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받고 되치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가족의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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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 받고 되치고…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가족의 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8.28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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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조양래-차남 조현범 vs 장녀 조희경-장남 조현식… 차녀 조희원은 중립
조희경 이사장, 아버지 상대 성년후견심판 신청→ 조 회장 “건강하다” 반박
조현식 부회장 “누나와 동참… 아버지 건강 상태 주변에서 의문 제기” 반격
사진 왼쪽부터 조양래, 조현식, 조현범
사진 왼쪽부터 조양래, 조현식,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의 ‘형제의 난’이 본격화할 조짐입니다.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손잡고 아버지 조양래 회장과 차남 조현식 사장에 맞서는 양상인데요. 장녀 조희경 이사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을 상대로 성년후견인 심판을 청구하자 조양래 회장은 반박 입장문을 내고, 이에 장남 조현식 부회장은 아버지를 재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면서 격돌하는 모습입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다툼은 조양래 회장이 지난달 26일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전량(23.59%, 약 2400억원)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면서부터입니다. 이로써 조현범 사장은 자신이 기존에 보유하던 지분 19.31%를 더해 총 42.90%로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그룹의 경영권 승계에 낙점을 받게 됩니다. 이전까지 조현범 사장의 지분(19.31%)은 형인 조현식 부회장의 지분(19.32%)과 거의 같았습니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은 조현범 사장 42.90%, 조현식 부회장 19.32%, 차녀 조희원 10.82%, 장녀 조희경 이사장 0.83% 등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조현범 사장이 나머지 3남매 지분을 합친 것(30.97%)보다 10%p 이상 차이가 나 경영권 분쟁이 나도 뒤집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희경 이사장은 지분율에 개의치 않고 ‘부친(조양래 회장)이 동생(조현범)에게 주식을 승계한 것이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인지 객관적 판단을 받고 싶다’며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 감독인을 선임해 달라고 심판을 청구합니다.

성년후견제도는 질병, 장애,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인데요. 이 중 한정후견은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를 인정해 일부분에 대해 후견인의 도움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결국은 고령인 부친 조양래 회장의 판단에 의구심이 든다는 것인데요. 조양래 회장은 1937년생으로 올해 84세입니다.

조 이사장은 성년후견 심판 청구에서 “그동안 조 회장이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많은 분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면서 “이러한 결정들이 조 회장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려진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회장은 조 사장에게 주식 전부를 매각했는데, 그 직전까지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면서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으며, 사후에도 지속 가능한 재단의 운영방안을 고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기업 총수의 노령과 판단능력 부족을 이용해 밀실에서 몰래 이뤄지는 관행이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양래 회장은 성년후견을 청구한 바로 다음날인 31일 조희경 이사장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조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정말 사랑하는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저야말로 저의 첫째 딸이 괜찮은 건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라면서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고, 그 동안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찍어 두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은)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면서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습니다. 이어 “만약 재단에 뜻이 있다면 이미 증여 받은 본인 돈으로 하면 될 것”이라면서 “제 개인 재산을 공익활동 등 사회에 환원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고, 향후 그렇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제가 고민해서 앞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누나 조희경 이사장과 뜻을 같이 하겠다는 입장문을 지난 25일 밝힙니다. 즉, 현재 조희경 이사장이 진행 중인 조양래 회장의 성년후견 심판 절차에 참여하겠다는 것인데요.

조현식 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에 따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조 회장의 최근 결정들이 회장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최근 회장(아버지)의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은 본인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한국테크놀로지 그룹, 주주 및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며 “이에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서 참여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분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장녀가 아버지를 상대로 건강 이상에 의문을 제기하자 아버지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또 장남이 아버지 주장에 재반박하며 부모 자식들 간의 지분율 싸움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이는데요.

지분 싸움에서는 차남 조현문 사장(42.90%)이 형 조현식 부회장(19.32%)과 누나 조희경 이사장(0.83%)의 지분을 합친 것보다도 월등히 앞서 있어 지분 싸움에서는 경영권이 뒤집힐 확률은 적다는 게 재계의 시각입니다. 재미교포와 결혼한 후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차녀인 조희원(10.82%)씨는 중립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조현식 부회장은 현재 둘째누나 조희원씨 아들의 희귀질환 치료를 돕는 등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조희원씨가 앞으로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조희원씨가 조현식·희경 연합전선에 힘을 합친다면 3남매의 지분율은 30.97%로, 11.93%p 차이가 납니다. 여기에 6.24%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3남매 쪽으로 기운다면 지분율은 37.21%로, 5.69%p 차이로 좁혀집니다. 그렇다면 17.57%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소액주주를 누가 끌어 안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갈라질 수도 있습니다. 결국에는 소액주주들에 의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영권이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편으로 조현범 사장과 조현식 부회장 모두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그 결과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의 입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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