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 독점 ‘농업인 안전보험’, 공적보험 전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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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생명 독점 ‘농업인 안전보험’, 공적보험 전환 이유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09.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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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보험금 부지급률 10대 생보사 중 최고
자의적 약관 해석으로 보험금 안 주는 사례 많아
혈세 투입에도 ‘농업인 사회 안전망’ 취지 못살려
NH농협생명 사옥. /사진=NH농협생명
NH농협생명 사옥. /사진=NH농협생명

말 그대로 농업인을 위한 정책보험 상품인 ‘농업인 안전보험’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상품을 독점 운영하고 있는 NH농협생명의 편협하고 자의적인 약관해석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당초 도입 목적인 농업인 사회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민간보험사에 국민 혈세를 투입하지 말고 이 보험을 사회보험으로 돌리는 제도개선을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제안까지 나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NH농협생명의 보험금 부지급률은 1.3%로 10대 생보사 중 가장 높았고, 업계 평균 0.8%보다 50%이상 지급 거절 비율이 많았다.

또 NH농협생명의 최근 3년간 모집 채널별 부지급 건수와 비지급률은 방카슈랑스가 2822건, 89.3%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고령의 농업인들이 지역농협 창구를 통해 보험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지급 사유로는 약관상 면·부책이 2426건(76.8%), 고지의무 위반이 677건(21.4%) 순이었다.

농업인 안전보험은 농작업 중 재해가 일어나도 산재보험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농업인을 위해 1996년 도입된 정책보험이다. 정부가 보험료의 50% 이상, 지자체가 20~30%를 지원한다. 농작업 중 사고로 농업인의 수입이 줄어 빈곤에 빠질 위험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NH농협생명에 이 보험을 위임해 독점 운영권을 부여했다. 올해도 농림부에서 이 사업에 964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시민회의는 농협생명이 자의적인 약관해석으로 보험급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사례를 제시했다.

농업인 A씨는 지난 2016년 오이농사 비닐하우스 주변에서 예초 작업을 하다가 눈에 파편이 튄 뒤 증상이 점점 악화돼 2019년 시력을 잃었다. 그러나 NH농협생명은 예초 작업이 약관상 ‘농업작업’이 아니며, 보험기간 내 장해를 입었음에도 계약종료 후 진단 확정이 나왔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 이 사건과 관련해 2021년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NH농협생명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NH농협생명이 재해와 사망 간의 인과가 있는지 따져보는 절차 자체를 하지 않아 보험금을 못받은 사례도 있다. 계약자가 농업작업 중 발생한 사고로 입원 중 사망했는데, 진단서상 사인이 병사라는 이유와 기저질환이 있다는 이유였다. NH농협생명은 이 건으로 과징금 없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시민회의는 보험금 분쟁에서 보험계약자에 유리한 대법원 판례가 있고 금감원 분조위 결정사례가 많은데도 NH농협생명이 상식 범주를 넘어선 자의적 결정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시민회의는 “고령의 농민이 상대적으로 법률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서, 합당한 보험금 청구도 일단 거절하는 것이 아닌지 소비자들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농업인이 작업 중에 기초적인 안전보장을 받기 위한 선택지는 NH농협생명이 취급하는 상품이 유일하다”며 “자의적 약관해석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말고,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합당한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국민 혈세를 투입해 사회안전을 보장하는 제도가 민간 보험사를 먹여 살리는데 쓰이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된다”며 “장기적으로 농업인 안전보험을 민간 보험사에 맡기지 말고 산재보험과 같은 공적보험으로 통합 운영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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