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위기와 기후 위기 한꺼번에 닥쳤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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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위기와 기후 위기 한꺼번에 닥쳤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8.2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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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에 대하여 살펴봤다. 농산물을 상품(commodity) 측면에서 보고 수요와 공급이 만드는 시장 역학에 관한 분석이다. 그러나 농산물의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은 식량(food)이라는 측면이다. 2016년 유행했던 사자성어 중 하나가 입과 배 즉, 먹고 사는 끼니가 걱정이라는 뜻을 가진 ‘구복지루’(口腹之累)였다. 애그플레이션이 먹는 비용 비중이 큰 하위 20% 소득 계층에게 부담을 줄 것이지만, 그래도 경제 규모가 상위권 국가인 한국은 다중 부채 등 경제적 빈곤과 불평등이 걱정이지 굶는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야를 세계적 관점으로 확대하면 문제가 다르다.

자료1=GRFC
자료1=GRFC

유엔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이 밝히는 <2022년 식량 위기 연차보고서>(Global Report on Food Crisis 2022)에 따르면 식량 불안정과 긴급한 원조가 필요한 세계 인구는 놀랍게도 1억9300만명에 이른다. 한국 전체 인구의 4배 가까운 사람이 하루하루 끼니 걱정을 하고 있다. 인구문제를 꺼내면 단골 레퍼토리는 맬서스 인구론이다. 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기아와 사회 경제적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맬서스의 예언은 틀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인류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으로 식량 증산을 했고 덕분에 인구는 20세기 들어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자료 2=Worldometers
자료 2=Worldometers

세계 인구 통계를 실시간 제공하는 월도미터(https://www.worldometers.info/)의 세계 인구 추세를 보면 인구 폭발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오랫동안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지구 인구는 1960년 전후 큰 변곡점을 만들며 상승한다. 1970년에는 30억명이었던 인구는 약 50여 년 만에 약 2.7배 증가하며 80억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50년에는 지구 인구가 97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맬서스는 1789년 인구론을 익명으로 발간했으나 혹평을 받았다. 분명히 20세기 후반부터의 인구 증가는 살아서 혹평을 받은 맬서스의 저주를 연상하기에 충분한 것임이 틀림없다. 그는 2세기 후를 예언한 것이다. 인구 증가에 따라 대부분 저소득 후진국에 집중되기는 했으나 식량 위기 문제도 현실화하고 있다.

자료 3=골드만삭스, TOP ISSUE 110
자료 3=골드만삭스, TOP ISSUE 110

미스터리에 가까운 인구 폭발을 가능케 한 원인을 분석한 최근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두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자료 3에서 보는 것처럼 하버-보쉬 공법에 따른 질소 비료 사용이 증가하면서 식량 생산이 증가하고,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원인은 화석 연료 사용을 통한 식량 생산 증가다.

자료 4=골드만삭스, TOP ISSUE 110
자료 4=골드만삭스, TOP ISSUE 110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량 생산과 탄소 사용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료 4에서 보는 것처럼 식량 생산에는 탄소가 폭넓게 사용되는데 단기적인 생산 주기에서의 탄소 사용(Short cycle carbon)과 장기적 생산 주기에서의 탄소 사용(Long cycle carbon)으로 구별할 수 있다. 질소 비료 생산과 이를 활용한 농사와 식물 성장 과정의 광합성, 반추 가축의 소화과정, 최종 인간 소비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고 사용되며 이 과정이 단기 탄소 사용이다. 이와 비교해 농산물 생산에 석탄, 석유, 천연가스가 도입되어 사용한 것이 장기 탄소 사용이다. 1970년대 원유, 천연가스가 인류의 주력 에너지로 등장하면서 장기 탄소가 농업 단기 탄소 사용을 가속하고 농업 생산력도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농업 생산력 향상으로 지난 50여 년 동안 인류에게 식량과 성장 에너지가 값싸게 대량 공급하며 폭증하는 인구를 지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사 지나치면 작용 이후에 반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식량의 폭발적 공급, 배급 그리고 소비 증가에 따른 부작용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자료 5=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자료 5=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자료 4에서 이미 설명한 것처럼 단기 탄소 주기를 화석 연료로 강화해왔던 지구의 식량 생산시스템은 결국 기후 변화와 탄소 중립의 문제를 악화했다. 이전에 온실가스 배출하면 연기를 내뿜는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매연을 떠올리며 화석 연료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풍력, 태양열, 수소 등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대체하는 노력에 집중했다. 그러나 식량 생산에 발생하는 환경과 온실가스 문제는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시티그룹은 세계 경제 추세를 분석하는 보고서인 <세계 전망과 해법>(Global Perspective & Solution, 이하 GPS) 7월호에서 탄소 중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분석했다. 자료 5에서 보는 것처럼 세계 식량 산업은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지구 담수의 70%를 이용하고, 숲 황폐화의 80% 원인이며 거주 가능한 토지의 50%를 식량 생산이 차지하고 있다. 농업의 지구 환경의 절대적 이용 비중에도 약 8억명이 충분한 식량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고 극빈층의 2/3인 7.4억명은 농업 부문에서 일하고 있기도 하다. 이상의 기후 변화에 대한 농업의 중요성과 더불어 세계 식량 시스템은 경제적 중요성도 막대하다. 농업에는 6억명의 농업인이 있고 세계 노동력의 27%인 8.7억명이 고용돼있다. 또한 농업은 매일 약 2400만톤의 먹거리를 생산하며 그 가치는 7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농업의 비중은 4%에 불과하다. 참여 인구와 인간의 삶에 대한 영향력보다 GDP 비중이 작아 식량 시스템은 저부가가치, 저소득 부문임을 추정할 수 있다.

