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전과는 톤 자체가 다르다? 부활하는 ‘K-뷰티’ [오인경의 그·말·이]
상태바
8~9년 전과는 톤 자체가 다르다? 부활하는 ‘K-뷰티’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4.05.14 09: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장품 테마주 시총, 올해 들어 10조원 급증… 중국 의존도 줄고 ‘수출 다변화’ 전략 적중
/사진=이미지투데이
/사진=이미지투데이

화장품 및 가정용 미용 기기 업체들의 주가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에서 분류한 ‘화장품 테마주’ 82개(올해 신규 상장된 종목 제외)의 합산 시가총액만 하더라도 불과 넉 달여 만에 전년 대비 23.4% 상승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시가총액 증가분만 10조원에 이를 만큼 완연한 상승세다. 화장품 테마주들의 상승세는 일부 급등 종목에만 국한되는 흐름도 아니다. 화장품 테마주 상승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화장품 테마주들이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8, 9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방한 외국인이 한 해 1700만명을 넘나들 무렵이다. 세계 최대의 인구수를 자랑하는 이웃 나라 중국 사람들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한국산 화장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던 시절이다. 그 당시 화장품 테마주들의 시가총액만 하더라도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2015년에 시가총액이 정점을 기록한 이후 화장품 테마주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8년 연속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말 시가총액은 43조원까지 줄어들었는데, 2015년 말 대비 무려 30조원이나 감소한 수치였다. 화장품 테마주의 시가총액이 이처럼 급격하게 쪼그라든 이유는 명확하다. 사드 보복에 따른 방한 중국인의 급감과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때문이었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무려 8년 동안이나 줄곧 감소세를 보여왔던 화장품 테마주들의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불과 넉 달 남짓 동안에 10조원씩이나 회복한 까닭은 무엇인가. 지난해까지 더딘 회복세를 보였던 방한 외국인 숫자가 빠르게 회복하는 흐름과 더불어 중국 이외의 국가들로 다변화된 수출이 호조를 보이기 때문이다.

K-화장품 수출기록 경신 향한 재도약. /자료=관세청​
K-화장품 수출기록 경신 향한 재도약. /자료=관세청​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화장품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1.7% 증가한 23억달러로 같은 기간 역대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한류로 높아진 K-뷰티 관심뿐 아니라 우수한 품질의 다양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며 수출 품목과 수출국 모두 다변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수출 1위 중국’ 의존도는 크게 낮아지고 다양한 나라로 수출이 늘어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올해 수출한 175개국(같은 기간 역대 최다) 가운데 110개국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 수출 비중은 ▲2021년 53.0% ▲2022년 45.3% ▲지난해 32.7% ▲올해 1∼3월 26.6%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2024년 1~3월 수출액 기준으로 국가별 수출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비중 26.6%) > 미국(16.4%) > 일본(10.5%) 등이며, 주요 수출 상위국인 미국, 일본, 베트남 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1~3월)도 같은 기간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중국 시장이 코로나, 경기 침체, 애국 소비성향 등으로 수출 여건이 나빠진 반면, K-POP, 영화, 드라마 등이 확산하면서 K-뷰티가 글로벌 뷰티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은 특히 고무적이다.

화장품 테마주들의 상승 요인 가운데 ‘가정용 미용 기기’ 수출 호조에 따른 영향도 주목할 만하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가정용 미용 기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5.0% 증가한 6700만달러로 같은 기간 역대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가정용 미용 기기는 전동 피부 마사지기, LED 마스크, 두피 관리기 등의 소형 전기제품을 말한다. K-컬처에 대한 관심이 K-뷰티로 점차 확산하면서 한국산 미용 관리 제품들이 주목받으며 우수한 기능과 품질을 무기로 세계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정용 미용 기기 수출입 현황. /자료=관세청
가정용 미용 기기 수출입 현황. /자료=관세청

가정용 미용 기기 수출은 2020년부터 뚜렷한 성장세를 지속한 끝에 지난해 사상 최대인 1억1500만달러 수출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 넉 달 동안에만 지난해 연간 수출액의 6할 가까운 실적을 달성한 상태다. 가정용 미용 기기의 국가별 수출 비중은 미국, 일본, 홍콩 등 순이며, 올해 수출한 91개국(같은 기간 역대 최다) 중 24개국이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미국이 일본을 제치고 최대 수출처로 급부상한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주요 상위국 모두 큰 폭의 수출 증가세를 보이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처럼 국산 화장품과 미용 기기들이 전 세계 다양한 국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관련주들의 주가 회복세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방한 중국인들의 주된 연령층과 여행 및 소비 패턴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데다가 국내 면세점 업계의 매출 회복 또한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 급감했던 방한 외국인들의 회복 속도가 최근 들어 점차 빨라지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국내 화장품 관련 종목들이 최근 들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는 이유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뷰티 대기업뿐 아니라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화장품 제조자 개발 생산(ODM) 업체들까지 동반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K-뷰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이 주요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이 주도하는 흐름도 주목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월 말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화장품 수출액은 54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2% 증가해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K-뷰티의 인기는 올해 봄 고척돔에서 열린 ‘MLB 월드 투어 서울 시리즈’에서도 확인되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의 가족들이 대거 방한해서 몰려간 대표적인 장소가 올리브영 매장이었기 때문이다. 멀티 뷰티 브랜드숍 올리브영이 취급하는 브랜드 가운데 중소·인디 브랜드 비중은 약 80%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화장품 테마주들은 오래도록 중국의 영향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한·중 관계가 사드 보복 이후로 다소 불안정했던 데다가 중국인들이 한국화장품을 소비하는 패턴까지도 변덕스러웠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뷰티 관련 업체들이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북미·동남아 등으로 활발하게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모습은 한중관계 변화에 따라 극심한 부침을 겪어왔던 화장품 업체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