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에 들어선’ 금융시장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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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에 들어선’ 금융시장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08.0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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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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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inves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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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하반기 들어서며 금융시장은 혼란스럽다. 지난 7일(한국시간) 현재 연초 이후 MSCI 세계 주식시장 지수는 마이너스 15%를 기록했다. 지난 한 달 5% 이상 상승을 반영한 수치이므로 상반기에는 전 세계 주식시장은 ‘베어마켓’(마이너스 20%)에 들어섰다가 간신히 나왔다는 얘기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16% 이상 하락했다. S&P500이 마이너스 13%, 나스닥은 마이너스 19% 빠졌으니 한국 주식시장은 그 중간 어디에 자리하고 있다. 나스닥이 더 악영향을 받은 이유는 3월 이후 지속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이다. 나스닥에 속하는 기업처럼 위험프리미엄이 큰 회사는 금리의 영향이 지대하다.

/자료=글로벌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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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선물에 반영된 내재적 변동성(implied volatility)을 지표화한 공포지수 VIX는 연초 이후 40% 치솟았다가 지난 1달 사이에는 마이너스 19%로 가라앉았다. 사람들의 시장에 대한 심리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세계금융시장은 코로나19의 지연 수요, 글로벌 공급망 교란, 원자재 가격상승, 신냉전 충돌 위험, 인플레이션 악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의 위험이 순차적으로 덮쳤다. 아이러니하지만 6월 미국 GDP가 2개월 연속 전 분기 대비 하락하며 경기 침체 신호를 보내자 오히려 금융시장은 안심하며 저가 매수 심리가 살아났다. 이유는 물가를 잡다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FED가 더 급격한 금리 인상이나 통화 긴축을 밀고 나가지는 못할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사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경제 분석의 끝나지 않는 숙제다. 경제학의 절대 반지인 상관관계 분석이 인과관계를 확인해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의 심리상황을 지켜보면 아주 재미있다. 인간 심리를 효용(utility)으로 수치화하며 미분, 적분 등 다양한 계량화한 현대 주류 경제학은 불확실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패턴화한다는 인간의 신경학적 특성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인지 모른다. 물리학에서 수학은 우주의 신비를 풀어내는 도구이지만 경제학은 물리학의 권위를 빌려 약을 팔았다는 심증이 든다. 어쨌든 서울 기온이 강남은 30도이고 강북은 영하 5도이면 서울 기온 평균은 17.5도다. 그러면 서울 기온은 지중해성 기후를 보인다고 해외 관광객에게 홍보할 수 있을까?

/자료=F&G
/자료=F&G

CNN은 금융시장 지표를 심리 상태로 해석하는 지표를 매일 발표한다. 바로 Fear&Greed Index(FGI)인데 지난 5일 이 지표는 중립을 기록했다. 지표는 1~100까지 수치로 시장 상황을 점수화하며 극단적 공포에서 극단적 탐욕 상태로 5단계 구분하는데 1개월 전은 극단적 공포 상태였으나, 지난 주말 50으로 정확히 중간이었다. FGI는 7개 금융시장 지표를 기반으로 종합 평가하는데 단 한 개만 제외하고 각 지표는 공포와 탐욕 양편에서 혼선을 보였다. 구체적인 지표는 알 필요 없다. 전체적인 방향을 살펴보자.

/자료=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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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neutral)을 보이는 지표는 시장 변동성(market volatility)이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다음 30일간 S&P500 옵션의 변동성(이하 VIX)의 50일 이동 평균에 대한 현재 지표를 비교하여 산출한다. 지표는 하락장에서 높아지고 상승장에서 하락하는데 현재 중립으로 평가했다.

/자료=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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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은 125일 이동 평균 아래 위치하며 공포(Fear) 상태를 보였으나, 풋옵션과 콜옵션의 비율이 0.8 수준으로 콜옵션 매수가 많아 투자자의 탐욕(Greed)을 확인하며 상반된 심리가 평가 점수를 상쇄했다.

/자료=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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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끄는 것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극단적인 심리 상태다. 52주 고가와 저가 주식 수의 비교인 주가 강도(stock price strength)는 극단적인 탐욕(extreme greed) 상태이지만, 주가 상승 주식과 하락 주식 간 거래량의 비교인 주가 폭(stock price breadth)은 극단적 공포로 상호 심리 상태를 중화했다.

/자료=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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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위험자산 주식의 투자 수익률과 채권 수익률을 비교하는 안전 자산 수요(safe haven demand) 지표는 탐욕 상태이나 투기 채권의 수익률 비교인 정크본드 수요(junk bond demand) 지표는 극단적인 공포 상태를 보였다. FGI 7개 지표 하나하나를 보면 상호 극단적인 상황을 보였으나 서로 지표 값이 중화하며 종합 결과는 극단적인 중립(?)을 보였다. 일종의 ‘평균의 함정’이다. GDP, 물가 등 여러 가지 항목을 종합 평가하여 산출하는 경제 지표에서 자주 확인 가능한 것으로 최종 대푯값에 그치지 말고 세부적 항목의 추세를 살펴야 한다. 세부적인 내용을 같이 확인한 독자는 FGI의 중립 평가가 과연 금융시장의 안정 상태를 보여주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지표가 중립이라고 항상 안심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 중립은 태풍의 눈으로 해석하는 편이 더 의미 있겠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당신은 사나운 비바람에 노출할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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