자료 6=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자료 6=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또한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복잡하고 통합되지(consolidated) 못했다. 비료, 종자, 기계 등 다수의 투입 부문 기업과 중간상, 식품제조업자, 가공업자, 소매상 그리고 전 지구 곳곳의 소비자가 농업 산업에 존재하며 중앙 정부, 지방정부, 농업 연구 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농업 시스템에서 수행하고 있다. 한편 자료 6은 농업의 복잡한 산업구조와 열악한 수익 배분 구조를 보여주는 데 2.5달러의 카피 한잔에 최초 경작자는 단 1%, 가공업자와 중간상은 9%를 가져갈 뿐이다. 이러한 지구 식량 산업 시스템의 문제는 농업 부문 종사자의 후생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어서 지구 인구 다수가 종사하는 농업의 문제는 심각하다.

자료 7=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자료 7=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시티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 시스템의 지구 온실가스(GreenHouse Gas, GHG) 배출량은 16.5GtCO2(이산화탄소량으로 환산한 온난화 기체량)로 지구 전체 배출량의 1/3을 차지하며 중국이 내뿜는 온실가스 총량보다 크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농업 부문은 이산화 탄소 외에도 메탄, 이산화질소 등을 배출하며, 2019년 기준으로 토지 사용(Land Use) 부문이 약 21%, 가축의 장내 발효(Entric Fermentation)가 약 17% 비중을 농업 부문 GHG 배출에서 차지하고 있다.

자료 8=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자료 8=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흥미로운 분석은 지구 토지의 사용(Land Use) 성적표다. 지구 표면의 29% 만이 땅이며 이 중 71%가 거주 가능한 곳이다. 거주 가능한 땅의 50%를 농업에 이용하며 다시 그 중 77%는 가축이 차지하고 있다. 지구는 인간보다 가축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가축이 공급하는 음식 소비에너지는 17%에 불과하며 거주 가능 토지의 23%를 이용하는 작물은 83%로 음식 소비에너지를 절대 비중으로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음식 단백질의 63%도 식물성으로, 농사는 인류에게 너무나 중요하다.

자료 9=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자료 9=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특히 눈여겨볼 것은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분석이다. GPS에 따르면 세계 음식물의 1/3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으며 그 양은 매년 20억톤에 이른다. 오늘날 생산되는 식량 중 8%는 농업 단계에서, 14%는 중간 단계에서, 그리고 17%가 최종 소비에서 버려진다. 이들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발생하는 FAO가 추정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GHG 배출량은 4.4GtCO2이며 국가별 순위와 비교하면 최대 GHG 배출 국가인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자료 10=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자료 10=시티그룹(Global Perspective & Solution, 2022/7)

우크라이나 전쟁이 애그플레이션, 그리고 다시 식량 위기를 소환했다. 6월 이후 애그플레이션은 완화됐으나 이상 기후와 결합한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탄소 중립의 관점에서 시작한 분석은 식량 시스템의 기상변화에 대한 영향력을 새롭게 부각했다. 시티그룹은 식량 시스템의 시장가치보다 이상의 부정적인 은폐비용(Hidden Cost)이 1.9조달러 더 크며, 이를 방관하면 2050년까지 인구 증가에 따른 은폐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경고했다. 특히 고기 소비와 음식물 쓰레기의 온실가스 배출의 환경에 대한 충격은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지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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