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보험사’ 되살리기가 김주현의 1호 규제개혁?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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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보험사’ 되살리기가 김주현의 1호 규제개혁?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6.1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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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건전성 지표’ RBC비율 떨어진 보험사들 구제… ‘보험금 지급 불만’ 소비자 폭발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규제개혁을 부르짖은 김주현 후보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금융위원회가 보험권 지급여력 비율 규제 완화에 나섰다. /사진=여신금융협회
규제개혁을 부르짖은 김주현 후보자가 취임도 하기 전에 금융위원회가 보험권 지급여력 비율 규제 완화에 나섰다. /사진=여신금융협회

“RBC 규제 풀었다가 보험사 망하면 그 똥은 누가 치우나?”(어느 누리꾼)

새 금융당국 수장들이 ‘규제개혁’에 나서자고 손을 맞잡은 다음 날(9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보험사 CFO(최고 재무관리자), 보험협회 관계자 및 전문가를 불러 머리를 맞댑니다. <보험업권 리스크 점검 간담회>. 보험사가 마주한 위험 요인을 살펴,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다만 간담회는 김주현 후보자가 아닌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이 주재했습니다.

RBC 비율이 법적으로 미달한 MG손해보험이 지난 4월 13일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됐다. /사진=뉴스웰DB
RBC 비율이 법적으로 미달한 MG손해보험이 지난 4월 13일 열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부실 금융기관으로 결정됐다. /사진=뉴스웰DB

10일 금융위에 따르면, 전날 열린 보험업권 간담회에서 지급여력(RBC, Risk Based Capital)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지급여력’이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생명보험회사는 책임준비금 이상, 손해보험은 종목별 위험도를 따져 RBC 비율을 정합니다. 보험업법상 100%를 넘겨야 하지만, 당국은 150% 이상을 권합니다.

RBC 비율은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의 매도 가능 채권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해 하락합니다. 1분기 기준 NH농협생명(131.5%), DGB생명(108.5%), 한화손해보험(122.8%), DB생명(139.1%), 흥국화재(146.7%)의 RBC 비율이 당국 권고치를 밑돈 이유입니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이달 말 기준 RBC 비율 산출부터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제도’(LAT)를 조정했습니다.

위에서부터 NH농협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DB생명보험, 흥국화재 지급여력 비율.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위에서부터 NH농협생명보험, 한화손해보험, DB생명보험, 흥국화재 지급여력 비율.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LAT는 내년부터 RBC 대신 도입하는 ‘K-ICS’(킥스·신지급여력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완충용입니다. 이 LAT 잉여액의 40%를 매도 가능 채권 평가손실 한도 안에서 가용자본(지급여력 금액)에 가산할 수 있도록 결정했습니다. 금리상승으로 떨어진 보험사들의 자산가치를 ‘보정’했다는 얘기입니다. 보험업계는 이번 조치로 RBC 비율이 30~40% 오를 것으로 기대합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보험업계에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키는 땜질용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밟는다면 또 RBC 비율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재무 건전성이라는 자본 규제를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렸다 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위원회가 금리상승으로 떨어진 보험사들의 자산가치를 ‘보정’하는 조치에 나섰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금리상승으로 떨어진 보험사들의 자산가치를 ‘보정’하는 조치에 나섰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친절하게 문답 자료를 내고 적극 해명에 나섰습니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특정 보험사들을 봐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RBC 하락은 금리상승에 따라 보험업권 전반에 나타난 현상으로 시장안정 차원에서 바로 잡은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자본구조가 취약한 회사에 대해서는 자본확충을 유도하는 등 보완 장치도 병행하고 있다”라고 당국의 책임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파산할 보험사라면 혈세 낭비하지 말고 퇴출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보험금 미지급 등 그동안 쌓인 불만을 건드린 것입니다.

금융위도 소비자 불만을 의식해서인지 친절하게 문답 자료를 내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도 소비자 불만을 의식해서인지 친절하게 문답 자료를 내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기 시에 이렇게 풀어 줄 거면 왜 건전성 규제를 하나. 퇴출을 시켜야지” “그냥 파산하게 냅둬라 좀” “누구들은 남들 세금 올려서 놀러 보내줘, 집 지어줘, 팔자 땡이네. 망하면 나라에서 보전해줘” “국민 상대로 사람이나 죽이고 앉았는데 뭐하러 또 살리는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각자도생이라면서” “내년부터 바젤III IFRS17 시작, 보험사 개작살” “한의원 한방병원들 가라(가짜) 환자들 뭉터기로 넣고 환자보험사 털어먹는 건 놔두고 엉뚱한 데서 개소리들이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은 이 총재가 지난달 21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은 이 총재가 지난달 21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낭독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한편 지난해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제기된 금융분쟁 민원은 모두 3만2625건입니다. 이 가운데 보험금 및 지급금 산정과 지연이 절반이 넘는 1만7575건이었습니다. 이들 민원 중 금융분쟁조정위원회로 넘어간 민원은 25건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최종 합의에 도달한 경우는 17건에 불과했습니다. 누리꾼들의 불만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9일),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서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자칫 시기를 놓쳐 인플레이션이 더욱 확산된다면 그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규제개혁을 부르짖은 김주현의 금융위가 보험업권 건전성 제고의 시기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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