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들 “ESG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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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들 “ESG가 뭐예요”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11.0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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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사 모두 A등급, 나머지는 B·C등급 평가
“대형사에 비해 규모가 작아 팀 신설 등 여유 없어”
중견 건설사들에게 ESG경영은 딴세상 얘기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중견 건설사들에게 ESG경영은 딴세상 얘기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으나 국내 중견 건설사들은 이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하며 ESG 경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ESG 평가기관에서 내놓은 평가 내용을 보면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국내 상장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한 ESG 평가를 보면 대형 건설사들은 모두 A등급을 받은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모두 B등급이나 C등급을 받고 있다.

A등급을 받은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옛 대림산업),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다. 모두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들이다. 하지만 올해 광주 붕괴 참사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9위로, 10대 건설사에 포함되지만 유일하게 B등급을 받았다.

사고는 지난 6월 9일 오후 4시 22분 광주시 학동 주택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이 붕괴하면서 지나가던 시내버스를 덮쳐 승객 17명 전원이 날벼락을 맞았다. 이 중 8명이 크게 다치고 9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고가 일어난 학동 4구역은 2022년 HDC현대산업개발의 무등산 아이파크2차가 들어설 부지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참여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업면적 12만6433㎡에 지하 2층~지상 29층 아파트 19개동 총 2282가구를 지을 예정이었다.

올해 대형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고 10대 건설사 중 상장사는 모두 ESG평가 A등급을 받았다. ESG평가 A등급을 받은 대형 건설사들은 전담인력을 구축하고 관련 인력들을 꾸리며 ESG경영에 적극 대처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GS건설의 경우는 올해 4월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경영을 본격화했다. ESG위원회는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으며, 전략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영역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사항을 발굴·파악해 회사 지속가능경영 전략 및 방향성을 검토하고, 이와 관련된 성과 및 개선방안을 검토해 승인해주는 조직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현대건설 지속가능경영 협의체’를 발족했으며, 지난 7월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DL이앤씨는 지난달 국내 건설사 최초로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서포터스에 가입해 재무 내역 공개를 통한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특히 건설업계 중 ESG경영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는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경우에는 ESG를 선도하는 친환경 기업으로 리포지셔닝하기 위해 아예 사명을 변경하기까지 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ESG경영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로 ESG 공시 의무가 꼽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다.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키로 했다.

하지만 중견건설사는 상황이 녹록지 못하다. 대형 건설사에 비해 규모가 작아 팀 신설 등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란 게 중견건설사들의 토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ESG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원의 ESG평가에서 상장 중견사 중 A등급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태영건설, 아이에스동서, 신세계건설, 일성건설, DL건설, 한라, 벽산, 코오롱글로벌 등은 B등급을 받았다.

최하위 등급인 C등급을 받은 곳은 금호건설, 동부건설, 한국토지신탁, SGC이테크건설, 계룡건설산업, 한신공영, KCC건설 등이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ESG 경영의 조직문화화, 내재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건설업체는 조직 내 필요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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