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한민국 증시, 어디로 갈까 [오인경의 그·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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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한민국 증시, 어디로 갈까 [오인경의 그·말·이]
  • 오인경 후마니타스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4.03.1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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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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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상위 20개사의 2023년 이후 주가 등락률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 증시나 일본 증시에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흐름과 유사한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2차전지 관련주는 주가 상승률 최상단에도 여럿 등장하지만(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POSCO홀딩스), 등락률 최하단에도 동시에 엿보인다(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삼성SDI). 그만큼 이들 종목에 대한 향후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는 방증이다. 최근에 증시 상승 흐름을 주도하는 몇몇 종목군(SK하이닉스, 기아, 현대차,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도 눈에 띄지만, ‘M7이 주도하는 미국 증시’의 뜨거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그만큼 한국 증시는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국 증시가 해외 선진 증시에 비해 뚜렷한 매력도 없고 별다른 특색도 없는 증시로 뒤바뀐 데는 여러 이유들이 있을 수 있지만, 투자 성향이 지나치게 단기화하고 투기화한 측면도 간과하기 어렵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해 여름에 광풍처럼 몰아쳤던 ‘2차전지 테마주에 대한 투기 열풍’이다.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000억원 이상인 643개사를 대상으로 주가 상승률을 분석한 내용만 봐도 그렇다. 이들 주가 상승률 상위 20개사 가운데 반도체 관련주(한미반도체, 제주반도체, 가온칩스, 피에스케이홀딩스)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급등주들은 대부분 2차전지 관련주 혹은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비교적 적은 중소형주들의 경우 주가 변동이 클 수밖에 없는 특성을 고려해서 분석 대상 기업을 ‘시가총액 1조원 이상’으로 좁히더라도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시가총액이 3000억∼1조원 사이에 포진한 8개 종목이 제외된 반면, 새롭게 추가된 8개 종목도 반도체 장비주(HPSP, 주성엔지니어링, 이오테크닉스)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테마주 성격이 강한 종목들이 추가될 뿐이기 때문이다.

분석 대상 범위를 더욱 좁혀서 시가총액 2조원 이상인 146개사로 축소한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테마주 성격이 강한 8개 종목이 제외되고, 최근의 증시 흐름에 부합되는 종목이 여럿 추가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HD현대일렉트릭,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차2우B, 현대차우, SK하이닉스, 기아 등 실적이 뚜렷한 종목이 대거 추가됐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의 또 다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입이 크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2023년 초부터 올해 2월 말까지 14개월 동안 23조8920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 두 달 동안에만 무려 11조1928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2023년 이후에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들과 내다 판 종목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향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얼마간 짐작할 만하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자동차, 일부 지주사, 일부 금융주, 방산 관련주, 반도체 장비주 중심으로 순매수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그래픽=오인경
/그래픽=오인경

2023년 이후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들을 살펴보면, 순매도 상위 10개사 가운데 7개사가 2차전지 관련주들이다. 나머지는 중국 소비 관련주(LG생활건강)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그래픽=오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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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증시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이다. 지난달 정부에서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중요한 계기로 작동할 전망이다. 이번 발표 내용만으로 판단하자면 구체성이나 강제성이 결여된 자율 규제라는 점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양한 정책 제안들이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정부 당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독려하는 한편,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책임 강화 등을 뒷받침하는 법률 개정까지 추진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해진다.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에 널리 퍼져 있는 좀비 기업들을 신속히 퇴출하기 위해 관련 규정들을 정비하겠다는 금융감독원장의 언급도 있었다. 한국 증시가 최근까지도 몇몇 테마주를 중심으로 지나친 쏠림과 급변동을 반복하는 모습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하다. 비록 한국 증시를 떠받치는 다양한 종목이 ‘매그니피센트7’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작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본시장마저 카지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퇴행을 반복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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