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에 ‘여풍’은 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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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에 ‘여풍’은 불지 않는다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3.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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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빅4, 올해 사외이사 새 얼굴 6명 중 여성은 1명
올해 1명 떠나 실제 일하는 여성 사외이사는 4명이 전부
우리금융지주와 BNK·DGB·JB 등 3대 지방금융지주는 ‘0’
사진=펙셀즈
사진=펙셀즈

다음주부터 금융권의 ‘슈퍼주총’이 시작되는 가운데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의 사외이사 교체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도 여풍(女風)은 불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권은 여성 근로자들의 숫자가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여성 직원수가 타 업종보다 많지만 보수적이고 남성 우선적인 분위기에 이사진의 변화가 크게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여성 사외이사의 선임을 의무화하는 법률이 시행되지만 금융권은 냉소적인 분위기다. 여전히 유리천장이 공고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와 지주 산하 은행들은 오는 25일과 26일에 정기주총을 잇따라 열고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거나 재선임할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의 전체 사외이사 31명 중 26명의 임기가 끝나지만, 이달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새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곳은 신한지주와 하나금융 정도로, 상당수는 자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지주가 4명을 새로 선임하고, 하나금융은 임기가 끝나는 2명에 대한 신규 선임을 추진한다.

신한금융은 임기가 끝나는 박철·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 2명을 대신해 곽수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배훈 오르비스 변호사·이용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등 4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지난 3일 추천했다. 이에 따라 전체 이사진 규모는 기존 10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난다.

하나금융은 이달 임기가 모두 끝나는 사외이사 8명이 중 최대 임기를 채운 2명을 대신해 권숙교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과 박동문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을 2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한다고 9일 공시했다. 나머지 박원구,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정원, 백태승 등 6명의 사외이사 전원을 1년 임기로 재선임한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를 대부분 유임한다.

이번에 새로 선임되는 신한과 하나금융지주의 사외이사 6명 중 여성은 1명이다. 국민은행 사외이사에서 하나금융지주로 둥지를 옮기게 된 권숙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다. 반면 차은영 하나금융 사외이사가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차은영 이사가 물러나는 자리에 권숙교 고문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로써 4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의 수는 지난해 5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올해 4대 금융지주 여성 사외이사는 하나금융의 권숙교 고문을 비롯해 KB금융지주의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 그리고 신한금융은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등 4명이다. 전체 사외이사는 신한금융에서 2명이 늘어 총 33명이 됐으며 이중 여성은 단 4명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와 3대 지방금융지주(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는 여성 사외이사가 단 한 명도 없다.

한편 2조원 이상 자산을 갖춘 상장법인의 이사회는 여성 이사를 1명 이상 무조건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법 시행에 따라 금융지주는 여성 사외이사 1명 이상을 무조건 선임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도 별도의 처벌조항은 없다.

때문에 법안 실효성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실제로 금융지주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법안 시행 시점까지 1년 이상 남아있다. 내년 봄 정기주주총회에 사외이사 개편 기회가 한 번 더 있는 만큼 이때 움직여도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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