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엄벌”에도 사라지지 않는 중흥그룹의 ‘벌떼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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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엄벌”에도 사라지지 않는 중흥그룹의 ‘벌떼입찰’
  • 서중달 기자
  • 승인 2023.10.0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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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5곳 동원한 중흥그룹… 새솔건설이 검단 공공택지 낙찰받아
SM·호반그룹 등도 계열사 5~8곳 참여… 국토부 엄포 약발 안 먹혀
새솔건설 지분구조, 사실상 오너일가 회사… 3세 승계 활용 의심도
국토부의 엄단 의지에도 불구하고 공공택지 공급에 일부 건설사들의 '벌떼입찰'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국토부의 엄단 의지에도 불구하고 공공택지 공급에 일부 건설사들의 '벌떼입찰'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벌떼입찰’을 불공정 경쟁으로 규정하고 엄벌 의지를 밝혔음에도 건설대기업들에겐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진행된 인천 공공택지 입찰에서 5개 계열사를 동원한 중흥그룹의 새솔건설이 당첨됐고, 떨어진 건설사들 다수도 5~8개의 계열사를 입찰에 참여시켰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천도시공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인천 검단 공동주택용지 AA24블록’ 입찰자료 분석 결과 68개 기업이 참여했는데, 건설 모기업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는 ‘벌떼입찰’의 전형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중흥그룹은 이번 입찰에 대우건설과 중흥토건, 중흥건설, 중흥에스클래스, 새솔건설 등 5개 계열사를 참여시켜 새솔건설이 당첨되는 행운을 잡았다. 이번에 공급하는 택지는 공급금액 2198억원으로 1086가구를 지을 수 있어 수천억원의 시행이익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에 SM그룹은 삼환기업, 우방, 에스엠상선 건설부문, 동아건설산업 등 8개 계열사를 참여시켜 가장 많았고, 보성그룹은 보성산업, 한양, 코리아디엔아이 등 6개 계열사, 호반그룹은 호반건설, 호반산업 등 5개 계열사를 참여시켰다.

매체는 이같은 행태를 두고 국토부가 ‘벌떼입찰을 뿌리 뽑겠다’라며 지난해 10월부터 도입한 LH 공공택지 입찰에 ‘1사1필지’ 제도의 틈새와 허점을 파고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1사 1필지’를 법으로 규정하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되지 않아 지자체 도시개발공사 주관 공공택지 입찰엔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것이다.

벌떼입찰은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모기업이 다수의 계열사와 급조한 위장계열사까지 벌떼처럼 동원해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는 편법으로 일부 건설대기업들이 이같은 방식을 활용해 입찰을 손쉽게 따내며 급성장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중흥·호반·대방·우미·제일건설 등 5개 건설사가 낙찰받은 LH의 공공택지는 전체 178필지 가운데 67필지인 37%에 달했다.

벌떼입찰은 입찰을 경쟁 방식이 아닌 추첨 방식으로 바꾸면서 성행하기 시작됐다. 대기업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경쟁 방식 대신 추첨을 통해 낙찰 기회를 고르게 주자는 중견기업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추첨 방식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들이 추첨제의 허점을 노린 벌떼입찰을 통해 입찰을 쓸어담는 편법으로 막대한 분양이익을 챙겨 온 사실들이 알려졌다.

국토부가 벌떼입찰을 불공정 경쟁으로 규정하고 이런 현상을 뿌리 뽑겠다며 엄벌 의지를 밝혔지만, 벌떼입찰의 꿀맛을 아는 일부 건설사들은 이번에도 보란 듯 편법을 저지른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사진=중흥토건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 /사진=중흥토건

매체는 또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이 주택건설협회장 자격으로 국토부의 ‘주택공급 혁신위원회’에 활동하며 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꼬집었다. 당시 벌떼입찰 업체들의 페이퍼컴퍼니 동원을 막기위한 제도인 공공택지 전매제한을 주택공급난 해소를 위해 완화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고, 한 달 후 국토부가 전매제한을 1년간 완화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편법을 일삼은 기업 대표가 정부 주택공급 정책에 관여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특히 이번에 공공택지를 낙찰받은 새솔건설과 관련해 후속 보도를 이어갔다. 새솔건설은 자본금 10억원에 직원 수는 19명에 불과한데 지난해 매출 4130억원, 영업이익 803억원을 기록, 설립 10년만에 1인당 매출 200억원, 영업이익 42억원을 올렸고 이익잉여금도 1560억원이나 된다고 전했다.

특히 새솔건설은 정원주 중원그룹 부회장의 개인회사인 중흥토건이 지분 75%를 보유하고 나머지 지분도 아들과 딸이 나눠가진 회사인데 낙찰받은 공공택지 아파트 공사를 모두 중흥토건이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흥토건에 외주비(공사비)로 1756억원을 지급한 것과 모기업 지급보증을 받고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사실들을 적시, 사실상 오너 3세 승계에 활용하기 위한 회사로 추정된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매체는 이번 입찰 분석으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벌떼입찰이 또 확인됐다며 공공택지 전수조사가 필요하고 수도권 일부에만 적용되고 있는 1사1필지 제도를 지방 광역시로 확대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강대식 의원의 주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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