회장을 선출했는데, 이번에는 법 개정을 통해 전국의 조합장 1111명이 모두 투표에 참여해 직접 회장을 뽑았다. 이들 가운데 초선 조합장이 3분의 1이나 차지했고, 조합원 수가 3000명이 넘는 조합원은 한 표를 더 행사하는 ‘부가의결권’ 제도도 도입됐다.
그러나 여전히 조합원 전체가 투표권을 가지는 진정한 직선제는 아니었다.
강 신임 회장이 임기를 본격화하면 공약에 부합하는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농협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 농협 체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강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변화와 혁신’을 앞세웠다. 특히 지역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역 농축협을 위한 무이자 자금 20조원을 조성하고, 정부와 협력해 농산물 가격안정기금 1조원을 적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이자자금 지원 시 농·축협 자부담도 완전히 없앤다는 계획이다.
강 당선인은 또 ‘1중앙회 1지주 체제’ 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지배구조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돼 중앙회와 경제지주, 금융지주로 이뤄진 ‘1중앙회 2지주 체제’다. 하나로유통 등이 있는 경제지주를 중앙회가 흡수하고, 지주는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 등을 가진 금융지주만 두겠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개편은 농협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한편 강 당선인의 임기는 3월 중순 열리는 정기 총회일 이후 시작된다. 총회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이성희 현 회장이 임기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