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감정’ 조양래, 보수만 수십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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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감정’ 조양래, 보수만 수십억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1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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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 장녀 조희경, 지난 6월 성년후견 심판 청구… 조양래 회장, 상근하며 급여까지 챙겨
정신감정 절차를 밟고 있는 조양래 회장이 상근하며 보수도 수십억원을 챙기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그룹
정신감정 절차를 밟고 있는 조양래 회장이 상근하며 보수도 수십억원을 챙기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한국타이어그룹

가족들로부터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렵다는 판단을 받고 성년후견 심판 절차를 밟고 있는 조양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회장이 상근하면서 급여를 꼬박꼬박 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조 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에게 자신의 지분 전량을 넘기자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재단 이사장이 아버지(조양래 회장)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서울가정법원은 이를 받아 들여 조양래 회장은 병원에 정신감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조양래 회장은 가족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렵다는 판단을 무색케 하며 회사에 출근하면서 급여까지 받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에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담당업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주) 회장’이며, 상근 여부는 ‘상근’으로 표기돼 있다.

보수도 꼬박꼬박 받고 있다. 성년후견 신청이 시작된 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로부터 39억7200만원을 받았다. 급여로 15억9800만원, 상여금은 23억7100만원, 기타소득으로 300만원 등이다. 이는 사장인 조현범(25억2600만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조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도 8억44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공시 의무가 있는 5억원 이상 보수 수령자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정신감정 절차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용인이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30일 장녀인 조희경 이사장에 의해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받았다. 조 이사장이 ‘동생인 조현범 사장에게 부친(조양래 회장)이 주식을 승계한 것이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객관적 판단을 받고 싶다’는 주장에 의한 것이다. 즉,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우니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이 가운데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를 인정해 일부분에 대해 후견인의 도움을 받게 하는 것이다.

법원은 지난해부터 국립정신건강센터와 신촌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4곳에 조양래 회장에 대한 정신감정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입원진료가 불가하다며 거절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또한 코로나를 이유로 조 회장의 정신감정을 거절했다. 아주대학교병원은 조 회장의 진료기록이 없어 정신감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조 회장의 정신감정 촉탁서를 반송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지난 9일 법원이 요청한 조 회장의 정신감정을 거절했다. 구체적인 사유는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상황에서 조 회장의 정신감정은 올해 안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건전한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는 일부 가족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상근하면서 경영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조양래 회장의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전개되면서 한국타이어그룹의 가족분쟁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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