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자동청구, 누가 왜 반대하나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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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자동청구, 누가 왜 반대하나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1.16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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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시민단체 대표들이 지난해 11월 18일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입법 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소비자와함께
시민단체 대표들이 지난해 11월 18일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입법 추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사)소비자와함께

“12년째 떠돌고 있는 법안 의결을 더 이상 미루지 마라.”

지난 15일, 6개 소비자단체는 공동 성명을 발표합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 의결 촉구’. 이번 국회에서만 관련 법안이 5개나 발의됐지만, 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2009년 11월, 보험금 청구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내일(17일) 열릴 국회 소위에서도 결론이 날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자동청구’. 돈이나 물건 따위의 지급을 스스로 알아서 요구하는 행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3900만명이 넘는 소비자가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를 자동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와 정치권의 눈치 보기로 이번에도 입법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걱정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4세대 실손의료보험 개편안 주요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4세대 실손의료보험 개편안 주요 내용. /자료=금융감독원
기존 실손보험과 4세대 상품 비교. /자료=금융감독원
기존 실손보험과 4세대 상품 비교. /자료=금융감독원

16일 금융당국과 정치권,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7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열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합니다. 상반기에도 법안소위가 여러 차례 열렸지만 관련 안건은 계속 제외됐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9월 가까스로 의견을 주고받은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아직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논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법안 통과까지 분위기가 밝지만은 않습니다. 특히 이번 법안소위에서는 <가상자산업권법>에 밀려 심사 순번이 후순위로 배정됐습니다. 이날 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3일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번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입법은 무기한 지연될 전망입니다. 대통령선거 정국으로 논의조차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는 전날 “실손 치료비를 다 받을 수 있게 소비자 권익증대를 최우선으로 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촉구했습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현행 실손보험 청구 시스템은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자료=(사)소비자와함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현행 실손보험 청구 시스템은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다. /자료=(사)소비자와함께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의료계를 달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9월 법안소위에서 “의료기관들이 서류 발급으로 연간 2000억원가량 수입을 올리고 있다”라며 “청구 전산화로 줄어드는 수입을 보전해줄 수 있는 방식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보험업계도 소비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보험금 청구 간소화 입법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3자 기관을 통해 의료정보를 건네받기 때문에 의료계의 걱정처럼 오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병원 역시 실손보험을 통해 수익을 누리고 있어 소비자 후생을 위해서라도 노력해야 한다고 반박합니다.

누리꾼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계의 반발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누리꾼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계의 반발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며 의료계의 반발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약국 처방전도 보험사로 전송되게 하는 등 다양한 보험금 청구 간소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습니다.

“당연히 빨리 시행되어야지요” “병원에서 바로 서류를 보험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왜 실행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금감원에서는 대형보험사 보험료 인상하는 거 신경 쓰지 말고 모든 국민이 보험료를 지급받을 수 있게 위 서비스를 바로 시행토록 압박해라” “소액이라 번거롭다 이놈들아!” “병원에서 바로 보험사로 신청 접수하는 시스템 만들어라. 귀찮고 어렵고 번거롭고 짜증 난다” “보험료만 성실히 자동이체! 공감하고, 동감함!” “빨리해라. 만원미만 짜리는 번거로워서 보험사 배만 불린다”.

“나는 의사 포함 병원들이 이해 안 감. 진단서 떼는 게 뭔 대수라고 그 종이 한장에 2만원씩 받는지 그렇다고 그거에 대한 보험수가를 국가에서 안 받는 것도 아니고. 의사들 툴툴되는 게 젤 보기 싫음”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위해 보험법 개정하자느니 왜 대한의사협회에서 폐기를 요구하나? 왜?? 중구난방 남용 오용 처방하는 거 들킬까봐? 아님 현금 들어오는 거 뒤로 못 빼돌려서? ? ? 어이가 없네” “보험료 수납할 땐 좋고 치료비 내주려니 아깝고???” “결국 보건의약계가 문제네. 잘 먹고 잘 사는 것들이 더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거 보면 쩝!이다”.

“공단에서 자료 받아서 신청 안 해도 지급해라” “100만원 이하 소액은 병원 영수증만 있어도 지급해주던데. 신청방법이 보험사 홈피 가서 본인인증하고 서류 스캔해서 등록하고 하는 과정들이 어르신분들이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이라” “병원 진료받고 약국에서 처방하면 자동시스템으로 개인보험사로 처방전 들어가게 해서 손실보상 통장에 입금시키게 시스템 도입해라” “치료받으면 ~~ 실손보험에 자동청구되게 하고 ~~ 보험금지급도 체크해라”.

국민 2명 가운데 1명은 ‘최근 2년 안에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으며,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가 가장 많았다. 실손보험금 전산 청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8할 가까이가 동의했다. /자료=금융소비자연맹
국민 2명 가운데 1명은 ‘최근 2년 안에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으며,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가 가장 많았다. 실손보험금 전산 청구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8할 가까이가 동의했다. /자료=금융소비자연맹

한편 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소비자단체가 지난 4월 23~26일 만 20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7.2%가 ‘최근 2년 안에 실손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들이 청구를 포기한 금액은 ‘30만원 이하’의 소액 청구가 95.2%로 가장 많았습니다.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이유(중복 응답)는 ▲‘진료금액이 적어서’(51.3%) ▲‘진료 당일 보험사 제출 서류를 챙기지 못했는데 다시 병원을 방문할 시간이 없어서’(46.6%)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23.5%) 순이었습니다. 반면 실손보험금 전산 청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78.6%, 진료 병원에서 보험사로 증빙서류 전송에는 85.8%가 동의했습니다.

한방병원과 안과 등 무분별한 과잉진료에 실손의료보험 손실액이 급증하고 있다. 의료계가 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비급여 진료 현황이 노출되고 정부가 진료수가를 통제하는 상황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한방병원과 안과 등 무분별한 과잉진료에 실손의료보험 손실액이 급증하고 있다. 의료계가 보험금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비급여 진료 현황이 노출되고 정부가 진료수가를 통제하는 상황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민감한 의료정보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값비싼 비급여 진료 현황이 노출되고 정부가 진료수가를 통제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법안 처리를 미적거릴 게 뻔합니다. 누더기가 된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이 떠오릅니다. 내일 법안소위가 기다려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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